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의 진화를 직접 경험하라, 르노 OpenR

  • 기사입력 2022.04.06 08:5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는 점점 진화하고 있으며, 이제 자동차보다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 르노가 제안하는 미래의 디스플레이가 있다. 전기차 메간 E-TECH를 통해 먼저 구현될 르노만의 디스플레이 시스템, 오픈R이다.

자동차 역사와 관련된 문제 하나만 맞춰 보자.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최초의 자동차는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에 등장한 뷰익 리비에라(Buick Riviera)다. 검은색 화면에 녹색으로 정보와 간단한 조작 패널만 띄워주는 형태였지만(심지어 지금처럼 LCD를 쓰는 화면이 아니라 CRT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당시로써는 혁신이었다. 그때만 해도 터치스크린이 이렇게 대중화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현재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터치스크린은 화려하다는 수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현재 재생하고 있는 음악, 자동차의 상태 등 많은 정보를 운전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나열해야 한다. 터치스크린 옆에 함께 있는 계기판 역시 과거의 바늘이 아니라 거대한 디스플레이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해상도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고 기능이 매끄럽게 동작하도록 스크린 자체의 성능도 높아져야 한다.

몰입과 경험, 그 모든 것을 화면에 담다
르노의 터치스크린은 계속 진화해 왔다. 국내에서는 SM6를 통해 먼저 선보인 세로로 긴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인데, 9.7인치라는 거대한 화면에 시원한 크기의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우는 것은 물론 주요 기능을 터치로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다. 이후 에어컨 조작 체계는 따로 빼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수렴해 한 번 더 진화를 거쳤고, 그 화면은 크기를 줄여서 르노 캡처, 르노코리아 XM3에도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진화가 끝난다면 섭섭할 일이다. 그래서 르노는 신형 전기차, 메간 E-테크(Mégane E-TECH)에서 디스플레이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운전석에서 보면 L자 형태를 만드는(한국식으로 하면 ‘ㄱ’ 자에 가깝다) 이 디스플레이는 두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센터페시아를 차지하는 세로로 긴 형태의 12인치 스크린과 계기판을 차지하는 가로로 긴 형태의 12.3인치 스크린이 있다.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고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위치라고 한다.
지금까지 르노가 자동차에 내장한 스크린 중에서 가장 큰데, 이를 통해 운전석에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서 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멀티 센스 인터페이스와 변속기를 스티어링 휠 근처로 옮겼다.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변속기를 떠올리면 된다.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로 옮기는 도중에도 센터페시아 화면 하단에 물리 버튼은 유지하고 있다. 에어컨 등 주요 기능을 빠르게 조작하기 위함인데, SM6에서의 교훈이 꽤 컸던 것 같다.

이 거대한 화면은 자동차 부품 전문 공급업체인 ‘콘티넨탈(Continental)’에서 만든다. 알루미노실리케이트(Aluminosilicate) 기반 고릴라 글라스를 사용하며, 강화 처리가 되어 충격에 매우 강하며 긁힘 방지 기능도 있다. 기대 수명은 15년으로 상당히 길며, 햇빛이 강해도 바이저 없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더 깔끔한 실내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TFT 디스플레이는 267ppi(인치당 픽셀 수)를 자랑하는데, 애플 아이패드 9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자랑하는 264ppi보다 높다.
만약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사용하고 싶다면, 그렇게 사용해도 된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루투스로 전화 기능만 연결하면, 사실상 이 두 개는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 안에는 안드로이드 OS가 기본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협력한 이 OS 안에는 구글 지도를 포함해 다양한 앱이 있으며, 화면 역시 일반 스마트폰보다 약 6배는 크기 때문에 조작이 편하다.

연동된 구글 지도는 전기차에 최적화되어 있다. 지도는 메간의 자동차 데이터, 날씨 정보 및 기타 변수를 모두 고려해 주행 중 정해진 충전소에 들어갈 것을 제안하고, 충전소에 도착했을 때 배터리가 얼마나 남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구글이 지도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에, 갱신된 정보를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사용할 수 있다. 르노는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고, 화면 내에 숨겨진 페이지가 없도록 했다.
전문 업체와의 협력, 그리고 과감한 아이디어
자동차 제조사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것은 르노도 마찬가지이며, 그동안 한계를 뼈저리게 경험했을 것이다.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것은 좋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성능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르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이 방면에서 전문인 업체를 부르는 것이다. 르노가 선택한 업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스냅드래곤’을 만드는 미국 퀄컴(Qualcomm)이다.

퀄컴이 만든 3세대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콕핏 플랫폼(Snapdragon Automotive Cockpit platform)을 선택한 결과, 화면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7배 더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성능이 좋아진 것이 끝은 아니다. 운전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없도록 정보가 흐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계기판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우는 등의 소프트웨어 작업이 그렇다. 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LG 전자가 담당했는데, 그 덕분에 꽤 부드러우면서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가 만들어졌다.
화면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과감한 아이디어도 도입했다. 메간 E-테크의 스티어링 휠은 온전한 원형이 아니라 상단과 하단이 약간 평평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운전의 즐거움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화면의 가독성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 가려지는 화면이 최대한 없도록 만든 결과다. 송풍구는 두 개의 화면 사이에 작게 위치했는데, 실내로 공기를 원활하게 흘리기 위해 별도의 플랩이 적용됐다.

센터페시아의 스크린을 세로로 긴 형태로 다듬는 것은 꽤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노는 세로로 긴 형태를 고집했다. 왜냐면 2014년부터 그 형식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왜 가로가 아니고 세로로 긴 형태일까? 내비게이션 화면을 바라보면서도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 안에서 음악을 들을 때도 유리하다. 세로로 긴 화면에는 한 번에 더 많은 음악 목록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의 디스플레이에 대한 고집은 전기차 시대가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 메간 E-테크가 그 첫 스타트를 끊었고, 이제 이 새로운 디스플레이는 새로 태어나는 SUV, 오스트랄(Austral)의 실내를 장식할 것이다. 새로우면서도 깔끔한 그리고 부드럽게 동작할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체험해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아마 그때는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라인업도 좀 더 풍성해질지도 모른다.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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