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편안한 전사, 쉐보레 타호

  • 기사입력 2022.04.01 17:31
  • 기자명 모터매거진

대형 SUV의 시대에 7인승

모델로 타호를 꼭 골라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물론이다. 그

답은 공간과 성능 그리고 레저를 아우를 수 있다는 데 있다.

아마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아무리 대형 SUV가 잘 팔린다고 해도, “도로 폭도 좁고 주치공간도 좁은 한국에서

더 큰 SUV가 필요하겠느냐”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어느 새 대형 SUV를 넘어서는 ‘초대형 SUV’가

꽤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일반 대형 SUV만 해도 길이 5m를 넘어서 부담스럽다는데, 초대형이 되면 일단 길이가 5.3m를 넘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스럽다. 운전자에게 있어 30Cm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타호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때,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짜로 타호가 국내 땅을 밟았다. 그리고 한국지엠의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고 한다. 진짜로? 이 거대한 SUV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그랬을까? 올라타기 위해서 무조건 발판을

밟아야 하고, 갑자기 다가온 고유가의 시대에 휘발유를 가득 먹어야만 달릴 수 있는 대배기량 대형 SUV가 팔린다고? 여러가지 의문을 안고 타호의 운전석에 올랐다. 가족이 탈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커다란 공간

타호를 실제로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옆에 서 있는

트래버스와 비슷한 크기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트래버스가 타호 앞에 서 있었으니 그랬겠지만, 만약 ‘7인승 SUV가

필요하다’는 조건만 있다면, 굳이 타호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왜 타호일까? 조금 더 넓은 트렁크

공간 그리고 트래버스에 비해 넉넉한 3열에 그 비밀이 있다. 3,071mm의

휠베이스도 그 역할을 다 하는데, 사실 넉넉한 3열의 비밀은

뒷바퀴에 있다.

직접 체험해 본 운전자는 적겠지만, 이전 모델만 해도 뒷바퀴에 거대한

리어 액슬을 적용했던 타호는 상대적으로 3열 공간에서 손해를 봤다. 그런데

이번에 그 리어 액슬이 없어지면서 뒤쪽 바닥을 더 낮췄고, 그만큼 3열의

레그룸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넓어진 트렁크는 덤이다. 여기에

높이를 조정할 수 있는 에어 스프링을 조합해 높낮이 조절은 물론 승차감을 챙기고 있다. 이 부분은 가족을

위한 SUV로써 주목할 만하다.

디자인은 쉐보레의 SUV에서 볼 수 있는 그대로다. 거대한 그릴과 그 옆에서 어우러지는 C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전면을

장식한다. 측면은 사이드 라인 하나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장식이 없는데, 기교가 없는 게 오히려 미국 SUV답다. 후면을 장식하는 테일램프는 차체 크기에 비해 작아 보이는데, LED를

사용하고 있어 시인성은 좋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모델인데 방향지시등이 주황색으로 빛나는 게 마음에 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실내가 광활하다. 타호야말로 성인 7명이 모두 탑승해도 끄떡없는 자동차일 것이다. 미국 출신 자동차답게 대시보드에 물리버튼이 많이 있는데, 주요 기능이

왼쪽에 몰려 있으니 주행 중에 조작을 하기엔 조금 힘들다. 하긴 주행모드 변경이나 견인을 위한 기능

조정 등을 주행 중에 하지는 않을 테니 이해는 간다. 수납 공간이 넉넉하니 휴대폰이나 잡다한 물품을

넣을 공간이 없다는 불평은 나오지 않겠다.

성능보다 더 인상적인 승차감

타호는 6.2ℓ 8기통 가솔린 엔진(카마로에서 볼 수 있는 그 엔진이다)과 10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네 바퀴를 굴린다. 시동을 건 후, 예전의 기억에 따라 스티어링 옆에 달린 변속기(칼럼)를 찾았는데 없었다. 이제

타호는 버튼으로 변속하는데, 센터페시아 왼쪽에 버튼이 모여 있다. R과 D만 손가락을 걸어 당기게 되어 있고, 나머지는 누르는 형태다. L을 선택한 뒤에 별도의 버튼을 눌러 기어 단수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음을 먹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다면, 거대한 덩치를 앞으로 돌격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운전하는 것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타호의

진정한 맛은 그렇게 달리는 재미보다 넉넉한 공간과 새로운 서스펜션이 주는 승차감에 있다. 특히 국내에서

기본 적용했다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이 꽤 놀랍다. 프레임 기반의 SUV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푹신한 승차감을

제공하며, 고속도로에서 충격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

이 승차감은 고속도로에서도, 심지어 오프로드에서도 큰 일을 해낸다. 2열이나 3열에 앉아보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라면 어느 자리에 앉든지 승차감에 대한 불평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코너를 돌 때도 꽤 좋은 느낌이 앞 바퀴부터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며, 조금 높은

속도로 돌아도 차체가 꽤 안정적이다. 브레이크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이런 차를 운전하려면 과속은 금물이고 미리 브레이크를 밟아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프로드 능력도 꽤 준수하다. 기본적으로는 오토 모드만으로도 네 바퀴를

굴리며 웬만한 지형은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처음부터 4H 또는 4L로 바퀴를 맞추고 뛰어들면

된다. 어느 새 눈이 녹고 비가 내리면서 스키장 경사로가 진창으로 변했지만, 타호 앞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급경사를 내려갈 때도 HDC 기능에 제어를 맡기고 스티어링 휠만 방향에 맞추어 돌리기만 하면 된다.

제일 좋은 것은 트레일링 기능일 것이다. 프레임 SUV의 이점을 살려 무게 3톤에 달하는 대형 캠핑 트레일러도 끌어보았다. 폐쇄된 코스에서 진행했으니 일반도로 주행 감각까지 아는 것은 무리지만, 이

정도라면 가족끼리 여유 있는 캠핑을 즐기기에 전혀 무리가 없겠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타호의 진정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트럭을 제외하고

어떤 차가 거대한 트레일러 또는 보트를 쉽게 끌고 다니겠는가.

타호의 가격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레저를

즐길 정도의 돈을 쓸 수 있으며, 편안함과 넉넉함을 우선으로 한다면 선택할 가치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하나의 장르에서 다양한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호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그 점에 주목했으니 쉐보레에서 예상한 판매량보다 좀 더 잘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리라. 앞으로 고속도로에서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가는 자동차가 더 많이 보일 것 같다.

글, 사진 | 유일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