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체로키 80주년 기념 모델, '나도 지프다!'

  • 기사입력 2022.04.26 16:53
  • 최종수정 2022.04.26 16:55
  • 기자명 모터매거진

지프 체로키 80주년 기념 모델을 만났다. 80주년 기념 배지를 만지작 대고 있으니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최익현’이 생각난다. “경주 최씨 충렬공파 35대손!”을 외치며 자신의 가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쏟아내는 캐릭터다. 체로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도 지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하게 차지한 모델이라며 80주년 기념 배지를 달고 있다.

지프 체로키는 화려하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상품성 덕분에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역사도 꽤 길다. 현행 모델은 5세대 모델이며 1세대 모델은 1974년에 출시했다. 5세대 모델은 지난 2013년에 첫 출시 후 지난 2018년에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이번에 시승할 80주년 기념 모델은 2.4ℓ 리미티드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본 모델에 비해 디자인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고 차체 곳곳의 디테일을 어두운 컬러로 변경해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지프의 아이덴티티인 7슬롯 그릴이 어둡게 바뀐 것이다. 전체적인 차량의 색상과 잘 어우러져 한층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다. 또한 차체 곳곳에 붙은 80주년 기념 배지로 한정판 모델임을 강조한다.
휠 하우스를 두르고 있는 클래딩은 차체와 같은 컬러로 마감했다. 보통 SUV들은 이 부분을 무광 플라스틱으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오프로드를 다닐 때 주변 환경에 의한 차체 손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로키 80주년 기념 모델처럼 차체와 같은 색으로 만드는 경우는 도심 주행에 더욱 어울리는 세련된 이미지로 보이는 효과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에 탑승하기 전부터 실내 디자인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출시 후 오랜 시간이 지났기도 하며, 미국차 특유의 투박스러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를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뒤덮고, 물리 버튼을 줄이는 요즘 추세와는 확실히 반대 성향을 띈다. 하지만 이것이 단점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차를 운전하면서 실내의 온도를 조절하거나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하는 등의 조작은 디스플레이 속에서 손가락이 헤엄치는 것보단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이 훨씬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투박한 첫인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던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기에 시승하는 중에는 꽤 만족스러웠다.
디스플레이는 8.4인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기판은 회전계 및 속도계는 아날로그, 각종 정보를 볼 수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터치 반응 속도와 각종 메뉴를 전환할 때의 속도는 무난한 편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지프 고유의 유커넥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1열은 열선 및 통풍 시트를 갖추고 있으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기능 등 운전자 편의 사양도 탑재하고 있다.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타기에 조금 답답함을 느낄 정도다. 레그룸은 살짝 여유가 있지만, 2열 시트가 살짝 높게 설계된 탓에 헤드룸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대신 이러한 아쉬움은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해 확보한 개방감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
이제 달려볼 시간. 체로키 80주년 기념 모델은 2.4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어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3.4kg·m의 출력 네 바퀴에 고루 분배한다. 시승코스는 왕복 약 200km의 고속도로 주행과 짧은 임도 코스다. 첫 번째로 인상적인 부분은 고속 안정감이다. 도로의 제한 속도로 항속 주행 시 네 바퀴가 단단하게 노면을 붙잡고 있는 느낌이다. 확실히 항속 주행 환경이 많은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답다.
 
두번째로 인상적인 부분은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기대 이상으로 잘 차단되어 있다는 것이다. SUV는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는 디자인의 특성 상 풍절음이 쉽게 발생한다. 기자는 보통 시속 110km를 기준으로 풍절음의 유무를 판단하는 편인데, 체로키의 경우는 해당 구간까지 별다른 소음을 실내로 전달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세번째로 오프로드의 명가 답게 거친 임도를 제법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물론, 랭글러와 같은 본격적인 오프로드 SUV가 아니기에 다닐 수 있는 도로의 한계는 명확하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임도의 특성상 웬만한 SUV라면 주파할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같은 코스라도 세팅에 따라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도는 제법 차이가 있다. 오프로드에는 일가견이 있는 지프인 만큼 체로키에도 노하우를 잔뜩 발휘했다. 도로에서는 살짝 출렁인다고 느껴지던 부드러운 댐퍼는 임도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거르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똑똑한 구동력 배분과 더불어 유커넥트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오프로드 모드는 차체의 각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200km에 달하는 고속도로 구간을 급가속 없이 교통 흐름에 맞춰 제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는데, 12km/ℓ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UV의 특성상 연비에 큰 기대를 할 수는 없다고 해도, 연료비 부담이 커진 요즘 상황에는 아쉬운 느낌이다. 덧붙여서 시내 주행의 연비는 7~8km/ℓ 수준이며, 이 차의 공인 연비는 9.3km/ℓ다.
두 번째로 어리숙한 9단 변속기다. 추월을 위해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변속기가 한참 뒤에 기어를 내린다. 여기에 오르막을 장시간 오르거나 도심에서 가감속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단수를 찾지 못해 RPM 게이지가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단수가 세분화된 변속기는 항속 주행에서 더 낮은 RPM을 사용하도록 도움을 주지만 반응이 굼뜰 경우 운전자의 입장에선 꽤 답답함이 느껴진다.
 
정리하자면 함께 여행가고 싶은 SUV다. 시승하는 내내 어디로든 함께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자동차였다. 편안한 항속 주행 능력은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추며, 탁월한 오프로드 주행 능력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지프의 배지를 괜히 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글의 시작처럼 자신의 가문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동차라고 말하고 싶다.
글, 사진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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