푸른 날개를 단 스포츠카, 마세라티 MC20

  • 기사입력 2022.06.21 10:4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요즘 슈퍼카 세계에서 가장 핫한 차다. 주인공은 바로 마세라티 MC20이다. 출시 전부터 관심이 쏟아졌다. 페라리 엔초를 베이스로 한 하이퍼카 MC12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마세라티 슈퍼카다. 하드웨어 구성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카본 터브 섀시 타입에 600마력 이상을 뿜어내는 파워 유닛과 듀얼 클러치가 뒷바퀴를 굴린다. 여기에 도어까지 하늘을 향해 열린다. 슈퍼카가 가져야 할 덕목을 하나도 빼놓지 않았다. 우선 디자인부터 기가 막히다. 외모 콤플렉스가 전혀 없다. 슈퍼카 특유의 낮고 넓은 자세로 도로 위에서 존재감이 상당하다. 그리 크지 않은 덩치라 가벼울 것 같아 마음에 들고, 잡다한 기교는 남발하지 않아 다행이다. 화려하지만 그리 튀지 않는 세련된 외모다. 얼굴은 전설의 MC12가 떠오르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평범한 주차장에 서 있는 파란색 MC20. 블루 컬러도 어쩜 이렇게 예쁜지···. 파란색 계열은 자칫 잘못 사용하면 촌스러운데 마세라티는 색을 잘 뽑았다. 그럼 근사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자. 카본 터브 치고는 입장하는 데 그리 힘들지 않다. 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과정이 힘들면 차를 타기 싫어진다. 인테리어는 딱 필요한 것만 두면서 최대한 깔끔하게 꾸몄다. 물리적인 버튼의 대부분을 10.25인치 디스플레이 안에 담았다. 콰트로포르테나 기블리에서 보던 인테리어와는 결이 다른 컨셉트다.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마세라티의 메시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스티어링 휠이 굵고, 직경이 살짝 크다. MC12 월드 챔피언 출신의 마세라티 레이싱 테스트 드라이버 안드레아 베르톨리니(Andrea Bertolini)의 조언을 받아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내 손(평범한 키 180cm)에는 조금 버거운 사이즈였다. 보다 작고 얇으면 손에 더 감겨 돌리는 맛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혼 커버 디자인이 여느 마세라티와 달리 원형이고 엔진 스타트 버튼도 달려 있어 스포티해 보인다. 시트는 버킷 타입이다. 본격적인 형태는 아니라 착석감도 괜찮고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헤드레스트에 삼지창 자수는 최고의 셀피존을 제공한다. 실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욕조 구조의 차들은 발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MC20은 넉넉하다. 운전자의 양발이 오른쪽으로 쏠린 상태에서 장시간 운전하면 허리가 아프니 이게 별거 아닌 게 아니다.  
캐빈룸 뒤에 엔진이 자리 잡고 있다. 뱅크각 90°의 V형 6기통 터보 엔진이다. 많은 엔진 상을 휩쓸었고 페라리에 의존해서 만들지도 않았다. 마세라티의 엔지니어링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열정적으로 만든 엔진이다. 브로셔에 적혀 있는 수치부터 어마어마하다. 크지 않은 3.0ℓ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630마력, 최대토크 73.4kg·m의 파워를 생산한다. ℓ당 200마력 이상 만드는 것이다. 물론 터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쿨링 프로세스를 해결했다는 것은 무조건 칭찬해줘야 한다. 이 괴력은 8단 듀얼 클러치가 리어 휠로 전달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9초 만에 주파한다. 네 바퀴로 로켓 스타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2초대를 마크한다. 시속 200km까지는 8.8초, 최고시속은 325km에 달한다.
드디어 시동을 켜고 달려보자. 가속은 당연히 빠르다. 온몸이 시트에 파묻히며 이륙할 기세로 달려 나간다. 엔진 리스폰스도 주행모드에 상관없이 상당히 빠릿빠릿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보다 더 빠른 차는 국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가속하는 느낌이 2010년대 슈퍼카 느낌이다. 주행안정화장치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엉덩이를 살짝 흔들며 튀어 나간다. 이것을 좋게 볼 수도, 나쁘게 볼 수도 있다. 박진감 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겁나서 가속 페달을 못 밟겠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정도 스펙의 차를 많이 경험하고 운전을 잘하는 이에게 어울린다. 그냥 공도에서 멋을 부리기 위해서라면 상관없지만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힘을 모조리 쓰고 싶다면 주의해야 한다. 가속할 때 운전자를 겁주는 슈퍼카는 최근에는 찾기 힘들었는데 모처럼 박력 있는 친구를 만났다. 개인적으로 이런 주행감을 의도적으로 세팅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이기에 변속 속도가 빠르다.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라 운전자의 흥을 깨지 않는다. 또한 저속에서 울컥거리는 현상도 없어 일상 주행에서도 피로하지 않다. MC20의 패들 시프트는 스티어링 칼럼에 붙어있다. 패들 시프트의 조작감은 언제나 마세라티가 최고라고 생각해왔는데 MC20은 내가 알던 마세라티의 것보다 ‘철컹’하는 느낌이 덜하다. 다른 마세라티들은 패들시프트의 조작감이 무겁고 큰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 좋았는데 MC20은 살짝 가볍고 보통의 슈퍼카에 달린 패들시프트 감각이다.
아쉬운 것은 배기 사운드다. 분명 해외 영상을 봤을 때는 매콤한 배기 사운드를 들었는데 정작 타보니 그렇지 않다. 환경규제 때문에 촘촘한 촉매로 배기사운드가 죽었다. 우리나라 법규가 더 타이트한가 보다. 볼륨도 그리 크지 않고 음색은 답답하다. 이 분야는 원래 마세라티가 가장 자신 있었는데 MC20은 한국 땅을 밟으면 더 이상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스로틀이 닫히거나 다운시프트를 했을 때 백프레셔도 나지 않는다. 흔히 자동차에서 감성을 논할 때 그 감성의 9할은 배기 사운드다. 핸들링과 코너링? 아마추어 드라이버들 중에서 후륜구동 차의 뒤를 날리고 잡는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가 말하는 감성이 빠져 과거 그란투리스모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시승 시간이 길지 않아 적극적으로 코너를 타 볼 순 없었다. 코너링을 맛만 봤는데 미드십 특유의 움직임이다. 뒤를 고정한 채 앞머리가 가볍게 방향을 잡는다. 웬만해서는 타이어 스키드 음을 듣기 힘들 정도로 코너링 한계가 높다. 섀시가 받아주는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여주지만 그 농도가 연하다. 이상적인 라인을 위해 스로틀 양만으로 수정할 수 있다. 스티어링 기어비가 촘촘해 피드백이 빠르고 노면의 정보를 잘 전달해 재미있다. 섀시가 워낙 강해 복합코너에서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빠르고 자연스럽다. 기회가 된다면 트랙에서 타고 싶은 녀석이다.
브레이크 퍼포먼스도 훌륭하다. 출력과 섀시를 제압하기 충분하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열이 오르지 않아도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기특하다. 어느 상황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브레이크스티어 및 노즈다이브 현상을 일으키지 않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또한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줄여도 안쪽으로 말리지 않아 믿음이 간다. 페달의 답력은 꽤 무거운 편인데 브레이크 컨트롤에는 도움이 되지만 막히는 길에서는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이 차의 장르를 감안하면 이 세팅이 옳다.
짧은 만남이 끝났다. 이런 차를 하루 만에 파악하기는 어렵다. 차 자체를 깊게 알아보지 못했지만 간단하게 느낀 점은 예쁘고 잘 달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격이 그리 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3억이 넘어가는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값어치를 하는 차다. 슈퍼카를 구매할 때 시선 몰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하다. 버터플라이 도어로 주목받을 수 있고 삼지창 배지로 어깨에 힘을 실어준다. 이러한 점에서 MC20은 정말 매력적이다. 잘생긴 외모에 운동도 잘하는 상상 속의 MC20이었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70×1965×1225mm
휠베이스  2700mm  |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배기량 ​​​2992cc  |  최고출력  ​​630ps
최대토크  73.4kg·m  |  변속기  8단 듀얼 클러치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
가격 ​​​​​​3억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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