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향하는 이정표,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VS 아우디 RS E-트론 GT

  • 기사입력 2022.04.28 09:4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완벽하다. 이 말을 쓰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꼭 써야만 직성이 풀리는 매치다. 전기 스포츠카의 완전한 이상향을 그렸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품은 포르쉐와 아우디는 이정표를 세우고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 있다.

EXTERIOR두 전기 스포츠카를 나란히 세워보자. 우선 체형부터 꽤 비슷하다. 낮은 차체와 스포트백 형태의 루프라인, 두툼한 펜더를 통해 자랑하는 터질 듯한 근육까지는 거의 같은 차라고 보아도 될 정도다. 즉, 두 차 모두 무척 매력적인 외모인 것은 틀림없다.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 다른 디테일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특히 리어 펜더를 살펴보는 것이 꽤 재미있다. 먼저 포르쉐의 펜더는 우아한 곡선을 바탕으로 풍부한 볼륨감을 형성하고 있다. 마치 911의 엉덩이를 보는 것처럼 섹시함이 느껴진다. 펜더에서 리어 글라스까지 꽤 깊은 굴곡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반면 아우디는 리어 펜더에 기교를 부렸다. 펜더에 주름을 한 번 더 잡으면서 성난 근육을 표현했다.

프런트 펜더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아우디는 프런트 펜더도 리어 펜더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했다. 반면 포르쉐는 보닛을 더욱 낮게 깔고 프런트 펜더의 볼륨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아우디와는 다른 인상을 부여했다. 나아가 도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 역시 아우디가 더욱 선명하고 도어 하단의 라인 역시 아우디가 조금 더 공격적인 편이다. 결과적으로 아우디는 다이어트를 한 보디빌더처럼 더욱 선명한 근육을 자랑한다.

프런트의 인상은 포르쉐가 더 강렬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프런트가 더 낮게 만들어졌고 촉촉한 눈망울 때문이기도 하다. 포르쉐의 다른 형제들과는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이 낯설지만 반갑다. 반면 아우디의 앞모습은 기존의 디자인 언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싱글 프레임 역시 남아있으며 반전된 컬러를 사용하여 개성을 부여했다. 허니콤 패턴을 재해석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아우디 최초로 차체의 컬러와 동일하게 칠했다.

두 차의 하이라이트는 뒷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낮고 넓은 엉덩이에 장착된 디퓨저와 화려한 리어램프,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305mm의 폭을 자랑하는 타이어는 두 차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뒷모습의 전체적인 인상을 보자면 타이칸은 전반적으로 파나메라와 911을 적절히 섞은 모습이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911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반면 아우디는 RS e-트론 GT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부여했다. 앞서 말한 리어 펜더의 기교는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지며 그 형태가 무척 자연스러워 마음에 든다. 리어 램프의 디테일도 아우디가 더욱 복잡하고 화려하며 디퓨저의 형태 역시 더욱 공격적인 편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아우디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모습이고 포르쉐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번호판의 위치가 포르쉐는 리어 범퍼, 아우디는 트렁크라는 점도 작지만 큰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외에 세부적인 디테일을 조금 더 찾아보자. 휠의 사이즈는 두 차 모두 21인치로 같으며 디자인은 아우디 쪽이 조금 더 전기차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도어 캐치의 형태도 다른데, 포르쉐는 잠금을 해제하면 튀어나와 당기는 방식이고, 아우디는 바 형태로 되어있다. 충전구는 두 차 모두 양쪽 프런트 펜더에 위치한다. 운전석 방향은 완속 충전, 보조석 방향은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아우디는 평범하게 눌러서 여는 타입이지만 포르쉐는 가니시를 터치하면 자동으로 열린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 부분은 포르쉐 쪽이 훨씬 세련됐고 마음에 든다. 루프도 다르게 구성됐는데 포르쉐는 글라스 루프를, 아우디는 카본 루프를 선택했다. 포르쉐의 루프를 보고 강성 혹은 무게에 관해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겠지만, 포르쉐는 포르쉐답게 알아서 잘 해결했을 것이라 별로 걱정스럽진 않다.
INTERIOR
앞서 외관 디자인에서는 두 차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었지만, 인테리어의 방향은 명확히 다르다. 왠지 포르쉐는 클래식하고 아우디는 미래지향적일 것 같았는데 막상 문을 열어보니 그 생각과는 정반대의 인테리어가 반긴다.

우선 포르쉐의 인테리어부터 살펴보자. 디스플레이가 무려 4개다. 타원형 계기판,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 그리고 조수석 대시보드까지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새로운 전자제품의 사용법을 배우듯 기능을 익히고 적응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물론 이리저리 조작하다 보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빠릿빠릿한 작동 성능과 UI의 디자인과 모션들은 무척 세련됐다. 각 부분을 조작할 때마다 별도의 모션들이 존재하여 흡족하다.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를 비롯한 전반적인 디자인은 포르쉐 그 자체다. 타원형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곡률이 꽤 깊은 편이라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측 상단에 차고 조절과 댐퍼 세팅 등 주행 상황에 꼭 필요한 기능을 심어서 편리하다. 한 가지 큰 변화는 기어 레버가 디스플레이 우측 하단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덕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주차장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할 때 손을 꽤 허둥댔다. 스티어링 휠 왼편에 시동 스위치가 존재하는 것은 포르쉐의 유명한 전통이다. 타이칸은 그 위치에 전원 버튼으로 대체했다. 또한 크로노 그래프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위치에 자리 잡았다.
아우디는 앞서 말한 것처럼 클래식함을 선보였다. 무척 의외인 부분인데, 그 이유는 최근 아우디의 상위 라인업들은 공조기 조작을 디스플레이로 옮겼지만, RS e-트론 GT는 물리 버튼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가장 진보적인 모델인 이 녀석이 이런 클래식함을 가지고 있다니.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조금 더 마음에 든다. 아우디의 버튼 질감은 오래전부터 칭찬받은 부분이기도 하니 말이다. 대시보드는 상·하단이 분리되어 있고 역동적인 조형미를 강조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디스플레이의 UI 역시 기존 모델들과 차이가 없다. 원하는 기능을 찾아가기 쉬운 편인데, 이는 최근 아우디의 시승이 잦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기어는 크기가 무척 작아졌고, 전원을 켜는 버튼은 센터 콘솔 중앙에 마련되어 있다. 다만 옥에 티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MMI 컨트롤러다. 센터 콘솔의 컵홀더와 수납공간 사이에 있는 이 동그란 버튼은 소재와 모양새도, 쓰임새도 애매하다. 터치와 클릭이 혼합된 방식은 익숙하지만 굳이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막상 운전하면서 손이 잘 가는 위치도 아니며 스티어링 휠에서 조작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에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차의 스티어링 휠은 재미있는 비교 포인트다. 아우디는 타공된 가죽에 바텀 플랫 형태의 스티어링 휠을 사용했고, 림에도 살짝 각을 준 형태다. 또한 패들을 통해 회생제동의 단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포르쉐는 동그란 스티어링 휠을 사용했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도 포르쉐가 더 작다. 포르쉐의 스티어링 휠에 별도의 패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을 통해 즉시 원하는 드라이브 모드로 변경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차이점이다.

실내 공간은 두 차가 비슷하다. 그렇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평범한 사이즈다. 5m에 달하는 차체의 길이를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스포트백의 차체 덕분에 둘 다 헤드룸은 손바닥 하나가 들어가지 않는다. 레그룸 역시 주먹 한 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다. 또한 둘 다 1열 버킷 시트 때문에 2열에서는 전방 시야가 꽉 막혀 답답함이 느껴진다. 대신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장착한 포르쉐의 개방감이 그나마 더 나은 수준이다.
PERFORMANCE
두 차의 체력장에 앞서 두 차의 출력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유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에 S가 붙어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타이칸은 윈터 타이어를 장착했고, 날씨는 더 이상 춥지 않았기에 얼추 비슷한 상황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섀시를 사용하며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하고 타이어 사이즈와 휠 베이스까지 같으니 두 차의 운동 성능의 결이 얼추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었다. 같은 그룹 내에서 캐릭터가 겹치지 않도록 절묘하게 성향의 차이를 둔 것이 흥미로웠다.

두 차 모두 드라이브 모드를 빨리 달리기 위한 것으로 변경하니 우주선과 같은 소리가 난다. 그 소리의 결은 두 차가 비슷한 듯 다른데, 볼륨 자체는 포르쉐가 더 크고 리어 액슬에 장착된 2단 변속기의 변속이 이루어지는 시점의 소리도 무척 매력적이다. 이에 더해 전반적인 방음 수준은 타이칸의 확실한 승리다.
먼저 가속 성능은 당연히 포르쉐가 더 좋다. 타이칸 터보 S의 최고출력은 625마력이며, 부스트 모드(런치 컨트롤)를 사용하면 761마력까지 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최대토크는 무려 107.1kg∙m다. 웬만한 스포츠카, 아니 슈퍼카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큼 강력한 성능이다. 0→시속 100km 가속을 단 2.8초 만에 끝내니 말이다. RS e-트론 GT의 최고출력은 598마력, 부스트 모드(론치 컨트롤)를 사용하면 646마력까지 높아진다. 최대토크는 84.7kg∙m이며 0→시속 100km 가속에 필요한 시간은 단 3.3초다. 숫자만 말하면 체감이 잘 안될 텐데, 10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640마력이다.

가속할 때의 감각은 둘 다 비슷한 편이다. 최고출력을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는 것이 전기차의 강점인데, 둘 다 출력 곡선을 비교적 리니어하게 그린다. 가속하는 과정에서 찰나의 순간이지만 점진적으로 출력이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고배기량 엔진이 장착된 것 같은 넉넉한 힘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물론 가속 페달을 콱 밟으면 그야말로 순간이동을 해버리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고속으로 주행하고 있을 때 느껴지는 결은 다르다. 포르쉐는 스포츠카 그 자체라면 아우디는 GT카의 성향을 강조한다. 거친 노면을 달리거나 요철을 처리하는 과정은 포르쉐가 더 예민하고 아우디는 실내로 전달하는 충격을 최소화한 편이라 무척 편안하게 느껴진다. 분명 같은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하지만 이러한 세팅의 차이로 차별화를 이뤘다.
둘 다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반응이 재빠르다. 배터리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고, 앞뒤 무게 배분 역시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젓자 차이가 발생한다. 포르쉐는 롤링을 억제하여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고, 아우디는 비교적 롤링을 허용하는 편이다. 코너를 본격적으로 공략하면 차이가 발생한다. 우선 스티어링의 성향. 포르쉐는 뉴트럴에 가까운 언더스티어고, 아우디는 언더스티어 성향을 띈다. 그 때문에 포르쉐의 감각이 조금 더 예민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는 후륜 조향 시스템의 덕도 크다. 후륜이 살짝 조향되는 것만으로 휠베이스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맛이 일품이다.

아쉬운 점은 타이어의 상태다. 윈터 타이어는 비명을 일찍부터 지르기 시작하고, 물렁한 사이드월은 때때로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차체에서는 여유가 한참 남은 것으로 느껴졌는데, 타이어가 받쳐주지 못해 더 휘몰아치지 못했다. 반면 아우디는 앞서 말한 것처럼 언더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다. 대신 운전자가 제어하기 쉬운 언더스티어다. 탄탄한 트랙션은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고 코너링 중에 요철을 만나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전달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승차감과 성능을 모두 보장하는 서스펜션 세팅은 정말 기가 막힌 수준이다.
브레이크 세팅에서도 두 차의 성격 차이가 느껴진다. 우선 둘 다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를 장착했으며 앞 10피스톤, 뒤 4피스톤 캘리퍼와 맞물린다. 회생제동을 완전히 꺼버릴 수도 있어서 전기차 특유의 브레이크의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어 마음에 든다. 포르쉐는 브레이크의 답력이 초반부터 강한 편이기에 승차감을 위해서는 제법 신경 쓰면서 페달을 밟아야 한다. 대신 반응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기에 실력만 충분하다면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하다. 반면 아우디는 초반 답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편이라 일상적인 주행에서 비교적 편안하다. 다만 급하게 속도를 줄여야 할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페달을 더 깊게 밟아야 한다. 제동력 자체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답력의 세팅이 그러하다. 코너를 돌면서 제동을 걸더라도 두 차 모두 허둥대지 않는다. 코너의 안쪽으로 말려 들어 가지도 않고 원하는 라인을 그리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역시 기본기가 훌륭하다.

다만 두 차 모두 극복하지 못한 것은 무게다. 2.3t에 달하는 무게 때문에 타이어 그립의 한계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어떨까? 물론 공도에서는 차고 넘치는 브레이크지만, 트랙과 같이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주어지는 상황에서 2t이 넘는 무게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를 테스트해 본 멋진 독자가 있다면 꼭 우리에게 알려주길 바란다.
CONCLUSION
한 집안이기에 같은 점도, 결국 다른 두 집이기에 다른 점도 존재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두 차 모두 전기 스포츠카의 이정표와 같다는 것. 여태 전기차의 운동 성능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면 이 두 차를 꼭 타보아야 한다. 달리고 서고 도는 재미가 완벽한 스포츠카들이다. 한 집안의 깃발 아래서 “마땅히 이래야 하는 것 아니야?”라며 경쟁자를 내려다보고 코웃음 치는 녀석들이다. 이번 매치를 마무리하면서 전기 스포츠카에 대한 걱정이 완벽히 사라졌다. 둘 중 한 대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무척 부러워졌다. 승패가 의미가 있을까? 둘 다 정답인데.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AUDI RS e-TRON GT
길이×너비×높이  4990×1965×1400mm
휠베이스 2900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최고출력  598ps(론치컨트롤 646ps)
최대토크  84.7kg·m  |  변속기  2단 자동
구동방식  AWD |  주행가능거리  336km
가격  2억632만원

SPECIFICATION
PORSCHE TAYCAN TURBO S
길이×너비×높이  4965×1965×1380mm
휠베이스 2900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최고출력  625ps(론치컨트롤 726ps)
최대토크  107.1kg·m  |  변속기  2단 자동
구동방식  AWD |  주행가능거리  289km
가격  2억6130만원(시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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