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시승기] 페라리 디노 246 GT

  • 기사입력 2022.04.03 23:39
  • 최종수정 2022.04.05 10:19
  • 기자명 모터매거진

페라리는 PHEV 모델, 296 GTB를 공개하며 ‘페라리에서 처음으로 6기통 엔진을 탑재한 일반도로 주행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페라리이지만 페라리라고 불리지 못한 ‘서자’가 존재한다. 페라리 창업자의 아들 이름을 딴 자동차, 디노 246 GT가 그 주인공이다.  

페라리의 창립자인 엔초는 자신보다 먼저 떠난 아들을 잊지 못했다. 자동차 제작에 있어 자신보다 더 재능이 넘치는 아들이었기에 더욱더 그랬다. 그래서 엔초는 아들을 기리는 모델을 따로 만들었고, 앞 발을 든 멋있는 말을 그린 페라리의 엠블럼 대신 레터링만 간단하게 쓴 새로운 사각형의 엠블럼을 달았다. 그것이 바로 6기통 엔진을 탑재한 ‘디노’의 탄생이다. 당시 2.0ℓ 6기통 엔진을 차체 중앙에 탑재한 디노는 알루미늄 차체로 인기를 끌었다.세월이 흐르고, 디노는 206에서 246으로 진화했다. 차체는 알루미늄에서 강철로 바뀌었고,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엔진에도 개량이 가해지면서 배기량과 출력이 약간 늘었다. 그래도 이 차가 즐거운 주행 감각을 제공하는 6기통 스포츠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무게가 늘어났다고는 하나, 차체 중량은 1톤을 약간 넘기는 정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번에는 서자이지만 페라리의 혈통임이 분명한 디노 246 GT를 운전해보기로 했다.

역시 페라리는 손에 넣기 힘들다
디노 246 GT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많은 게임머니를 모으는 것, 두 번째는 ‘뮤제오 엔초 페라리’를 찾는 것이다. 서자이지만 그래도 페라리의 이름을 달고 있어서인지, 그란투리스모 내에서 일반 모델보다 더 비싼 50만 Cr.을 지불해야 한다. ‘쇼 미더 머니’ 같은 치트키가 존재할 리도 없으니, 라이선스 및 도전 과제를 하나하나씩 클리어하며 돈을 모아야 한다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다.

이제 돈을 모았다면, 이탈리아로 날아가 보자. ‘뮤제오 엔초 페라리’는 이탈리아 북부의 고도(苦道)이자 엔초 페라리가 태어난 곳인 ‘모데나’에 있다. 엔초 페라리의 발자취와 페라리의 수많은 명차를 접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뮤제오 엔초 페라리’다. 체코의 건축가 ‘얀 카플리츠키’가 1950년대의 페라리 모델의 보닛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광대한 전시 공간에는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페라리가 전시되어 있다.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다. 미리 예약을 해 두었으니, 페라리에서 파견된 직원이 바로 나와 붉은색의 디노를 건네준다. 다른 레드 색상도 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디노만의 색상인 ‘로쏘 디노(Rosso Dino)’를 골랐다. 시간이 약간 있다면, 그 옆에 있는 엔초의 생가도 들러보자. 현재는 페라리의 엔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엔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끓어오를 것이다. 이제 관광은 잠시 접어두고, 디노와 함께 이탈리아의 자랑, 몬자 서킷으로 떠날 시간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매력적인 페라리
오래된 6기통 엔진인 만큼 카랑카랑한 소리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동을 걸어보면 꽤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오히려 현재의 8기통 엔진이 더 거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엔진 회전을 올리면 조금 거친 소리가 나긴 하는데, 그것도 잠깐이다. 모든 게 부드럽게 느껴지다 보니, 이것이 진짜 페라리인가 하는 의구심까지도 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게 맞는 것 같다. 어찌 되었건 이 차는 일반 운전자들이 즐겁게 다뤄야 하는 대중적인 모델이었으니 말이다.

페라리에 대중적인 모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페라리 모델들 중에서 염가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일반인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당시 디노의 판매 가격은 동시대에 판매했던 포르쉐 911보다 높았으니 말이다. 디노 246 GT는 쿠페와 컨버터블을 포함, 총 3569대가 팔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시로써는 꽤 많이 판매된 모델이다. 차체를 강철로 만들어서 대량 생산이 용이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차를 몰고 몬자 서킷에 올랐다. 페라리는 대중 모델에도 페라리의 DNA를 꾹꾹 눌러서 담아낸다. 엔진 회전이 심금을 울리는 것과 동시에 직진 안정성이 굉장히 좋다는 게 느껴진다. 옛날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직선에서 약간의 흔들림 정도는 의연하게 잡아낸다는 게 인상적이다. 이 시대에 전자 장비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텐데, 스티어링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대중적인 자동차의 기본 같은 것일까.

그래도 코너를 돌입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확실히 브레이크를 밟아서 허용 속도까지 감속하고, 스티어링을 정직하게 돌려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차체 앞부분이 코너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말려 들어 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전자장비가 만재한 요즘 차에서는 잘 느낄 수 없는 것이지만, 이것이 엔진을 차체 중앙에 탑재한 미드십 모델의 특성이다. 무거운 엔진을 중심으로 차체가 회전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앞바퀴를 굴리는 모델을 주로 운전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이 감각이 굉장히 낯설었다. 분명히 실제로도 ‘488 스파이더’를 운전해 봤고, 그것도 서킷에서 꽤 거칠게 밀어붙여 본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생각해 보면 요즘의 슈퍼카라는 존재를 한계에 도달할 정도로 밀어붙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당장 레이서로 서킷에 입문해야 한다. 아마도 ‘샤를 르클레르’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이 감각에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드십 모델을 만든 이유가 그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묘기는 부릴 수 있을까? 드리프트를 시도해 본다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리프트가 상당히 어렵다. 어떻게든 뒷바퀴는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자세를 무너뜨린 후 다시 잡기가 굉장히 어렵다. 게다가 드리프트를 하면서 속력을 꽤 많이 잃어버리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가 않다.
만약 디노로 드리프트를 한다면, 그것은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동차를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다는 쾌감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진짜로 드리프트가 필요하다면, 디노가 아니라 형제 차를 찾으면 된다. 바로 디노의 엔진을 그대로 갖고 와 탑재한 미드십 모델, 란치아 스트라토스다. 스트라토스는 랠리 무대에서 활약했으니, 당연하지만 드리프트도 무난하게 구사할 수 있다. 랠리에서는 드리프트가 필수이기도 하고.

어쨌든, 디노를 운전하면서 제일 놀랐던 것은 ‘세월이 지나도 페라리는 페라리’라는 것이었다. 이 엔진이 제법 부드럽게 회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며, 감각적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신형 페라리가 더 빠르게 질주하고 코너를 더 부드럽게 돌겠지만, 디노도 성능이나 재미가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다. 왜 사람들이 오래된 페라리를 그토록 아끼고, 직접 운전하면서 즐기는지 이제야 알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사실은 디노의 이 재미를 게임 속에서 만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만약 기회가 온다면, 실제로 디노의 운전석에 올라 운전의 즐거움을 제대로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 그날은 과연 언제가 될까. 아니, 오기는 하는 것일까. 불가능한 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노에 오르는 꿈을 꾸게 된다. 좀 더 실감 나는 시뮬레이터가 생기고 디노의 향기와 가솔린 냄새까지도 재현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가능하지 않을까.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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