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해? 토요타 GR 야리스

  • 기사입력 2022.04.24 09:2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자동차에 있어 즐거움이 최고의 목표라면, 이 차는 모든 것을 만족시켜 줄 수 있다. 모터스포츠에 진심인 자동차 회사의 수장이 직접 지시한 소형차, GR 야리스의 매력은 즐거움, 그 하나로 압축된다.  

세상에는 잘 팔리는 자동차와 잘 팔리지 않는 자동차가 있다. 그리고 아쉽게도 자동차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카는 후자에 속한다. 막대한 성능을 안정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수많은 개발비가 들어가지만, 정작 수익은 잘 나지 않는 것이 스포츠카의 운명이다. 그래서 그 수가 적고, 가격도 제법 비싸다. 합리적인 가격의 스포츠카라고 해도 손에 넣으려면 일단 4000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생각해야 한다. 물론 소수의 예외도 있긴 하나, 현재로서는 그렇다.그런 현실 속에서 자동차 제조사가 스포츠카 또는 그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그런데도 소수의 스포츠카를 만드는 이유는 ‘자동차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기 위해서’이다. 그 뒤에는 브랜드 이미지의 쇄신 등 여러 가지 셈법이 들어가 있지만, 압축해서 이야기하면 그렇다.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한 재미없는 수단이 아니라, 열광할 수 있으며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이야기다.

토요타의 혼을 담은 스포츠카
토요타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자동차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프리우스’가 먼저 떠오른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이름을 떨쳤고 많이 판매됐지만, 자동차의 성능 또는 즐거움을 논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즐거움은 스포츠카에 준하는 ‘토탈 컨트롤’에 관한 것으로, 코너에서 다가오는 엄청난 횡가속도와 이를 버텨내며 극복해내는 즐거움과 관련된 이야기다.

그런 토요타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수장, ‘도요다 아키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슈퍼카, 렉서스 LFA의 개발을 주도했고 더 많은 이들에게 운전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86을 만들었다. 그리고 운전을 배우던 시절 이미 단종되었던 수프라(A80)를 비웃듯 지나가던 다른 제조사의 스포츠카들을 보며 분노를 삼켰고, 그 경험을 밑바탕 삼아 새로운 GR 수프라(A90)를 만들어냈다. 스포츠카에 진심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갖고 있었다. 그는 모터스포츠를 사랑했고, 직접 헬멧을 쓰고 레이스에 출전할 정도였다.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일하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부서들을 통합하고, ‘토요타 가주 레이싱(TOYOTA GAZOO RACING)’을 내세웠다. 도요다 가문의 주인으로서 느끼는 책임을 레이싱에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그 뒤 다양한 모터스포츠에 참전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험한 길을 빠르게 내달리는 WRC도 있다.

GR 야리스는 바로 이 WRC를 바탕으로 태어난 자동차다. 고성능 소형 사륜구동 자동차가 필요했던 토요타는 WRC를 통해 기술을 축적했고, WRC의 그 짜릿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기를 원했다. GR 야리스는 토요타의 소형차 야리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메커니즘과 파워트레인은 완전히 다른 것이 들어간다. 게다가 이 차는 일반 자동차처럼 컨베이어 벨트가 아니라, 장인들이 직접 밀고 다니면서 수작업으로 조립한다. 토요타가 얼마나 이 차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드라이버와의 혼연일체
그 GR 야리스를 운이 좋게도 국내에서 시승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일전에 게임으로만 즐겼던 그 짜릿한 성능을 실제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에 전날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실제로 눈앞에 등장한 야리스는 작으면서도 당당한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일반적인 자동차는 아니며,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고 해도 무언가 자동차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말이다.

이번에 탑승하는 GR 야리스는 엄밀히 말하면 순정 모델은 아니다. 일본의 유명한 튜닝 브랜드인 톰스(TOM’S)의 에어로파츠와 머플러를 장착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부풀어 있는 펜더를 보고 튜닝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에어로파츠만 둘렀을 뿐 펜더는 순정 상태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휠이 토요타 순정이다. 뭐 이 정도면 GR 야리스 노멀 모델이라고 봐도 될 거 같다. 흡기 튜닝이 되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극적인 성능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시동을 걸어볼 시간이다. 그 전에 운전석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서 살짝 놀랬다. 낮게 깔려서 주행하는 해치백이 아니라, 소형 SUV 같은 느낌을 준다. 정확히는 최저지상고를 약간 높인 모델, 그러니까 ‘폭스바겐 크로스폴로’와 같은 느낌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 것이, GR 야리스는 거친 오프로드를 빠르게 달리는 WRC를 무대로 한다. 그 덕분에 에어로파츠를 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과속방지턱을 넘는 데 있어 부담이 없다.

엔진 회전이 의외로 매끄럽다. 지금까지 시승한 자동차들 중에서 가장 매끄럽게 돌아가는 엔진은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이라고 생각하며, 지금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GR 야리스가 엔진 회전에 즐거움을 주고 있다. 3기통 엔진이기 때문에 다소 거칠게 도는 것을 상상했고, 실제로도 완전히 매끄러운 것은 아니라서 살짝 툴툴대는 면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오른발에 힘을 주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기분 좋게 밟아가고 싶어진다.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다. 고성능 자동차를 꽤 많이 접해봤다고 생각했지만, 엔진 회전을 2500 이하로 떨어뜨리고 싶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중회전을 넘어서 고회전을 돌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이 차는 전혀 부담이 없다. 그 대신 연비는 나락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이 정도 성능을 발휘하는 차에 연비를 고려하는 것은 사치다. 일부러 GR을 선택할 정도면, 즐거움을 위해 기름을 쓸 각오는 되어 있을 터이다.
변속기도 절도 있게 그리고 기분 좋게 들어간다. 각 단을 넣는 느낌이 명확하고, 꽤 짧게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극한 주행 속에서도 빠른 변속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힐앤토를 구사할 수 없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자동으로 엔진 회전을 보정해주는 기능이 있으니, 브레이크를 정확히 밟고 회전계를 정확하게 쳐다본 뒤 기어만 넣으면 된다. 그 뒤는 자동차가 알아서 해 준다. 재미와 함께 똑똑함도 지닌 셈이다.

그리고 코너에서 무섭도록 잘 회전한다. 그동안 앞바퀴가 먼저 회전하고 뒷바퀴가 그 움직임을 따라오는 것에 신경을 썼는데, 이 차는 마치 뒷바퀴가 없는 것처럼 움직인다.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이 아니라 전동휠을 타는 것처럼, 좌우로 스티어링을 돌리는 데 따라 정직하게 회전한다. 크기가 작고 휠베이스가 굉장히 짧은 차체에 사륜구동을 결합해 그런 독특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고성능 타이어도 코너를 받쳐주고 있겠지만 말이다.
온종일 여러 곳을 다녔지만, 그중에서도 산길 그러니까 와인딩 주행을 계속 즐겼다. 만약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즐거울 것 같지만, 포장된 도로를 주 무대로 하는 랠리도 있으니 이걸로 만족할 수 있다. 운전 능력이 모자라서 드리프트 등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분하지만, 운전의 재미는 이 정도로 타협해 두자. 자신의 한계를 알고 좀 더 좋은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은 즐거운 스포츠 드라이빙의 기본이다.

그동안 GR 야리스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을 이번에 모두 풀어낼 수 있었다. 이 차는 성능도 성능이지만, 세련된 움직임을 실현해 주는 메커니즘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움직임 그리고 자동차와 운전자가 하나가 되는 것 같은 ‘혼연일체’를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그동안 절대적인 성능만으로 판단해 온 게 부끄러워질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이별의 시간이 다가올 때, 꽤 아쉬웠다. 언젠가는 이 차를 나의 차고로 들여올 수 있을까?

PITSTOP
(피트스탑)
피트스탑은 자동차 직수입과 함께 튜닝용 부품을 수입, 판매하는 곳이다. 현재 토요타 GR 야리스, 알피느 A110 등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특이한 자동차들을 수입하고 있으며, 로위 엔진오일, 톰스 튜닝 부품, 바그너 튜닝의 공식 수입원이기도 하다. 자동차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제공하는 The Ultimate Motor Playhouse를 모토로 한다.
홈페이지 : http://www.pitstop.kr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차량협찬 | PITSTOP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3995×1805×1455mm
휠베이스  2560mm  |  엔진형식  ​​I3 터보, 가솔린
배기량 ​​​ 1618cc  |  최고출력  ​​272ps
최대토크  37.7kg·m  |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  |  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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