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V12의 마지막을 기리며……

  • 기사입력 2022.05.25 17:42
  • 기자명 모터매거진

람보르기니가 그 동안 고집해오던 12기통 엔진을 내려놓는다. 아, 아직 걱정은 하지 말자. 여기서

내려놓는 엔진은 자연흡기 방식의 V12 엔진이다.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엔진은 V12 자체는 유지되지만, 전기 모터를

추가하게 된다. 그렇다. 람보르기니도 이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하이브리드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우르스 이전까지는 터보차저 모델조차도 없었던, 자연흡기를 고집하던 그 람보르기니가 하이브리드 시대를 연다는 게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자연흡기 12기통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람보르기니의 자동차는, 아벤타도르의 마지막 한정판 모델 LP780-4 Ultimae(울티메)다. 이름 그대로 최고출력 780마력을

발휘하는 자동차이다.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리기 전, 람보르기니가

지독히도 고집해 오던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12기통

엔진과 함께 람보르기니 양산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흡기 12기통 시대를 연 그 차, 350GT

혹시 이상한 차의 사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정답이다. 이 차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350GT의 프로토타입 모델, 350GTV다. 양산 모델과는 달리 팝업 헤드램프를 탑재한 것이

특징인데, 디자이너는 ‘프랑코 스카리오네(Franco Scaglione)’였다. 이 차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매끈한 형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963년에 토리노 모터쇼에 올라간 이 차는 당시 12기통 엔진을

탑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가는 차체에 보닛까지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닛 안에는 엔진 대신 모터쇼에서 배포할 카달로그와 주문서가 들어가 있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모터쇼 전 미리 양산을 명하게 되고, 람보르기니

설립 시 고용한 엔지니어, 지오토 비자리니(Giotto

Bizzarrini)에게 엔진 개발을 맡겼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는데, 비자리니는 “10마력이 늘어날 때마다 장려금을 주겠다”는 페루치오의 말만 믿고 성능에만 신경을 쓰고 말았다.

애초에 비자리니는 레이스를 좋아했고, F1에 참가하는 자동차의 엔진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최고출력 360마력을 발휘하는 12기통 엔진을 만들어냈다. 지금이야 별 것 아닌 출력이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데 엔진 출력은 그렇다 치고 엔진의

특성이 레이스에 적합한 것이어서 페루치오가 처음에 생각한 일반도로 주행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람보르기니

내에 비상이 걸렸고 엔진 개량은 다른 사람이 맡게 되었다.

개량에 참가한 사람이 지금도 레이스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장 파울로

달라라(Gian Paolo Dallara)’다. 그는 12기통이라는 기본적인 뼈대는 유지하면서 기화기를 조금 더 약한 것으로 바꾸고(다운

드래프트에서 사이드 드래프트 타입으로 변경), 기존의 드라이 섬프 윤활 방식을 제거하고 양산차에 널리

사용하는 웨트 섬프 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최고출력은 280마력으로

떨어졌지만, 일반 운전자가 다루기 쉬운 엔진으로 만들어졌다.

차체도 변경됐다. 프로토타입 그대로는 엔진을 탑재할 수 없었으니, 차체를 ‘카로체리아 투어링(Carrozzeria

Touring)’으로 보내 실용적으로 재설계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팝업 헤드램프가 제거된 350GT의 디자인은 이 때 나온 것이다. 그리고 1964년, 최고속도

250km/h를 달성하는 자동차, 350GT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당시 신흥 브랜드였던 람보르기니의 이름이 순식간에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폴 메카트니도 좋아했다

350GT의 첫 번째 고객은, 당시

이탈리아에서 모던 재즈로 인기를 누리고 있던 드러머, 쟘피에로 쥬스티(Giampiero

Giusti)였다. 그는 이 차를 오랫동안 소유했고, 동시에

‘람보르기니에서 가장 오래된 시판 자동차’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이 차는 람보르기니의 클래식카 복원 부서인 ‘폴로

스트리코(Polo Storico)에서 한 번 복원됐고, 2019년에

상을 받을 정도였다. 지금도 람보르기니 행사 등에 등장하고 있다고.

그리고 1965년에는 기존 엔진의 배기량을 4.0ℓ로 늘린 400GT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차체에 알루미늄을 사용했지만, 400GT부터는

보닛과 트렁크 리드를 제외하고 철판으로 바꿨다. 헤드램프도 시비(CIBIE)가

제작한 타원형에서 헬라(HELLA)가 제작한 4개의 원형으로

변경됐다. 400GT를 구매한 사람들 중에는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메카트니’도

있다. 그는 1968년식 붉은색 400GT를 구매해 약 10년간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람보르기니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12기통 엔진은 아벤타도르 울티메와

함께 이제 자연흡기로는 마지막이 된다. 다음 모델은 아마도 그냥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PHEV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12기통 엔진이 언제나 깨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람보르기니가 과연 하이브리드에서도 자연흡기 엔진처럼 충격을 줄 수 있을지, 그것은 2023년에 공개될 아벤타도르 후속 모델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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