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심장으로 달린다! 르노코리아 SM6 WITH 알핀 A110 GT

  • 기사입력 2022.05.13 14:0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스포츠카의 심장을 가진 세단이 있다. 숫자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느낌이 있다. 스포츠카와 함께 달려보면, 그 진가는 더더욱 잘 드러난다. 이 무대에 세단이 스포츠카와 나란히 섰다.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스포츠카를 원하게 된다. 유려한 라인을 갖고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는 로망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그 스포츠카에 다가가지 못한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함께, 자녀와 함께 그리고 부모와 함께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만약 선택할 수 있다 해도 선뜻 스포츠카를 선택하지 못한다. 오늘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세단으로 그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세단을 선택하며 스포츠카를 포기해야 할까? 누군가와 함께하며 자신도 소중하게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스포츠카의 심장을 가진 세단이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한다면 기름값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에 무슨 이야기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소개할 것은, 출력은 확보하면서 아주 매콤하게 회전하는 그리고 연비도 확보하는 적절한 배기량을 가진 터보차저 엔진이니 말이다.

‘그런 적절한 엔진을 스포츠카에 탑재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눈앞에 있는 이 두 대의 자동차를 보고 놀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숙성을 더하고 여전히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는 세단, 르노코리아 SM6, 그리고 유려한 라인과 매콤한 주행 능력을 동시에 지닌 스포츠카, 알피느 A110 GT다. 국내에서 정말 접하기 어려운, 아니 거의 불가능한 알피느를 어렵게 모셔 온 김에, SM6에 담겨 있는 매콤한 주행 능력과 감성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Un Parisien qui sait rouler vite quand il le faut,RENAULT KOREA SM6SM6의 디자인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없으리라. 마치 영원을 사는 것처럼,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매력적인 라인과 이후로 르노 내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ㄷ’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은 그 매력을 전혀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성숙했다고 말해야 할까. 중세 기사의 투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릴 역시 그렇다. 가로로 긴 라인을 지니면서 노 형태를 가진 테일램프는 이제 유려한 그래픽으로 존재감을 발산한다.측면에서 보는 라인이 꽤 아름답다. 세월이 흐르면서 루프 라인을 트렁크 리드 끝까지 뽑아내는, 마치 쿠페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세단이 많아진 지금에 와서도 SM6는 건재하다. 오히려 제대로 된 트렁크를 갖고 있기에 더 돋보인다고 해야 할까. C필러를 장식하는 오페라글라스가 라인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면서 뒷좌석 공간까지 확보한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19인치 휠. 이로 인해 국내에서 세단의 휠을 크게 만드는 유행이 일어났다.실내는 실용적인 공간이다. 그 안에 재미가 있다면,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를 잡는 감각일 것이다. 여기에 착좌감이 좋은 시트에 앉는 그 느낌이 더해진다. 가족을 배려하는 것과 동시에 운전자에게도 ‘스포츠카의 그 맛을 조금은 챙겨도 좋다’라고 이야기한다. 센터 콘솔에 있는 작은 다이얼을 누르고 돌려서 주행 모드를 빠르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것, 스포츠 모드에 돌입하면 앰비언트 라이트가 빨갛게 물든다는 사실이 주행에 대한 욕구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자, 이제 달려볼 시간이다. 알피느 A110 GT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린 후 지그시 밟아본다. 마음을 급하게 가지지 말자. 오른발을 짓이긴다고 해서 무조건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어 노브를 D에서 살짝 왼쪽으로 민 뒤에, 앞뒤로 조작하며 적절한 기어 단수를 찾는 게 중요하다. 엔진 회전이 올라가면 갈수록 조금씩 오른발에 서서히 힘을 주며 회전과 힘, 뛰쳐나가는 트랙션을 느끼는 것이다.

거친 회전은 없다. 회전이 올라갈수록 기분 좋은 음색을 토해내고, 오른발에는 규칙적인 진동이 전해진다. 만약 알피느를 쫓아가고 있다면, 이즈음에서 하모니가 들릴 것이다. 4개의 피스톤을 가진 엔진과 엔진이 모여, 마치 8개의 피스톤을 가진 것처럼 구현되는 합주를 말이다. 그 합주 끝에 간간이 후연소음이 들려와도 놀라지 말자. 그것이야말로 즐거움을 위한 어긋남이다. 그것으로 주행이 더 완벽하게 다듬어진다.
자동변속기의 시대가 되면서 변속을 하는 재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저 기어를 D에만 놓고 주행한다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SM6는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DCT를 탑재해 변속하는 재미를 두었다. 요령은 꽤 간단해서, 앞서 말한 대로 기어 노브를 조작해가며 회전을 높인 뒤, 레드존에 돌입하기 전에 가볍게 기어를 올리거나 코너 스피드에 맞춰 브레이크를 밟은 뒤 가볍게 기어를 낮추면 된다. 일부러 전해지는 작은 충격으로 인해 맛이 살아난다.

쫓아갈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앞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이럴 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저속은 물론 중속을 지나 고속 영역에 들어서도, 오른발에 힘을 주는 방법에 따라 아주 진중하게 그리고 믿음직하게 차체를 앞으로 밀어낸다. 알피느처럼 뒤에서 밀어내는 감각은 없지만, 앞에서 끌어주는 감각도 꽤 좋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해야 하는 것이 있다. 르노는 앞바퀴 굴림 자동차를 잘 만든다는 그 사실 말이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쭉 뻗은 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앞에서 알피느가 춤을 추며, 꽤 우아하게 코너를 빠져나가려 한다. 군더더기가 없는 저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겠냐고?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르노의, 아니 SM6의 잠재력을 너무 우습게 봤다. 겉으로 보이는 서스펜션이 전부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이 ‘쫀득하다’고 칭찬하는, 자동차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잘 소화하며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이 감각은 직접 느껴봐야 안다.

그 감각을 이끌어내려면, 코너를 빠르게 달릴 줄 아는 요령과 차분함이 필요하다. 머리는 차갑게, 심장은 뜨겁게 유지해야 한다. 속도를 맞추고 보닛과 앞바퀴를 코너로 넣었다면, 오른발을 가속 페달에 올리고 조금만, 아주 조금만 힘을 주자. 차체가 코너에 맞춰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 그래도 오른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퀴가 비명을 지르기 바로 직전, 기울어지기 시작한 차체가 서서히 돌아올 때가 찬스다.
그때부터 코너에 맞춰 감았던 스티어링을 조금씩 풀어가며 오른발에 조금씩, 더 조금씩 힘을 주면 아주 예술적인 코너 탈출 속도가 만들어진다. 그저 단단하기만 한 차라면 알 수 없을 그 감각이다. 이 쫀득함은 운전의 재미를 찾는 이들에게 그리고 더 빨라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군이 되는 재미다. 자동차의 움직임과 제어의 혼연일체, 그것을 누구에게나 쉽게 느끼도록 해 주고 잠재력을 키우게 만드는 그것이 바로 SM6의 진정한 모습이다.

앞에서 달리던 알피느가 꽤 놀란 것 같다. 분명히 스포츠카임을 알리며 무언가를 자랑하고 싶었을 것인데, 어느새 코너를 탈출해 뒤를 잡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다시 직선을 만나며, 앞을 향해 달려 나간다. 아마도 다음 코너에서 다시 한번 거리를 벌리고 싶겠지만, SM6는 스포츠 세단이니 그렇게 못 하리라. 그 알피느의 뒷모습을 감상하며, 내 생각이 맞았다고 확신을 가지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그리고 또 하나의 틀림을 상기하며 부끄러워진다.
맞은 것은 ‘스포츠카의 심장을 가진 스포츠 세단’이다. 출력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도, 같은 엔진을 지녔기에 알 수 있다. 회전 감각도 힘을 내는 방법도, 느껴지는 트랙션도 같다. 틀린 것은 ‘심장은 같아도 코너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 자동차의 장기를, 아니 르노의 진심을 순간 잊어버릴 뻔했다. 그저 편한 세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대로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자동차를 만드는 게 특기였다는 것도 말이다.

이제 잠시 알피느 A110 GT를 즐겨본다. 앞에서 울리는 감각과 뒤에서 울리는 감각이라는 차이는 있다. 그런데도 회전 감각과 고동, 트랙션은 동일하게 느껴진다. 미러로 살짝 뒤를 보니, 매력적인 형태의 SM6가 열심히 따라오고 있다. 역시 좋은 차다. 운전이 조금 서툴러 보이지만, 이 알피느를 제법 잘 따라오고 있다. 운전석에 슬쩍 비치는 운전자의 얼굴에 옅게 미소가 드리워지고 있다.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나 보다.

드리프트 킹이자 전설적인 레이서, 츠치야 케이치(土屋 圭市)의 어록이 생각난다. “빠르게 달리는 데 있어 앞바퀴 굴림이니 뒷바퀴 굴림이니 하는 무의미한 논쟁은 필요 없다”라는 것 말이다. SM6는 빨리 달릴 수 있고, 기분 좋게 회전할 수 있으며 기민하게 멈출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편안함을 챙길 수 있고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실용성도 갖췄다. 스포츠카의 심장을 가진 세단은 그렇게 다시금 만능이 되고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SPECIFICATION
RENAULT KOREA SM6 TCe 300
길이×너비×높이  4855×1870×1460mm
휠베이스  281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 1798cc  |  최고출력  ​​225ps
최대토크  30.6kg·m  |  변속기  7단 DCT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1.6km/ℓ
가격  3387만원
FRENCH HARDCORE RENAULT ALPINE A110 GT
글 | 안진욱
앞 페이지에 나온 르노코리아 SM6와 같은 파워트레인을 품고 있는 스포츠카를 만났다. 4기통 1.8ℓ 터보 엔진이 달린 스포츠카? 그리 기대되지 않는다. 허나 하드웨어 스펙을 더 읽어 보면 생각이 점점 바뀐다. 우선 공차중량이 1.1t이 살짝 넘는다. 정말 가볍다는 것이다. 엔진 튜닝을 통해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파워를 자랑한다. 가벼운 차체에 이 정도 힘이면 보통의 400마력 중반 정도 되는 스포츠카 수준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초다. 최고시속은 275km에 달하며 후륜구동에 미드십이다. 이제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옹골찬 배기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한다. 4기통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준수한 음색이다. 스로틀이 닫힐 때마다 백프레셔도 터져 흥이 난다. 차가 워낙 가볍다 보니 가속력이 매콤하다. 7단 듀얼 클러치는 변속 속도가 빠르고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어서 스포츠 드라이빙에 유리하다. 작은 차체로 경쾌하게 달리니 용기가 점점 생긴다. 일반 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지키며 달려도 즐겁다. 매 구간 파워가 있으니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맛이 좋다. 이 힘은 고속도로에서도 계속된다. 배기량이 크지 않지만 잘 빚어 놓은 실루엣에 300마력으로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에 고속안정감도 괜찮다. 휠베이스가 짧고 하체가 단단해 고속에서는 불안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이 녀석은 무조건 산길을 가야 한다. 무조건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차는 코너를 잘 타고 얘는 가볍고 무게 배분과 하체 세팅(앞뒤 더블 위시본)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우선 스티어링 기어비가 촘촘해 앞머리가 방향을 정확하고 빠르게 잡는다. 댐퍼 스트로크는 짧고 스프링레이트는 그리 강하지 않은 것으로 매칭해 깔끔하지 않은 노면에서도 트랙션이 유지된다.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이상적인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다. 가속페달로 쉽게 라인 수정이 가능하며 만약 더 예리하게 코너를 타고 싶다면 타이어만 스퀘어 세팅으로 맞추면 된다. 완벽한 뉴트럴스티어를 보여줄 거다. 복합코너에서 주눅 들지 않는다. 타이어 스키드음을 듣기 힘들 정도 코너링 한계가 높은데 넓지 않은 타이어의 모든 면적을 다 사용하며 미꾸라지처럼 복합코너를 탈출한다. 뒤가 빠르게 따라오는 게 아니라 앞과 함께 어디든 들어가는 느낌이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만족스럽다. 파워를 다스리기에 충분하다. 브레이크스티어나 노즈다이브와 같은 불안한 모습도 비추지 않는다. 또한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잘 견디며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줄여도 거동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페달의 답력은 무거운 편이라 브레이킹 컨트롤에 용이하며 스트로크도 일반 차보다는 짧다. 브레이크 시스템에 불만은 전혀 없다. 차가 가볍다 보니 확실히 브레이크나 타이어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
시승은 끝났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모델인데 운 좋게 탔다. 굉장히 매력적인 차다. 근래 보기 힘든 퓨어 스포츠카다. 퓨어를 논할 때 파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경량이라는 부분에 포커스가 간다. A110 GT는 가볍고 파워도 있다. 정확하게 돌 수 있고 완벽에 가까운 트랙션으로 위험한 상황으로 운전자를 보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다. 작은 차지만 건장한 남자 둘이 타더라도 어깨가 살짝 닿긴 하지만 불쾌하지 않다. 게다가 통통 튀는 승차감이 아니라 장시간 주행에서도 몸이 피로하지 않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최대 하드코어를 보여준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에 성격도 온순하지만 확실하게 놀 줄 아는 진짜 스포츠카다. 
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178×1798×1252mm  |  휠베이스  2419mm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 1798cc  |  최고출력  ​​300ps최대토크  34.7kg·m  |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RWD복합연비  ​​-  |  가격  -글 | 유일한,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차량협찬 | PITSTOPPITSTOP피트스탑은 자동차 직수입과 함께 튜닝용 부품을 수입, 판매하는 곳이다. 현재 토요타 GR 야리스, 알피느 A110 등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특이한 자동차들을 수입하고 있으며, 로위 엔진오일, 톰스 튜닝 부품, 바그너 튜닝의 공식 수입원이기도 하다. 자동차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제공하는 The Ultimate Motor Playhouse를 모토로 한다.홈페이지 : http://www.pitsto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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