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 기사입력 2022.05.23 14:2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미국의 대통령, 조 바이든이 한국에 왔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고는 하나, 그 행보는 대통령보다는

기업인 그리고 기업들 그 자체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삼성전자를 찾아 이재용

부회장과 만났고, 22일에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현대차그룹을 찾아 정의선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100억불 이상 미국 제조분야 투자 발표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당연히 반발이 심할 것이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제조에 몸담고 있는 근로자들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물론 당장은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도

생산하지만, 앞으로 엔진이 점점 사라지고 전기차만 남는다면, 필요한

근로자는 크게 줄어든다. 그 와중에 국내가 아니라 미국에 투자를 해 새로운 공장을 짓고 미국 내 8천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하니 ‘일자리를 뺏긴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것이다. 수출해야 하는

자동차들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그래서 판매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면 그게 제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어느 나라라도 자국의 산업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수입하는 물품에 교묘하게 세금을 붙이고, 비싸

보이도록 만든다. 때로는 ‘불공정 무역’이라는 제제를 받아가면서까지 그렇게 한다. 그것은 예전에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때는 그나마 후면에서 공작(!)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보호무역이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전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로 인해 외국에서 자동차를 저렴하게 만들어 미국으로 갖고 올 예정이었던

포드 등 미국 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급하게 노선을 바꿔 미국 내 생산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그 결정에서 폭스바겐 등 외국 회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저물고 조 바이든 시대가 왔을 때, 그

보호무역은 과연 사라졌을까?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더 철저하게

준비되고 발효되었다. 그것도 전 세계적인 화두인 ‘친환경’을 기반으로 해서 말이다. 미국 정부는 관용차를 2035년까지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 또는 수소차 중에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승용을 선택할 것이니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용차만 해도 64만

대가 넘으니, 규모가 크다.

게다가 전기차 구매 조건에서 주행거리나 성능을 따지는 게 아니다. 미국

땅에서 미국인 노동자의 손으로 조립한 전기차여야 하고, 미국에서 생산한 부품 50%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 자동차노조(UAW)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 북미법인의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것을 보면 이 부분은 감당해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연하지만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2021년 미국 수출 물량은 787,702대로 꽤 많다. 기아차와 제네시스까지 합하면 1,489,118대에 달하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실적이다. 북미 시장이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전용

모델까지 만들어서 판매한다. 현대 팰리세이드는 애초에 북미 시장을 노린 모델이고,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는 미국에서만 생산, 판매한다. 기아 쏘울도 한국에서는 단종됐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많이 팔린다.

그러다 보니 미국 정부가 원하면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 만약

짓지 않는다면, 미국은 수출하는 자동차에 세금을 메겨 값을 높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팔기 어렵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그런 미국 정부의 정책에 숙여야 되는 브랜드들이 현대차그룹만은 아니라는 점일까. 그 폭스바겐조차

미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CEO가 직접 나서서 ‘폭스바겐

ID.4는 미국 땅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만든 자동차’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바이든은 혁신과 배터리 및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현대차그룹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미국 시장이라는 전 세계에서도 거대하기로는 손꼽히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도록 만든다. 시장의 힘이 무시무시하고, 국내 시장은 규모 면에서 아직 북미 시장을

못 이긴다는 간단한 이야기다. 이제 기대할 것은 현대차가 투자를 한 만큼 제대로 미국 시장에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동차 연구 개발과 직원들의 풍족한 삶에 투자해 줄 것을 바라는 것 뿐이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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