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벤틀리 컨티넨탈 GT V8 & 메르세데스-AMG G63

  • 기사입력 2022.05.23 16:17
  • 기자명 모터매거진

두 대의 공통점이 있다. 동글동글한 눈을 가지고 있고 심장은 V8 트윈 터보 유닛이다. 모두 네 바퀴를 굴리며 전 세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알기 위해서는 타보는 수밖에···. 사심 가득한 기획으로 촬영을 추진하고 진행했다.
MERCEDES-AMG G63
신형 지바겐이 출시되자마자 강남 도로에 눈에 띄게 깔리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모델이지만 유난히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바겐은 오프로드를 위한 차다. 실제로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나지만 2억이 훌쩍 넘는 이 차로 오프로드를 즐기는 오너는 거의 없다. 제아무리 메르세데스가 승차감을 잡기 위해 하체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지만 지바겐은 프레임 보디다. 메인 프레임과 상부 껍데기가 따로 놀 수밖에 없다. 모노코크 보디의 SUV들이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을 선사할 때 지바겐은 동승자들의 동공을 크게 만드는 재주를 보인다. 게다가 몸무게도 무거워 연비도 좋지 않다. 8기통이라서 기름을 많이 먹는 거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6기통 디젤 지바겐도 식성이 좋다. 이렇게 보면 지바겐을 타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지바겐은 크게 두 가지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마초다운 매력이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훔친다. 그 어떤 길도 가리지 않고 각이 잡힌 외모는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드림카로 자리 잡았다. 해치에 달린 스페어타이어, 무자비하게 던져야 닫히는 도어는 이 차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컬러 소화 능력도 훌륭하다. 블랙은 강하고 실버는 세련되고 화이트는 화려하다. 시승차는 진한 그린이라 앞의 세 컬러의 장점을 약간씩 모아 드러낸다. 이 독보적인 디자인은 체격 좋은 근육질의 남자가 타도 어울리고 곱상한 이가 내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바람에 날아갈 듯한 여성이 지바겐을 몰면 그야말로 반전매력이다. 이런 방식으로 운전자의 액세서리가 되어 주는 모델이 지프 랭글러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있다. 그러나 결이 완전히 다르다. 차에 관심 없는 사람도 지바겐은 비싼 줄 알기 때문에 대중적인 슈퍼스타 포스가 풍긴다.  
디자인 다음으로 지바겐의 매력은 파워트레인이다. 어쩌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AMG 심장을 품고 있다. V8 4.0ℓ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6.6kg·m의 괴력을 생산하고 9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5초다. 적당한 토크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슈퍼카 브로셔에 적힌 수치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달려봐도 생각보다 빠르다. 별 기대를 안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다.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앞머리를 치켜 들고 튀어 나가는데 전혀 불안하지 않다. 이때 프런트 그립이 부족하지 않아 마음 놓고 가속력을 즐길 수 있다.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속도가 붙어 있는 상태면 어지간한 차로는 지바겐을 추월할 수 없다.
승차감이 나쁘다는 소리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불만은 없다. 단단하긴 하지만 이전 세대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랭글러 정도로 보디와 프레임이 따로 노는 느낌이 나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든다. 복합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 보면 상·하체의 리듬이 안 맞을 때가 있지만 거동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다. 인상적인 것은 고속안정감이다. 공기저항을 제대로 받는 디자인인데 차체가 붕 뜨지 않는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독일차 특유의 노면과 밀착되는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못하지만 여유로운 고속크루징이 가능하다. 단, 윈드실드가 빳빳하게 서 있는 관계로 A필러 쪽으로 풍절음이 들려온다. 풍절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전 세대보다 윈드실드를 살짝 눕히고 사이드미러도 유려하게 빚었지만 어쩔 수 없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 차의 장르와 구조를 이해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바겐 하면 배기 사운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규제 때문에 볼륨이 줄었지만 여전히 박력 터지는 사운드다.
이 두 가지 매력으로 지바겐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시계 세상의 롤렉스처럼 메르세데스는 언제나 부의 상징이다. 더 비싼 브랜드도 있지만 모두가 아는 차 브랜드 중에서 가장 고급스럽다. 이런 브랜드 이미지에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가격표를 가지고 있으니 그 가치가 더 올라간다. 도로에 널린 차들 사이에서 무채색 페인트를 입어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바겐. 단순히 장르에 맞지 않는 용도로 사용되어 안티팬도 많지만 그들도 지바겐을 선물한다면 절대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BENTLEY CONTINENTAL GT V8셀럽 킴 카다시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왜 타투를 하지 않았는지. 이에 그녀는 기가 막히게 답했다. 벤틀리에 스티커 붙이는 거 봤냐고! 맞다. 벤틀리는 예술 작품이고 여기에는 작가 이외에는 절대 손대면 안된다. 이렇게 벤틀리는 단순히 자동차를 넘어 예술 작품으로 여겨진다. 동거한 적 있는 롤스로이스와 비교하면 벤틀리의 인지도가 더 높고 인기도 많다. 이유인즉슨 할리우드 스타들의 애마로 사랑받으면서 많은 스틸 컷으로 차에 무관심한 이들 머릿속에 들어갔다. 아름다운 라인에 스포티해 보이는 외모로 많은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실제로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차이는 ‘스포티함’이다. 벤틀리는 과거 수많은 레이스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르망의 전설이기도 하다.
벤틀리에는 크게 3가지 모델이 라인업을 이루고 있다. 오늘은 벤틀리의 에이스 컨티넨탈 GT를 호출했다.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처음으로 함께 촬영했을 때는 블랙 수트를 입은 컨티넨탈 GT였다. 관리하기 어려운 컬러지만 무게감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화이트 수트를 입었다. 보다 나이가 어려졌고 디자인 디테일이 더욱 돋보인다. 컨티넨탈 GT는 벤틀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델이며 그 어떤 양산차 보다 뛰어난 디자인을 지녔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누가 봐도 넋이 나간다. 동글동글한 눈동자는 귀여운 기색 없이 호사스럽게 빛나기만 한다. 측면 실루엣과 패널의 굴곡은 벤틀리의 금형 기술 수준을 말해준다. 이전 세대와 달린 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했기에 극단적으로 짧은 프런트 오버행으로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다.
5성급 호텔과 잘 어우러지는 실내로 들어간다. 시선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모든 파츠가 정성스레 만들어져 어느 하나에 편애는 금물이다. 엔진을 깨우고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한다. 컨티넨탈 GT 후드 안에는 대형 파워 유닛이 탑재되어 있다. V8 4.0ℓ 엔진에 터빈 두발을 달았다. 최고출력 542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파워를 자랑한다.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초, 최고시속은 무려 318km에 달한다. 12기통 트림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8기통 모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가볍고 포르쉐와 아우디 고성능 모델에 널리 사용되는 만큼 퍼포먼스와 내구성이 보장되는 것 같으니까.
아이들링 시 약간의 부밍음이 캐빈룸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벤틀리 하면 무조건 얌전한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은 거친 성격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로켓처럼 날아간다. 고성능 독일차의 가속감과 유사하다. 뭔가 기계적으로 잘 맞아떨어지면서 전진한다. 하체 세팅이 국내 도로에 최적화되어 있어 전혀 불안하지 않아 마음껏 출력을 쏟아낼 수 있다. 가지고 있는 힘이 많더라도 하체가 받쳐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허나 컨티넨탈 GT는 자신의 능력 끝까지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늘 광고에서만 보던 벤틀리가 가진 레이싱 헤리티지가 거짓은 아니다. 이러한 세팅은 절대로 쉽지 않다. 댐퍼 스트로크 길이와 에어 스프링의 크기와 압력을 설정하려면 제대로 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하우 한 스푼 넣고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 벤틀리는 이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포르쉐의 하체 세팅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컨티넨탈 GT도 그에 준한다.
코너링 성능도 제법 괜찮다. 큰 차는 아니지만 무겁다. 2t이 넘는 공차중량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코너를 잘 탄다.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이상적인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아 스로틀 개폐량만으로 라인 수정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피드백도 꽤나 솔직한 편이라 타이밍을 잡기 수월하고 복합코너에서 섀시가 엉키는 일도 없다. 일부러 코너를 돌면서 제동을 걸어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다. 컨티넨탈 GT에는 근사한 모노블록 캘리퍼가 앞과 뒤 모두 달려 있는데 단순히 멋으로만 이렇게 큰 브레이크 시스템을 단 게 아니었다. 제동 성능은 컨티넨탈 GT를 붙잡기에 충분하다.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사리 지치지 않는다. 정말이지 오버 스펙이라 든든하다.  
이렇게 컨티넨탈 GT는 달리는 재미가 있다. 단순히 예뻐서 구매한 이들은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는 것이다. 소싯적 퓨어 스포츠카로 와인딩과 트랙 주행을 즐겼지만 이제는 이런 차로 이렇게 달리는 게 더 재미있다. 손과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며 적극적으로 타는 것보다는 안전이 보장된 울타리 안에서 여유롭게 노는 게 좋다. 이러한 매력은 분명 나만 아는 게 아니라 오너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고 드림카로 점 찍어 놓은 이들은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타보지 않아도 드림카지만 타보면 진짜 드림카가 되는 컨티넨탈 GT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BENTLEY CONTINENTAL GT V8길이×너비×높이  4850×1965×1405mm  |  휠베이스 2851mm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996cc  |  최고출력  542ps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8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AWD연비  8.3km/ℓ​  |  가격  3억3600만원SPECIFICATIONMERCEDES-AMG G63길이×너비×높이  4880×1985×1975mm  |  휠베이스 2720mm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982cc  |  최고출력  585ps최대토크  86.6kg·m  |  변속기  9단 자동  |  구동방식  AWD연비  ​​​5.9km/ℓ​  |  가격  2억14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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