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 무대를 정복하라, 토요타 레이싱 하이브리드의 역사(후편)

  • 기사입력 2022.06.17 16:03
  • 기자명 모터매거진

강력한 상대, 포르쉐 등장

2014년, 자동차 규정이

크게 개정되면서 가솔린 엔진의 배기량 제한이 없어졌다. 또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규정도 변경됐는데, 구간마다 모터의 힘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서킷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사용하는 모터의 전체 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모터 힘에만 주목하면 큰 수치를 선택해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자동차 무게가 늘어나서 레이스에 불리하다. 또한 회생 제동이 증가하는 만큼 연료탱크 용량도 제한된다.

토요타는 이 시점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성능과 무게, 차체 운동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다. 그 결과 최고 8MJ(메가쥴)를 사용할 수 있는 규정 안에서 6MJ를 선택했다. 엔진은 최고출력 520마력을 발휘하는 3.7ℓ 8기통 가솔린 엔진을

선택했고, 여기에 최고출력 480마력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모터를 더했다. 그 결과 1000마력 이상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새로운 자동차, TS040 하이브리드가 등장했다.

그리고 2015년, 에너지를

낭비 없이 사용하기 위해 토요타는 탑재하는 슈퍼커패시터를 크게 개량했다. 자동차 차체도 개량을 가해, 2014년보다 안정적이 되어서 기대도 컸다. 이번엔 진짜로 르망

24시 무대를 정복한다는 의지를 가졌고, 시즌 개막 전 테스트에서

30,000km를 큰 문제없이 달렸다. 문제는 커페시터를

고집해서 일어났다. 커페시터 자체는 충전과 방전 속도에서 큰 이점을 갖고 있지만, 중량 당 충전량에서 큰 불리함을 안고 있다.

그 시점에서 포르쉐가 등장했다. 커페시터를 선택한 토요타와는 달리

포르쉐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고, 토요타의 자동차보다 더 빨리 달렸다. 토요타에게는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르망 24시뿐만 아니라 전체 내구레이스 시즌이 되는 WEC에서도 개막전과

최종전 정도에만 표창대에 올라갔다. 한번 더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TS050의 시대, 포르쉐는

이길 수 없는가

포르쉐와의 경쟁은 토요타의 자동차를 빠르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연구하고

있던 차세대 엔진과 에너지 저장장치가 투입되는 것이 결정되었고, 기존의 밸런스를 고려한 에너지 소모량을

6MJ에서 출력을 우선으로 생각한 8MJ로 늘렸다. 커패시터 대신 작고 가볍게 만든 독자적인 하이파워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6기통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을 더해 힘을 한층 더 용이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

연구하고 있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탑재했으니 최적화까지는 시간이 없었지만, 영국에서

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벨기에 스파 서킷에서는 마지막 즈음에 탈락했지만, 그전까지 레이스 1위를 지배하는 무서움도 보였다. 그 기대를 안고 데뷔한 2016년 르망 24시 무대. 23시간 57분까지

1위를 달리던 토요타였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출력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결과 1위는 바로 뒤에서

달리고 있던 포르쉐에게 넘어갔다.

비원을 이루지 못한 토요타는 2017년을 바라보며 다시 자동차를 다듬었다. 레이스 중 사용할 수 있는 연료량이 정해져 있기에, 열효율을 올리기

위해 터보차저의 용량을 키우고 희박연소(린번)을 추구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개량했는데,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되었다. 급속 충전과 방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 전체의 전압을 올리고 저항을 줄였으며, 고온에서도 높은 성능이 유지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2017년 르망 무대,

모노코크 프레임만 빼고 다 바꿨다고 해도 무방한 자동차가 등장했다. 공식 예선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 폴 포지션을 획득하며 종합 우승을 노렸다. 레이스

시작 후 10시간이 넘는 시점까지도 1위를 유지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클러치의 문제로 레이스를

접어야 했던 것이다. 그 뒤를 달리던 토요타의 두 번째 자동차도 앞 바퀴 모터에 이상이 생겨 순위가

하락했고, 세 번째 자동차도 사고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강한 팀을 만들자

2017년의 실패 이후, 도요다

아키오는 모두를 모아두고 “자동차를 빠르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르망에서 이길 수 없다! 우리에게는 힘이 없다! 강한 팀이 꼭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기일전한 토요타는 파워트레인의 신뢰성 향상에 돌입했다. 규정이 조금 바뀌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1회 주행에

더 적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불리함을 안게 되었다. 게다가 일반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45kg이 가벼웠다.

토요타가 당시 르망 무대에 투입하던 TS050 레이스카는 약 300kW의 고출력을 내는 배터리가 탑재된다. 그 배터리를 철저히 연구해, 전해액서부터 셀 재질까지 모두 바꿨다. 그 결과 배터리의 내열성이

향상됐고, 수랭식 냉각 시스템도 간소화됐다. 그 결과 2018년에는 드디어 르망 24시 무대에서 1위와 2위로 나란히 들어올 수 있었다. 알본차로써의 르망 종합 우승은 사상 두번째였지만, 일본차와 일본

레이서의 종합 우승은 처음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2019년에도 토요타는 1위를 달성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1위와 3위를 달성하며

TS050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1년부터는 규정이 크개 개정되어, 르망 하이퍼카(LMH) 클래스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토요타는 이 클래스에 참전할 준비도 이미 마치고 있었다. 그리고

2021 르망 24시도 가뿐하게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연속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말은 간단하지만, 그 안에는 연료 공급 시스템의 문제 등 많은 위기가

있었다.

토요타는 2022년에도 르망 24시

시상대에 섰다. 그 뒤에서 분투한 이야기는 후일 기회를 빌어 따로 정리하고자 한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레이스에서 다듬어지면서 성숙해갔고, 이제 고객에게

판매하는 일반 자동차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렉서스가 신형 RX에

탑재하는 고성능 터보차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토요타는 푸조, 캐딜락, 페라리 등 수많은 경쟁자들이 참가할 2023년 르망 24시 무대를 이미 준비하고 있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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