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매직쇼! 아우디 RS5 스포트백

  • 기사입력 2022.03.21 17:17
  • 기자명 모터매거진

고성능 모델이지만, 일상에서 편안하게 탈 차를 원한다면? 욕심 많은 이들을 위해 아우디가 마법을 부렸다.

사람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욕심이라고 말한다. 상반된 두 가지의 장점을 모두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이러한 말은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는 비교적 운전의 즐거움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반대로 스포츠 드라이빙을 지향하는 자동차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물론 그 두 마리의 토끼를 완벽하게 잡은 자동차는 아직 내 경험에서는 없다. 그러니까 훌륭한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운전의 재미를 챙기면서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한없이 편안함을 가진 그런 차 말이다. 대신 각각의 요소들을 조금씩 절충하여 절묘하게 밸런스를 잘 맞춘 모델들이 간혹 있는데, 오늘 만난 스머프를 닮은 ‘터보 블루’ 컬러의 아우디 RS5 스포트백이 딱 그러한 차다.
어둠이 짙게 깔린 주차장에서 오늘의 주인공을 불러본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화려한 세리머니와 함께 운전자를 반긴다. 헤드램프를 자세히 보면 네 개의 점 형태로 구성된 라이트가 층층이 쌓이며 불이 켜지는 형태다. 말로 표현하기에 참 쉽지 않은데, 가능하다면 영상으로 꼭 확인하면 좋을 만큼 매력적이다.

첫인상 자체는 고성능 모델답게 공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기본 모델에 비해 디자인 변화의 폭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런데 작은 변화들이지만 그 변화들이 모이니 효과가 확실하다. 앞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심통이 잔뜩 난 모습을 하고 있다. 프런트 범퍼의 형상을 조금 손보았을 뿐인데, 효과가 꽤 극적이다. 이에 더해 헤드램프 끝단에 에어스쿠프 형태의 가니시를 붙였는데, 실제로 뚫려 있지는 않다.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블랙 패키지가 적용된 덕분에 아우디의 로고인 네 개의 원이 검게 칠해져 있다.
시선을 측면으로 옮겨도 블랙 패키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카본 소재로 장식한 사이드미러와 에어 인테이크 블레이드, 사이드 몰딩 등으로 기존 A5 스포트백과 차별화를 이뤘다. 20인치 휠은 5개의 스포크를 가지고 있으며 볼수록 빠져드는 세련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스포트백 모델답게 루프 라인은 자연스레 트렁크 리드까지 뻗어 있고, 트렁크에는 자그마한 카본 립 스포일러가 쫑긋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아래에는 리어 디퓨저가 시선을 잡아 이끌고, 두 개의 머플러가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제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갈 차례다. 곳곳에 수놓아진 레드 스티치와 대시보드, 센터 콘솔에 있는 카본 무늬가 이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RS 스포츠 시트는 나파 가죽으로 감싸져 있으며 독특한 패턴의 퀼팅을 가지고 있다. 통풍 시트는 지원하지 않는 대신 마사지 기능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몸을 적당히 감싸고 있으면서도 푹신한 느낌이 제법 포근하게 다가온다.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 장시간 운전에도 딱히 몸에 배기는 곳이 없다. 그러면서도 몸을 붙잡아주는 능력도 우수한 편이라 역동적인 주행에서도 편안히 몸을 맡길 수 있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도어 트림은 알칸타라로 마감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을 감싸 쥐면 림의 두께가 예상보다 가늘고 각이 살짝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조건 림의 두께가 두꺼운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고성능 모델에서 이러한 림을 사용하는 것은 아우디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자식 기어 레버는 가로로 긴 형태인데, 레버를 쥐었을 때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항공기의 조종석이다. 물론, 실제로 보거나 만져본 적은 없지만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여객기의 조종석에 출력을 담당하는 레버를 움켜쥐면 딱 이런 느낌일 것 같다.

계기판은 12.3인치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고, 플로팅 타입의 메인 스크린의 사이즈는 10.1인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계기판 모두 기대만큼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주어서 마음에 든다. 공조 장치를 조작하는 스위치나 버튼들의 조작감도 우수하다. 재미있는 점은 공조기 버튼에서 찾을 수 있다. 각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작은 디스플레이의 아이콘들이 커지는 효과를 통해 재치 있는 모습을 보인다. 사운드 시스템은 뱅 앤 올룹슨으로 구성됐다. 19개의 스피커가 장착되며 고음에서 느낄 수 있는 청량감이 인상적이다.
실내 공간은 딱 예상했던 만큼이다. 차체의 크기와 형태를 생각했을 때 2열이 그다지 넓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앉아보니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여유가 그다지 남지 않았다. 대신 트렁크 공간은 제법 괜찮은 수준으로 확보했고, 트렁크 바닥의 커버를 들춰보면 무게 배분을 위해 배터리가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배터리가 자리 잡고 있는 패널은 기존 스페어타이어가 있던 부분을 그대로 사용해 보기에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이제 이 녀석과 밤거리로 향할 차례다. 시동을 걸자 낮고 우렁찬 배기음이 기분 좋게 울린다. 기어 레버를 당기고 주차장에서 서서히 미끄러져 나간다. 우선 차에 적응하기 위해 컴포트 모드에 맞추고 차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다. 이러한 순간에 고성능 모델이 평소에 얼마나 편안히 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몇 번의 요철을 지나도 고성능 차가 맞나 싶을 만큼 부드럽고 편안해서 인상적이다. 여기에 가속과 제동 시의 반응이 무척 부드러워져서 적어도 일상 속에서 타기 힘든 고성능 차는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RS는 독일어로 ‘Renn Sports’, 영어로는 ‘Racing Sports’를 뜻한다. 그 실력을 확인해보자. 엔진의 회전수를 슬쩍 높여본다. 8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추는 2.9ℓ V6 트윈 터보 엔진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저회전 영역의 회전 질감도 우수한데, 회전수를 높일수록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초반에는 아주 잠깐의 터보랙이 느껴지지만 그 순간이 지난다면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는 감각이 무척 재미있다.

차에 대한 적응도 어느 정도 끝났고 드라이빙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설정한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하자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61.8kg∙m의 힘이 온몸을 짓누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3.9초면 충분하다. 노면과 타이어가 받쳐준다면 그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가속을 아무리 해도 힘이 부족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없고, 고속 안정감 역시 훌륭하다. 최고속력은 시속 280km로 제한했는데 공도에서 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여기에 다이내믹 모드는 운전자를 흥분하게 만드는 몇 가지 요소들도 등장한다. 먼저 배기구의 플랩이 열리면서 한층 두터워지는 배기음을 맛볼 수 있다. 다만, 발성 훈련이 덜 된 것처럼 먹먹한 음색은 아쉽다. 차는 분명히 시원하게 내지르고 싶어 하지만 어딘가 꽉 막혀 있는 느낌이다. 대신 3000~4000rpm 사이에서 신나게 터지는 이른바 팝콘 사운드로 아쉬움을 달랜다. 방정맞게 팍팍 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부루룩’거리는 소리가 무척 매력적이다.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보자. 스티어링 휠에 자랑스럽게 새겨진 RS 모드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의 그래픽이 바뀌면서 운전자를 한층 더 즐겁게 만든다. HUD에는 기어 변속 타이밍을 알리는 듯 rpm에 맞추어 게이지가 올라가는 효과를 부여해 마치 레이스카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RS 모드는 운전자의 성향에 맞추어 스티어링, 디퍼런셜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두 개의 설정값을 미리 저장해 놓을 수 있다. 게다가 G포스, 가속력, 랩타임 등을 계산하는 메뉴까지 차곡차곡 쌓아 놓았기에 원하는 메뉴를 골라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코너링 성향은 약한 언더스티어이며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지만 결코 허둥대는 느낌은 아니다. 게다가 콰트로 시스템은 도무지 노면을 놓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네 바퀴가 땅에 단단히 박혀 안정적으로 라인을 그려나간다. 부족한 운전자의 실력을 차가 메꿔주는 느낌이다. 괜히 자신감이 붙어서 최선을 다해 차를 밀어붙여 보지만 콰트로 시스템이 제공하는 견고한 트랙션은 도통 무너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코너의 진입 속도만 적절히 맞춰주고, 운전대를 돌리면 나머지는 차가 알아서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이다. 뒤를 날리며 코너를 정복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러한 세팅을 재미가 없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반대로 누구나 쉽게 고성능 모델을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하는 쪽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앞은 피스톤이 6개가 달린 세라믹 브레이크인데 뒤는 4피스톤 스틸 브레이크다. 앞 브레이크만 세라믹인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RS5 스포트백의 경우 이 정도만 되어도 제동력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것이 아우디의 설명이다. 실제로 경험을 해보니 강력한 출력을 제어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코너링 중에 제동을 걸어도 안정감을 잃지 않아 마음에 든다.
이제 이 글을 시작하면서 던진 주제에 대해 다시 돌아보자. 아우디는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탄탄한 트랙션을 바탕으로 고속주행과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는 두터운 신뢰감을 보여주고, 일상 주행에서는 평범한 세단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 없는 안락함을 선사한다. 단순히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누르는 동작으로 각각의 주행 스타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동차다. 아우디가 마법을 부리는 것이 분명하다.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85×1865×1410mm
휠베이스  2826mm  |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배기량 ​​​ 2894cc  |  최고출력  ​​450ps
최대토크  61.8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8.6km  |  가격  912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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