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소형 SUV! 폭스바겐 티록 VS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기사입력 2022.03.31 09:56
  • 기자명 모터매거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폭스바겐 티록을 만났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 엔진도, 변속기도, 옵션 구성도 다르지만 둘 다 대중적인 브랜드의 소형 SUV라는 점에서 운전자에게 깊은 고민을 하도록 만든다.  
글 | 유일한, 조현규  사진 | 최재혁

동일한 체급의 국산 SUV와 수입 SUV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그럴까? 만약 비슷한 체급의 SUV가 비슷한 가격에 위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쉽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옵션이 승부를 가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폭스바겐 티록과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소형 SUV 구매를 고려하던 지인이 트레일블레이저를 고민하다가 옵션을 추가한 후 받은 최종 견적을 말해주는 순간, 얼마 전 들었던 폭스바겐 티록의 상품성 개선 뉴스와 가격이 떠올랐다. 등급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두 대의 가격 차이는 약 200만원 정도. 풀 옵션으로 대결한다 해도 400만원 정도다. 물론 ‘마음씨 좋은 폭스바겐 딜러’를 만나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이렇게 되면 고민은 꽤 커진다. 가솔린과 디젤의 대결, 9단 자동변속기와 7단 듀얼클러치의 대결, 한국과 독일의 고향 대결 등 수많은 다른 점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숫자만 두고서 수없이 고민만 해봤자 소용없다. 예부터 자동차를 고르는 데 있어서 제일 좋은 방법은 자동차를 실물로 보면서 직접 만져보고, 직접 운전해보면서 좋은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모처럼 두 대를 무대로 불러냈다.

EXTERIOR & INTERIOR

글 | 조현규

소형 SUV가 유행하면서 수많은 모델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그 많은 모델들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그것은 바로 다른 세그먼트보다 더욱 개성 있는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점이다그도 그럴 것이 소형차를 구매하던 젊은 소비자층이 SUV의 유행과 함께 소형 SUV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 역시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러한 점에서 폭스바겐의 티록과 쉐보레의 트레일블레이저는 목적을 잘 이룬 모습이다두 모델 모두 각자의 발랄한 개성을 뽐내고 있다.먼저 폭스바겐의 막내티록부터 살펴보자전체적인 모양새는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을 잘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잡다한 디테일을 넣지 않고 깔끔하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이다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크게 두르는 크롬 라인과 그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 사각형 주간주행등이 눈에 띈다전체적으로 각을 살리고 날카롭게 디자인되어 있어 어찌 보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그러나 이러한 단정한 모습은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측면으로 눈을 돌리면 루프라인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크롬 몰딩이 루프 라인을 강조하고 있다여기에 캐릭터라인을 날카롭게 세웠으며 프런트와 리어 펜더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앞뒤 오버행을 비교적 짧게 만들어 놓아서 역동적이고 경쾌한 이미지를 더한다이러한 디테일들로 자칫 평범할 뻔한 측면 디자인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후면 디자인 역시 폭스바겐 패밀리의 그것이다단정한 리어램프와 해치에 만들어진 굵은 두 개의 선은 강인한 이미지를 더한다범퍼 하단에는 머플러를 형상화한 크롬 장식을 더해 약간의 멋을 살렸다.

다음으로 쉐보레의 트레일블레이저를 살펴볼 차례. 티록의 단정한 스타일을 보다가 트레일블레이저로 눈을 돌리면 인상이 꽤 험악하게 생겼음을 볼 수 있다. 헤드램프의 형태도,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턴과 굵은 크롬 장식까지 악동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측면으로 눈을 돌리면 이 녀석이 은근한 근육질 몸매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든든하게 솟아오른 펜더와 굵직한 클래딩을 가졌고 티록과는 달리 측면에는 크롬을 사용하지 않아 조금은 심심한 편이다. C필러를 두껍게 디자인하면서 오버행은 은근히 긴 편이라 티록에 비하면 조금 둔해 보이는 편이다. 휠 디자인은 트레일블레이저가 조금 더 날렵하게 다듬었다. 측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휠 디자인에서 조금 덜어지는 편이다.

엉덩이로 눈을 돌리면 널찍한 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교를 과하게 부리지 않고 리어 글래스와 리어램프 사이에 살짝 선을 더한 정도다. LED 램프 디자인은 프런트 디자인과 조화롭게 만들어졌다. 티록과의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이라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라운드 타입의 듀얼 머플러가 범퍼 하단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디퓨저 룩을 더해서 스포티한 조미료를 살짝 가미했다.

두 차 모두 소형 SUV 디자인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보다 깔끔하고 단정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티록을, 역동적이고 강렬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트레일블레이저로 마음이 향할 것이다.

실내 디자인 역시 외관에서 느끼던 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을 법한 티록의 인테리어는 어딘가 심심한 편이다. 외관에서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기교를 부린 곳이 보이지 않고, 각 스위치들 역시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인테리어 디자인의 교과서를 읽는 기분인데, 요즘 나오는 자동차치고는 눈에 띄게 상큼한 요소가 없는 편이다. 대신 그만큼 질리지 않고 오래 볼 수 있는 편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실내에서도 꽤 멋을 부린 모습이다. 대시보드 곳곳에 각을 살린 모습이며, 레드 컬러의 포인트를 배치하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하단부를 플라스틱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잡고 돌리는 재미가 꽤 쏠쏠한 편이다. 티록에서는 디지털 계기판을, 트레일블레이저는 아날로그 계기판 사이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조금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쪽은 아무래도 트레일블레이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마치 고성능 차에 장착된 계기판을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

공간을 비교하면 재미있는 점을 찾을 수 있다. 분명 공간은 트레일블레이저가 더 크지만, 편안함은 티록이 한 수 위다. 특히 2열에서 그러한 점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티록의 경우 2열 공간이 조금 비좁은 편인데, 이를 편안한 착좌감을 가진 시트로 커버했다. 방석의 사이즈가 조금 더 크고, 푹신푹신한 덕분이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한 2열 공간을 갖추었으나, 시트의 착좌감이 썩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여기에 공간이 더 넓은 트레일블레이저가 오히려 실내에서 더욱 갑갑하게 느껴졌다.

결론을 내려보자. 멋을 잔뜩 부린 트레일블레이저와 단정함을 강조한 티록의 대결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마음이 더욱 향하는 쪽은 티록이다. 과하게 멋을 부리지 않아도 특유의 패밀리룩과 단정한 비율이 누가 타도 잘 어울릴 모습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트레일블레이저가 훨씬 멋있게 보일 수 있음도 인정한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역시 티록이 조금 더 나은 편이다. 비록 공간은 조금 더 좁지만 주로 혼자 혹은 둘이 타는 소형 SUV의 특성상 크게 다가오는 단점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완성도를 가진 티록의 손을 조심스레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POWERTRAIN & IMPRESSION

글 | 유일한먼저 트레일블레이저부터 이야기해보자. GM이 개발해 소형차는 물론 중형차까지 알차게 사용하는 1.35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물론 그 아래 등급의 엔진도 있지만, 필자는 되도록 이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살 것을 권하고 싶다. 3기통 엔진이니 진동이 꽤 있다고 불평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시동을 걸고 수온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그 진동은 많이 상쇄된다. 그저 냉간 상태에서만 조금 툴툴댈 뿐이다.


오른발에 힘을 주면서 달려보면, 왜 9단 자동변속기를 권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주행은 물론 빠른 가속이 필요한 킥다운 시에도 반응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계속 엔진 회전을 낮추면서 연비를 절약하도록 도와주고, 가속이 필요할 때는 빠르게 반응하면서 다른 자동차를 쉽게 추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충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하겠다.
그래서 주행이 꽤 즐거운데, 이것을 단단한 차체가 받쳐준다. 사실 그저 단단하기만 한 차체는 아니다. 국내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개발할 때 승차감 향상을 위해 일부러 차체 강성을 약간 낮추었는데, 허가를 받기 위해 부사장까지 결재가 올라가야 했다. 그래서 단단함 속에 약간의 유연성이 있고, 앞 좌석은 물론 뒷좌석 승차감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부분은 단단하게 만든 만큼, 충돌 시 안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 특성상 패들시프트는 없지만, 기어 노브 옆부분에 있는 버튼을 눌러 원하는 기어를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앞바퀴 굴림만으로 부족하다면, 버튼을 눌러 사륜구동 모드로 진입하면 된다. 반응은 조금 느리지만 더 든든한 느낌으로 주행할 수 있을 것이다. 소형 SUV이지만 원하는 대로 마음껏 달릴 수 있고, 고회전 영역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탄탄한 서스펜션과 믿음직한 브레이크를 갖고 있다. ‘조금 달릴 줄 아는’ 트레일블레이저인 셈이다.
다음은 티록이다. 일전에 한 번 탑승해 본 적은 있지만, 이번에 엔진을 바꿨으니 새로 탑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윈 도징’ 기술을 적용한 EA288 에보 디젤 엔진인데, 최고 출력은 이전과 차이가 없지만 토크가 약간 늘었다. 시동을 걸면 이전에 비해 진동이 약간 줄어들었다고 느껴진다. 물론 디젤 엔진인 만큼 트레일블레이저보다는 조금 더 진동이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진동이 심하다고 불평할 탑승객은 없을 것 같다.

티록은 참 다루기 쉽다고 느껴진다. 날카롭거나 짜릿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경쾌함은 갖고 있는데, 마치 한 단계 상위 모델을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경쾌함보다 중후함이 더 잘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초보가 운전하는 차에 탑승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데, 적어도 그 초보가 티록을 운전한다면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릴 것 같다. 운전이 서툰 이들도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복잡한 움직임을 만들지 않는다. 정직하게, 오른발에 힘을 주고 푸는 것에 따라 그리고 페달을 옮겨 밟는 동작에 따라 반응한다. 그리고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속 충격이 억제되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옆에서 누군가가 컵에 가득 채운 커피를 마시고 있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적당한 선에서 가속하고 있는데도 커피를 쏟는다면, 그건 자동차의 문제가 아니라 들고 있는 사람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다.

제법 배기량이 큰 디젤 엔진이지만 출력이 적절해서 그런지, 연비는 꽤 좋다. 복합 연비가 이전보다 향상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고속도로를 적절한 속도로 달려보면 리터당 18km 이상을 꽤 가볍게 달성할 수 있다. 이즘에서 갑자기 티록의 요소수 소모량이 궁금해진다. 요소수 보충 금액과 경유 가격을 합해도 저렴하다면, 젊은이들이 타기에 부담이 없을 것이다. 비록 사륜구동은 없지만, 앞바퀴만 굴려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
CONCLUSION
조현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대결이었다. 같은 장르를 가지고 두 차가 해석하는 방법은 너무나 달랐으며, 두 가지 방식 모두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두 차 모두 있을 법한 옵션은 모두 있었는데, 그 종류와 만족도는 트레일블레이저가 조금 더 좋았다. 대신 폭스바겐은 부족했던 옵션을 탄탄한 기본기로 덮은 듯하다. 운전할 때 느껴지는 경쾌한 즐거움도 티록이 한발 앞서고 있으며, 1.35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2.0ℓ 디젤 엔진은 효율성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티록 115g/km, 트레일블레이저 133g/km)에서도 제법 차이를 보인다. 종합적인 점수가 티록이 더 높은 결정적인 이유다.

유일한
두 모델이 제법 흥미로운 대결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어느새 국내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이렇게 좋아졌다는 것도 뿌듯하다. 조금은 티록에게 마음이 기울 때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트레일블레이저가 조금 더 좋았다고 느껴진다. 일단 회전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가솔린 엔진이라는 점과 9단 자동변속기의 영민함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티록의 손을 들 수도 있었겠지만, 평상시 단거리를 주로 다니다 보니 트레일블레이저에 더 눈길이 간다. 여름만 되면 엉덩이가 뜨거워 살기 힘든 필자에게는 통풍 시트가 옵션으로 존재한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SPECIFICATION
VOLKSWAGEN T-ROC
길이×너비×높이  4235×1820×1575mm
휠베이스 2605mm  |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배기량  1968cc  |  최고출력  150ps
최대토크  36.7kg·m  |  변속기  7단 DCT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6.2km/ℓ
가격  3835만9000원

SPECIFICATION
CHEVROLET TRAILBLAZER
길이×너비×높이  4425×1810×1660mm
휠베이스 2640mm  |  엔진형식  I3 터보, 가솔린
배기량  1341cc  |  최고출력  156ps
최대토크  24.1kg·m  |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1.6km/ℓ
가격  3272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