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급차란 이런 것이다. 직접 타본 6세대 C클래스는 어떤 매력이?

  • 기사입력 2022.04.07 17:03
  • 최종수정 2022.05.09 17:0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는 벤츠지” 어린 시절부터 주변 어른들이 늘 하던 말이다. 사실 그들이 내뱉던 이야기의 근거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 수입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부터 돌던 이야기이니 그 말을 하던 어른들이 모두 벤츠를 타보았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왜 ‘차는 벤츠’ 라는 말이 돌던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메르세데스 벤츠의 6세대 C클래스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C클래스의 헤리티지는 1983년 190에서 시작한다. C클래스라는 이름이 붙기 전 벤츠가 처음 만든 엔트리급 세단이다. 네이밍 체계가 다른 이 차가 1세대 C클래스로 보아야 하나라는 말이 있지만, 이 차의 코드네임은 W201. 이후 세대가 변경될 때마다 코드네임의 끝자리가 올라가는 방식을 사용했기에 190을 1세대로 보는 것이 맞다. 어쨌든 6세대를 맞이한 이번 C클래스의 코드네임은 W206이다.
 
W201 모델 이후 C클래스의 전 세계 판매량은 1000만대가 넘는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지난 5세대 모델은 여성 구매자가 58.6% 정도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았다. 그만큼 확실한 소비자 층을 가졌다. 귀엽고 역동적인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다양한 운전 편의장비는 플래그십 세단인 S클래스를 닮아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을 살펴보면 그러한 말이 이해가 간다. S클래스에서 보았던 위풍당당함을 C클래스에 맞게 축소시킨 모습이다. 전 세대 보다 휠베이스를 25mm 늘이고 볼륨감을 키운 덕분에 눈에 보이는 차체가 무척 크게 느껴진다. 이번 C클래스는 C200 4MATIC 모델과 C300 AMG 라인 모델이 먼저 출시됐다. 두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테일에 차이가 있는데, C200의 경우 세로형 그릴을, C300의 경우 내부에 삼각별 모양이 빼곡한 형태다. 또한 C300에는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C200에는 LED 라이트를 사용한 것이 차이점이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뒷모습이다. 언뜻 보면 순간 S클래스로 착각할 정도로 닮아있다. 두툼한 팬더 라인을 통해 전해지는 볼륨감으로 개성이 넘치는 모습이다. 재미있는 점은 페이크 머플러의 플라스틱을 꽤 깊게 파놓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진짜 머플러로 착각할 정도다. 자동 트렁크는 당연히 탑재됐고, 트렁크 공간은 기대 이상이다.

인테리어 역시 S클래스의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1.9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다. 덕분에 센터 콘솔에 있던 많은 버튼들이 사라졌고, 그 자리엔 수납공간이 더 늘어나 깔끔한 모습이다. 2세대 MBUX가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해상도와 반응속도 모두 만족스럽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꽤 쓸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그럼에도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더 편한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C200과 C300은 스티어링 휠과 내부의 소재가 다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C300의 AMG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과 소재, 손으로 감싸쥘 때의 느낌이 더 마음에 든다. 송풍구의 디자인은 마치 제트엔진의 그것을 닮아 있는데, 꼼꼼한 마감과 절도 있는 작동감 덕분에 손으로 만지는 느낌이 꽤 좋은 편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C300에서만 만날 수 있는데, 크기와 시인성 모두 평범한 편이다. 여기에 64개의 색상을 지원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내부 트림 곳곳에 심어져 있어 마음에 든다.
1열과 2열 시트의 착좌감은 모두 훌륭하다. C300의 1열 시트가 스포츠성을 조금 더 강조해서인지 몸을 감싸주는 능력이 더 좋다. 사이즈는 물론이고, 가죽의 느낌과 푹신함의 정도가 수준급이다. 특히 놀랐던 부분은 2열의 거주성이다. 키 183cm의 건장한 체격이 앉아도 무릎 공간이 남는다. 대신 헤드룸은 아주 살짝 모자란 수준이다. 머리가 닿지 않으려면 엉덩이를 살짝 앞으로 빼고 앉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정도 공간이면 패밀리카로 쓰기에도 꽤 쓸만해 보인다.
그런데 2열의 옵션이 빈약한 것은 6000만원이 넘는 차의 가격을 생각했을 때 무척 아쉬운 점이다. 에어컨은 송풍구만 덩그러니 존재하며 그 흔한 열선 시트도 없다. 게다가 전자기기 사용이 늘어난 요즘 충전을 위한 USB 포트가 센터 콘솔 아래 단 하나뿐인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번 시승은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파주를 왕복하는 코스로 마련됐다. 먼저 시승할 모델은 C300 AMG 라인이다. 파워트레인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2.0ℓ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에 9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를 뒷바퀴에 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6초. 수치만 보면 꽤 펀카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런데 도로로 나온 C클래스의 모습은 무척 차분하다. 승차감과 차체의 거동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부드럽고 묵직하다. 보통 이정도 크기의 차들이 경쾌한 움직임을 주무기로 삼는데, C클래스는 오히려 큰형 S클래스의 모습을 닮으려 노력했다. 그만큼 고급스럽다는 의미다. 도로의 요철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능력은 물론,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불필요한 거동은 없으면서도 무척 편안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재미있는 운전 감각이 살아난다. 아주 잠깐 굼뜬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카랑카랑한 엔진음을 뱉으며 달려나간다. 후륜 구동에 258마력의 출력은 다루기가 쉬운 편이라 성능을 쥐어 짜내면서 달리는 맛이 있다. 본격적인 스포츠 모델이 아닌 탓에 한계는 명확하지만, 달리고 돌고 서는 기본기는 독일차답게 훌륭한 편이다. 여기에 AMG 라인답게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플러스까지 준비되어 있어 달리고 싶은 운전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
파주에서 여의도로 돌아오는 길은 C200 4MATIC을 탑승했다. C300과 같은 엔진 및 변속기를 사용하지만 구동 방식은 사륜 구동으로 차이가 있고, 최고 출력은 204마력, 최대 토크는 32.6kg·m로 세팅 됐다. C300을 먼저 탔지만, 힘이 모자라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기에 차고 넘치는 출력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플러스가 빠졌다. 에코와 스포츠로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해도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엔진과 변속기가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의 차이다.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에 코너링도 더 안정적이지만, 댐퍼의 스트로크가 길고 감쇠력은 부드러운 탓에 롤링은 제법 있는 편이다. 두 모델 모두 일상 속에서 한없이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고, 고속 안정감은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중앙 유지, 차선 변경 보조 등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주행 보조 장비는 두 모델 모두 기본으로 탑재된다. ADAS의 신뢰도는 무척 높은 편이다.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면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다만 차선 중앙 유지는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했을 때만 가능하다. 상시 유지가 가능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또한 차선 변경 보조 기능도 탑재되어 있는데, 차선을 옮기는 속도는 굼뜬 편이다.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을 생각했을 때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닐까? 이번 C클래스의 가격 경쟁력에는 고개가 갸우뚱한다. C200 4MATIC의 가격은 6150만원, 이 세그먼트의 가장 큰 라이벌인 BMW 320i와는 약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부족한 2열 구성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C300 AMG 라인의 가격은 6,800만원이다. 상위 모델인 E클래스의 엔트리 모델 E250 아방가르드보다 100만원 더 비싸고, 200만원만 더 지불하면 E250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살 수 있다. 물론 실제 구매자들은 아랑곳 않을 수도 있다. 가격 경쟁력에 대한 결과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비싸더라도 상품성이 좋다면 결국 좋은 판매량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벌써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이제 글의 시작으로 돌아와서 과연 ‘자동차는 벤츠’일까? 신형 C 클래스는 브랜드의 기함인 S클래스를 축소시킨 모습으로 넉넉한 편의장비와 고급스러운 주행성능은 세그먼트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매력 덕분에 ‘자동차는 벤츠’라는 수식어가 생기지 않았을까? 작은 고급차 C클래스의 성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 조현규
사진 | 조현규,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SPECIFICATION_C200 4MATIC AVANTGARDE
길이×너비×높이  4755×1820×1440mm
휠베이스  2865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 1999cc  |  최고출력  ​​201ps
최대토크  32.6kg·m  |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1.3km  |  가격  6150만원
 
SPECIFICATION_C300 AMG LINE
길이×너비×높이  4795×1820×1455mm
휠베이스  2865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 1999cc  |  최고출력  ​​258ps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11.8km  |  가격  6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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