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로 시작해 토요타의 즐거움이 되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 기사입력 2022.05.16 15: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레이스 그리고 고성능에 무언가를 걸고 있는 브랜드는 그 아래 고성능이나 스포츠를 대변하는 서브 브랜드를 두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토요타에서 스포츠를 대변하는 서브 브랜드는 무엇일까? 바로 GR이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GR의 엠블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먼저

토요타의 역사를 조금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현 사장인 ‘도요다 아키오’로부터 GR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요다 아키오는 도요다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일 자체는 평범하게 하고

있었다. 1996년, 당시 그의 위치는 ‘업무 개선 실장’이었고, 중고차

검색을 위해 이미지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처음에는 ‘GAZOO’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그 때는 중고차 판매점에 전용 단말기를 설치하고 중고차 사진을 검색하는 것이었는데, 업무가 확대되어 1997년에 회원 전용 웹사이트를 열었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GAZOO.com’이다.

토요타는 당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라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웹사이트 내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이다. 그 때는 그래도 토요타가 스포츠카에 힘을 쏟았던 때라 콘텐츠가 풍부했다. 당시만 해도 미드십 스포츠카 MR2와 고성능 스포츠카 수프라(A80)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단에도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소위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있었다.

문제는 그 라인업이 점차 축소되어갔다는 것이다. 수프라는 2002년에 배출가스 규제라는 직격탄을 맞고 사라졌으며, MR-S도

2007년에 단종됐다. 이 무렵 토요타는 전 세계 판매 대수

1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토요타는 지루하다’, ‘원하는 자동차가

라인업 내에 없다’는 이야기가 매일 들려왔다. 그 즈음 도요다

아키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도요다 아키오는 사내에서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그의 이름은 나루세

히로시(成瀬弘). 그는 기다렸다는 듯 아키오에게 말을 쏟아부었는데, “토요타 내에서는

우리들처럼 목숨을 걸고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잊지 말아라”가 유명하다.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은 아키오는 그 동안 즐기던 골프를

그만두고 그를 스승으로 모시며 직접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요타 내에서 ‘가주 레이싱’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7년, 둘은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에 도전했다. 당시에는 정식 이름이 아니라 ‘사내 동호회’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토요타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중고 알테자(국내명 렉서스 IS200)를 구매해 참전했고, 도요다 아키오도 ‘모리조’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해였는데, 개발

도중이었던 렉서스 LF-A(당시에는 이런 이름이었다)를 그대로

출전시켰던 것이다.

레이스가 자동차를 단련시킨다

“아키오 군. 레이서가

되라는 것이 아니야. 우선은 이 자동차가 사랑스러운지 미운지를 알아야 해. 자동차와 대화를 하는 거야. 자동차는 생물이기 때문에 계산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아. 대화를 하지 않고 계산만으로 만들면 가전제품이나 다를 게 없어.” 도요다 아키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나루세 히로시는 2010년 6월, 렉서스 LFA 뉘르부르크링

패키지를 시험하던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963년부터 일을 시작해, 미드십

스포츠카 개발을 위해 1년간 주말마다 자진해 산길을 달릴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그의 스포츠카 혼이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 의지는 아키오가 확실히 이어받았다. 좋은

자동차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없지만, ‘달리고 싶어지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아키오의 행보가 이어졌다. 밟은 만큼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가속, 돌린 만큼 솔직하게 회전하는 스티어링, 운전을 능숙하게 만들어주는

자동차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이 정식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이후 가주 레이싱의 행보는 그칠 줄을 모른다. 2007년부터 꾸준히

참가해 온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2019년 이후는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휴식 중), WRC의 전설 ‘토미

마키넨’을 영입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하이브리드 WRC,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일본 내 내구 레이스 ‘슈퍼 타이큐’등 많은 레이스에서

GR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동차가 등장했다. 한 때 단종됐던 후륜구동 코롤라(AE86)를 토요타 GT86 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키더니, 이번엔 그 후속작 GR86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한 때 전설로 불렸던 수프라는 GR 수프라가 되었고, 이번에 매니아들의 요구에 응해 수동변속기 탑재 버전이 등장했다. 그리고

WRC에서 축적한 기술로 만든 GR 야리스, GR 코롤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위를 바라보고 있는 고성능 모델, GRMN(Gazoo Racing Meister of Nurburgring)도 빼놓을 수 없다.

GR86은 순수하게 운전의 즐거움을 논하는 자동차다. 해외에는 자동변속기 모델도 준비되어 있지만, 국내에는 현재 수동변속기

모델만 준비하고 있다. GR86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엔진의 힘이나 패들시프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어를 넣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직접 당기면서 자동차의 솔직한 움직임을

알아가고 콘트롤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GR86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요즘 자동차에서 흔히 찾기 힘든 즐거움, 그것이 토요타 가주 레이싱에

있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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