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시트를 사용할 수 없는 시대가 온다?

  • 기사입력 2022.05.30 16:5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인간은 오래 전부터 동물에게서 가죽을 얻어 왔다. 그리고 자동차 실내를

장식해 왔다. 그런데 친환경과 더불어, 자동차에서 천연가죽이

배제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자동차에서 가죽이 대중화된 기간이 상당히 짧다. 물론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벤츠 같이 럭셔리를 지향하는 모델들은

오래전부터 가죽을 사용했지만, 1980년대 아니 90년대만

해도 고급차가 아닌 일반 자동차에서 가죽을 구경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이 지금은 소형차에도

가죽시트가 들어가고 있으니, ‘럭셔리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다시 거꾸로 되어, 가죽은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 럭셔리 모델은 아니지만, 볼보의 전기차 C40을 살펴보면 스티어링 휠 및 기어 시프트를 비롯한 모든 실내 마감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대변하는 비건

레더(Vegan Leather) 소재를 사용했다. 여기서

한마디 덧붙이면, 비건 레더는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죽이다. 그러니까

비건 레더나 인조 가죽이나 같은 말이다.

볼보 외에도 유럽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가죽을 배제한 ‘가죽 프리 인테리어’를 옵션으로 준비하는 곳들이 꽤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죽 선호도가 높으니 옵션으로 준비되지 않지만 말이다. 천연

가죽의 시대는 진짜로 저무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천연 가죽이 점차 줄어들고 있을까? 한 번 정도는 찬찬히 살펴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가죽이 왜 줄어들고 있을까

BMW가 올해 1월, 독일의 레더 워킹 그룹(Leather Working Group)에

가입했다. 레더 워킹 그룹은 2005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가죽 자체로부터 제품까지 가죽의 공급체인 전체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를 감시하는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안에는 가죽 관련 대기업은 물론 나이카, 아디다스, 이케아 등 13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 안에서 자동차 제조사는 2021년 8월에 가입한 벤틀리 그리고 2022년 1월에 가입한 BMW 뿐이다. BMW에서

공급과 에너지 문제를 총괄하는 담당자는 “사업체인의 지속가능성을 선도하는 입장으로써 BMW에게 있어 레더 워킹 그룹에 가입하는 것은 필수였다”라고 말했다. BMW는 전기차 iX의 가죽 시트에 레더 워킹 그룹 인증 가죽을

사용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자동차에는 어떤 가죽을 사용할까? 천연 가죽에서 생각해 보면 소가죽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가죽을 얻기

위해서만 동물을 사육할 수는 없으니(애초에 국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고기를 먹기 위해 도살된 소에서 가죽을 얻게 된다. 그 가죽을 무두질 등 약 20개 정도의 공정을 거쳐 쓸 수 있게 만드는 곳이 바로 ‘피혁 제조사’다.

소고기를 먹고 그 부산물로 가죽을 얻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여기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 ‘비건’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안 먹는 정도로 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극단적인 경우 달걀이나 유제품도 안 먹기도 한다. 건강 등을 이유로

비건이 되는 경우라면 자동차와는 상관없을 것 같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자신의 식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사정으로 동물을 착취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사 외에도 동물을

재료로 한 소지품도 거부한다. 자동차에 적용한 가죽시트도 물론 안 된다. 비건의 증가에 대한 통계는 정확히 잡히지 않지만, 영국의 경우 비건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세계 최초의 ‘비건 협회’도 설립되어

있다.

뭐 비건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소가 주목되고

있기도 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06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온실가스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18%라고 한다. 1㎏의 소고기 생산은 이산화탄소 36.4㎏의 온난화 효과에 상응하는 온실효과를 발생시킨다고도 한다. 그리고

소가 돼지보다 더 많은 메탄가스를 방출한다는 결과도 있다.

그러다 보니 비건이 아니라도 환경 보호를 위해서 소고기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옛날처럼 ‘최고의 가죽을 얻기 위해 울타리 없는 쌀쌀한 지역에서

소를 키운다’는 사실을 내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참고로

벤틀리가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소가 약 9마리 정도라고 하니, 그 메탄가스만 해도 꽤 되는 셈이다.

우리는 가죽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조가죽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한눈에도 느낌이 좋지 않은 소위 ‘레자’라고 부르는 비닐에 가까운 재질이었지만, 지금은 인조가죽과 천연가죽을

한번에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내구성도 이전보다 꽤 늘어나서, 이제는

자동차에 사용해도 될 정도이고, 실제로 자동차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죽을 넘어서는 재료들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알칸타라’인데, 동물성

가죽인 천연 스웨이드의 대체 소재로 개발한 것이지만 이제는 더 비싼 가격을 받는 고급 소재가 되었다.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서 자동차 스티어링 휠 등을 장식하는 데 있어 최고의 소재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의 고급차들은 알칸타라를 꽤 많이 사용한다.

아마도 가죽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사람은 고기를

먹게 되어있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가죽은 사용하는 게 제일 좋다. 진짜

가죽을 배제하게 되면 활용을 하지 못해 오히려 자원 낭비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자동차에서 가죽만

고집하는 시대는 이제 저무는 것 같다. 친환경의 흐름이 자동차에서 가죽을 자연스럽게 줄이도록 만들고

있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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