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빨간 맛, 아우디 RS7

  • 기사입력 2022.04.18 09:23
  • 기자명 모터매거진

고성능 모델에 새빨간 컬러는 언제나 정답이다. 그것이 RS7이라면 더욱 환영이다.  

#1 SEXY RED주차장에 서 있는 아우디 RS7이 그 자태를 뽐내며 유혹하고 있다. 볼륨감 넘치는 몸매와 눈이 따가울 정도로 새빨간 탱고 레드 컬러 덕분에 지나가는 이들은 모두 한 번씩 힐끔거리며 쳐다본다. 이 레드 컬러는 새빨간 드레스일지도, 입술에 바른 립스틱일지도, 혹은 매혹적인 속옷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특히 사내들의 시선이 더 뜨겁다. 분명 그들의 심장은 이상형을 만난 것처럼 두근대고 있으리라. 하지만 오늘 그녀는 나와 함께 즐거운 데이트를 함께할 예정이다. 침을 흘리며 쳐다보는 이들의 부러운 시선을 마음껏 즐기며 차로 다가간다.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날카로운 눈이 나를 향해 번쩍인다. 레이저 라이트를 탑재한 HD 매트릭스 LED를 사용하여 눈화장을 정성스럽게 한 모양이다. 순차 점등 방식의 방향 지시등을 사용한 어여쁜 눈짓으로 한 번 더 아찔한 유혹을 펼친다. 에어 인테이크마다 자리 잡은 라디에이터와 싱글 프레임 그릴에 붙은 RS7 배지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잊지 말라는 경고다. 만만하게 보고 덤빈다면 큰코다칠 것이 분명하다.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리니 그녀의 몸매는 더욱 도드라진다. 날카롭게 그은 캐릭터 라인은 유려한 스포트백 라인을 장식한다. 거대한 다섯 개의 스포크가 V자로 배치된 22인치 휠은 다시 한번 감탄하게 만든다. 높은 굽을 가진 하이힐을 신은 것처럼 가만히 서 있는 자세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휠 속에 자리 잡은 세라믹 브레이크 역시 새빨간 색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달려 보기 전이지만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요소다.
뒤태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아찔하다. 볼륨감이 넘치는 리어 펜더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뒷태를 만든다. 괜히 손으로 쓰다듬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가변형 스포일러는 자연스럽게 숨어있고, 리어 램프는 길게 이어져 화려한 불빛을 내비친다. 그 아래에는 거대한 머플러 팁이 좌우에 각각 하나씩 장착되어 있다. 아 참, 그녀의 새빨간 드레스 끝단은 카본 립으로 둘러서 장식하고 있다. 어떤 액세서리가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잘 아는 모양이다.
오늘은 나에게만 허락된 속살을 들춰볼 차례다. 낮은 차체는 타고 내리기에 조금 불편하지만, 미인을 얻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하는 법. 다른 본격적인 스포츠카보다는 편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운전석에 앉으니 아우디 가문의 인테리어가 짙게 느껴진다. 역시 명문가의 큰딸인가? 고급스러운 소재로 곳곳을 장식했는데, 간혹 플라스틱이 보이는 것은 소박한 그녀의 취향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디스플레이는 총 세 개로 각각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공조 장치를 조작한다. 빠른 반응 속도와 원하는 메뉴를 찾아가기 쉬운 인포테인먼트가 특히 마음에 든다. 내가 하는 말을 차근차근 잘 들어주는 모습이랄까? 손에 착 감기는 알칸타라 소재의 스티어링 휠도 호감이 가는 부분이다. 패들 시프트의 크기는 조금만 키우면 더 좋을 듯하다. 실내 공간 역시 아쉬움은 없는 편이다. 스포트백의 차체를 가졌지만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제 이 여인과 도로를 향해 나아갈 차례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얼른 밖으로 나가자고 보챈다.

시내로 향하는 길은 나긋나긋하다. 지금의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모드. 고성능 세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편안한 움직임이다. 초반 답력이 강한 브레이크만 조심스레 다뤄주면 시내 데이트도 문제없다. 인도를 걷고 있는, 횡단보도에 서 있는, 버스에 타고 있는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덤이다. 당연하지,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데. 짧은 시간만 허락하는 그녀와 함께 거리를 누빈다.
#2 POWERFUL RED
새빨간 탄환이 고속도로에 등장했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RS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도 이 차의 성격은 돌변한다. 가속 페달의 반응은 한층 예민해지고, 가변 배기의 플랩이 열리며 웅장한 배기음을 자랑한다. 댐퍼의 감쇠력은 단단해지고 스티어링의 반응 역시 더욱 예민해진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 열심히 달려주어야 하는 법.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앞을 가로막는 것은 모조리 부숴버리겠다는 것처럼 거침없이 내달린다. 그 안에 타고 있는 나는 가속 페달을 더욱 짓이긴다. 가속, 그리고 또 가속. 속력을 아무리 올려도 지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후드 아래 자리 잡은 8기통 4.0ℓ 트윈 터보 엔진은 600마리의 말을 품고 있다. 최대토크는 81.5kg∙m. 눈으로 보는 숫자로는 쉽게 감이 오지 않는 어마어마한 출력이다. 시트에 온몸이 파묻히고, 두 손에 땀이 흥건함을 느끼고 나서야 가속 페달을 밟고 있던 오른발에 힘을 푼다. 속도가 천천히 떨어지고, 8단 자동변속기가 기어를 한 단씩 내릴 때마다 머플러에서는 황홀하고 성대한 8기통의 합주를 내뱉는다.
다시금 가속해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3.6초, 아주 찰나의 터보랙을 느낀 후 무자비하게 속력이 올라간다. 고속안정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로의 요철을 만나더라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혹여나 흐트러지더라도 바로잡는 능력이 뛰어나 불안감을 해소한다. 고성능 GT카의 진면목을 이런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RS7의 ‘일상을 위한 초고성능 레이싱카’라는 수식어답게 다루기 쉬운 600마력이 놀라울 뿐이다.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와인딩 코스로 진입한다. 이제 이 녀석의 가면을 벗길 차례다. 도대체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고 물으며 첫 코너를 파고들었다. 장수다. 전쟁터를 누비며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는 뛰어난 장수다. 새빨간 옷은 사실 적들의 피가 묻은 것이 아닐까? 코너 하나를 베어나갈 때마다 탄성이 터진다. 콰트로 시스템은 코너 하나를 지날 때마다 절도 있는 자세의 변화를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피드백은 명확하며, 견고한 트랙션을 바탕으로 빠르게 정복해 나간다.
이러한 움직임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는 든든한 아군이 필요한 법. 무예가 뛰어난 장수를 제어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그 크기만큼 성능도 믿음직스럽다. 세라믹 브레이크이기에 온도를 조금만 올려주면 제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을 걸어도 자세의 흐트러짐이 없으며, 브레이크의 답력 역시 일정한 편이라 다루기 편하다. 레이스 트랙에서 랩타임을 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면, 이 브레이크 시스템을 지치게 하는 일도 꽤 어려울 것 같다.

어느덧 와인딩 코스도 끝났다.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다시 가만히 지켜본다. 한 차례의 전투를 끝낸 후 거친 숨을 내쉬는 듯 냉각 시스템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체에는 온갖 먼지와 타르 조각이 덕지덕지 붙어있으나 그것은 치열한 전투 이후 남은 훈장이다. 이제 다시 예쁜 그녀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아니 아직도 장수의 모습일까? 혼란스럽지만 괜찮다. 전혀 상반된 두 가지의 매력을 모두 느끼고 싶다면 1억6400만원을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연료비를 감당할 든든한 지갑도. 비싸다고? 이 차의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600마력대 4도어 쿠페들은 2억이 훨씬 넘는다. 그리고 이제 편안한 고성능 내연기관 자동차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차를 가지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010×1950×1435mm
휠베이스  2929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 3996cc  |  최고출력  ​​600ps
최대토크  81.6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연비  ​​​​​​​​​7.4km/ℓ
가격 ​​​​​​​​​1억640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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