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8 V10 플러스

  • 기사입력 2018.02.15 14:09
  • 기자명 모터매거진

 

Dynamic photo,

Colour: Ara Blue

아우디에서 가장 갖고 싶은 차는? 아우디에서 가장 예쁜 차는? 아우디에서 가장 빠른 차는? 이 질문에 대다수는 R8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2008년 데뷔한 R8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지금 보더라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토니 스타크도 탔고 강남 부자들도 많이 탔다. 2015년 모델 풀 체인지를 거친 2세대 R8이 등장했다. 가정사로 국내에서는 인사가 늦어졌지만 드디어 2세대 R8이 내 앞에 있다.

이전 세대가 둥글둥글하며 순한 이미지였다면 2세대의 첫인상은 날카롭다. 직선을 사용해 차가운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새로운 R8이라는 느낌은 전달되지만 1세대처럼 파격적인 맛이 없어 아쉽다.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아우디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은 모양이다. 허나 눈길이 끌리며 디테일은 현대적으로 살려 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37개 LED 구슬을 박은 헤드램프는 레이저 상향등을 포함하고 있다. 최대 600m까지 비출 수 있고 LED 상향등 대비 조명 거리는 2배 길고, 3배 밝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포토그래퍼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곳이 옆모습이다. 미드십 모델답게 일반차와는 완전 다른 프로포션을 가지고 있다. 낮은 차체에 프런트 오버행은 길고 리어 오버행은 극도로 짧아 언제든 튀어나갈 것 같다. 도어 뒤로 카본 사이드 블레이드가 1세대와 마찬가지로 자리한다. R8의 상징이었던 이 파츠는 기다란 하나가 진화하면서 두 개로 나눠졌다. 덕분에 이전 세대보다 늘씬한 몸매처럼 보이게 한다.  

Static photo,

Colour: Ara Blue

차체 뒤쪽으로 발을 옮기니 빵빵한 엉덩이가 반긴다.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방향지시등을 담은 테일램프는 차체와 잘 어우러진다. 시승차는 플러스 모델이라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진 리어 스포일러가 달렸다. 미적지수와 다운포스를 높여주는 아이템이다. 매끈한 실루엣을 해치지 않아 마음에 든다. 리어 범퍼 하단에 위치한 디퓨저는 날이 바짝 서 있다. 공기를 정리 정돈할 뿐만 아니라 뒤따라오는 차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최신 아우디의 인테리어 컨셉트를 잘 녹여냈다.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운전자 중심으로 짜여 져 안정감이 들고 버튼을 최소화해 정갈한 맛이 난다. 애플 기기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여하튼 소재의 품질, 조립의 완성도는 수준 높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밑동을 자르고 타공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그립감이 우수하다. 패들시프트의 위치도 알맞다. 센터페시아에 디스플레이가 없는 대신 12.3인치 계기판에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이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Interior

시트는 레카로에서 만든 본격적인 버킷 타입이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되지 않는 일체형이지만 신통방통하게 나에게 잘 맞는다. 수많은 사람들을 앉혀 최적의 각도를 설정했나보다. 단단하지만 그리 불편한 정도도 아니며 타고 내리기에 힘들지도 않다. 시트포지션은 낮아 스포츠 드라이빙에 안정감을 준다. 날개도 두툼해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달리기에 빠질 수 없는 음악은 하이엔드 브랜드 뱅 앤 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이 책임진다. 작은 실내 공간에 무려 16개의 스피커를 숨겨 놨다. 중저음 영역이 강하지 않고 보컬이 돋보이는 성향이다. 때문에 록과 힙합보다는 팝이나 클래식이 어울린다. 그밖에 편의장비도 빵빵하다. 퍼포먼스만을 지향하는 차가 아니라 일상주행에서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모델임을 방증하기도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낮은 차는 특히 주차보조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Engine compartment

R8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파워 유닛이다. V10 5.2ℓ 엔진은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힘을 생산한다. 변속기는 S 트로닉이라 불리는 7단 듀얼 클러치가 장착된다. 1세대 모델의 싱글 클러치 변속기가 많은 질타를 받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쳐 듀얼 클러치로 교체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를 한 번 더 다듬어졌으니 더욱 믿음이 간다. 게다가 콰트로 시스템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 3.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시속은 330km다. 그 누구에게도 스펙으로 꿀릴 일은 없을 것 같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묵직한 중저음의 배기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큰 도로로 나와 유유히 차를 몰아본다. 승차감은 여느 스포츠 쿠페 수준이다. 서스펜션이 단단하지만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한다. 데일리카로 사용하더라도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다.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타도 좋다. 스티어링 휠의 감도가 무겁지 않고 변속기가 저단에서 울컥거리는 현상도 없다. 진짜 ‘보통차’와 다르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Detail

드라이빙 모드는 컴포트(Comfort), 자동(Auto), 다이내믹(Dynamic), 개별 맞춤형(Individual)으로 총 4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시승 당시는 몰랐던 마른 노면(Dry), 젖은 노면(Wet), 그리고 눈 쌓인 노면(Snow)의 3가지 노면 상태에 따른 선택까지 가능하다. 또한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가속페달, 서스펜션의 댐핑 압력, 변속 속도, 스티어링 휠 감도, 콰트로 시스템의 구동 배분률, 주행안정화 장치, 그리고 가변배기 플랩 등이 조절되어 운전자의 입맛에 따른 최적의 세팅을 제공한다. 

드라이빙 모드는 다이내믹에 설정하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자동적으로 가변배기 플랩이 열리면서 숨겨왔던 목소리를 운전자에게 선보인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람보르기니 우라칸과 배기 사운드를 비교하자면 음색이 다르다. 우라칸이 조금 더 하이톤이며 자극적이며 R8은 톤이 낮고 부드럽다. 음량도 우라칸이 크고 스로틀을 닫았을 때 터지는 백프레셔는 우라칸이 폭력적이라면 R8은 비폭력적이다. 주변의 귀를 노골적으로 유혹하지는 못하지만 운전자의 입가를 올리기에는 충분하다. 

이 사운드를 등에 두고 환상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독일 프리미엄 3사 중 유일한 자연흡기 엔진이다. 정말 물건이다. 가속의 끝을 알 수 없다. 도로 위에 모든 차를 한꺼번에 제칠 수 있다. 초반에 불꽃을 피우고 후반에 꺼지는 터보차와 달리 고회전영역에서 더 신바람을 낸다. 저회전영역에서 부드러웠던 회전 질감은 타코미터 바늘이 솟구칠수록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이럴수록 엔진 반응속도는 더욱 빠릿빠릿해진다. 오랜만에 높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는 집중력을 보이며 주행하니 행복하다. 여기에 번개 같은 변속 속도가 어우러지는데 엔진과 변속기의 리듬이 잘 맞아떨어진다. 또한 7단 듀얼 클러치는 다운시프트에 적극적이어서 박진감이 넘칠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고속도로에 올라가도 지친 기색을 1도 내지 않는다. 이렇게 달릴 수 있는 것은 고속안정감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왼손은 스티어링 휠에 오른손은 기어 노브에 얹고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잘 빚어 놓은 실루엣과 앞서 말한 서스펜션의 공이다. 서킷에 중점을 둔 세팅은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공도에서는 트랙션 확보가 쉽지 않다. R8은 우리나라 노면에 딱 맞는 하체를 가지고 있다. 

Dynamic photo,

Colour: Ara Blue

스티어링 휠의 피드백이 재빨라 코너를 만나면 반갑다. 코너링 성향은 살짝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만 이 정도면 뉴트럴스티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당신이 코너 라인을 더 작게 그리기 위해 가속페달에 일찍 발을 가져가면 여지없이 오버스티어가 일어난다. 밸런스가 좋고 똑똑한 주행안정화 장치의 도움으로 쉽게 자세를 고쳐 잡을 수 있다. 주행안정화 장치는 개입이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걷는 내내 잔소리하는 엄마보다는 넘어지기 일보직전에 잡아주는 아빠랄까? 그렇지만 일반 운전자들도 어렵지 않게, 그리고 빠르게 운전할 수 있다. 반면 차 좀 탄다는 이들은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괴력을 다스리기에 충분하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운전자가 원하는 지점에 원하는 순간에 차를 세워준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페이드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코너에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움직임이 라인 안쪽으로 말리지 않아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일반차들보다는 무겁고 다른 슈퍼카들보다는 가볍다. 게다가 패드 소음이 심하지 않다.

R8과의 달콤살벌했던 데이트가 끝났다. 나를 포함해 독자들이 궁금한 것이 두 가지 있을 것이다. 먼저 엔진을 공유하는 람보르기니 우라칸과의 비교다. 최근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꿍따리 샤바라’를 떠올리면 되겠다. 흥이 주체되지 않던 원곡이 아이유를 통해 카페에서 듣기 좋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처럼 같은 재료를 사용했지만 R8이 훨씬 따뜻하고 포용력이 넓다. 반대로 운전자를 들썩거리게 하는 것은 우라칸을 따라갈 수 없다.

두 번째 궁금증은 바로 R8이 과연 슈퍼카인가다. 일단 슈퍼카의 정의가 확실하지 않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는 누구라도 슈퍼카라고 부르지만 포르쉐 배지부터는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성능은 그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슈퍼카 타이틀을 쉽게 얻질 못한다. 나에겐 지극히 개인적인 슈퍼카 덕목 3가지가 있다. 빠르고, 시선을 끌어 모으고, 비싸야한다. 내 기준에는 R8은 슈퍼카였다. 거기에 편하기까지 했다.

 

SPECIFICATION _ AUDI R8 V10 PLUS

길이×너비×높이  4425×1940×1250mm  |  휠베이스  2650mm  |  무게 1690kg

엔진형식 10기통, 가솔린  |  배기량  5204cc  |  최고출력  610ps

최대토크  ​​​57.1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모두)더블 위시본  |  타이어  (앞)245/30 R 20, (뒤)305/30 R 20

0→시속 100km  3.2초  |  최고속도  330km/h  |  복합연비  6.5km/ℓ

CO₂ 배출량  270g/km  |  가격  2억4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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