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 국제 자동차 경기장에서

  • 기사입력 2018.05.12 17:43
  • 기자명 모터매거진

4월 둘째 주, 슈퍼GT 개막전을 보기 위해 일본 오카야마 국제 자동차경기장을 찾았다. 산동네답게 비와 바람, 햇살이 종잡을 수 없이 펼쳐지는 보기 드문 날씨 속에 금요일 연습주행에서 일요일 결승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슈퍼GT는 독일 DTM에 비교할 수 있을 만한 국제규모의 GT 시리즈로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GT500과 GT300으로 구분되어 운영되는 경기는 최근 GT500이 독일 DTM과, GT300이 FIA GT3와 규정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GT500과 DTM의 통합은 아직까지는 일본 쪽의 다소 짝사랑 같은 성격을 보이고는 있지만, 독일 현지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가 되는 상황으로 보이며, 이번 개막전에서도 슈퍼GT의 주관사 GTA의 반도 마사아키 회장이 조만간 통합전이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 통합전이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다. GT300의 경우 수년 전부터 FIA GT3의 참전이 허용되어 다양한 차종들이 참가하여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FIA GT3의 경우 300마력으로 출력을 제한하고 있는 GT300 차에 맞춰 BOP(Balance of Performance)를 규정하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일본 모터스포츠의 경제구조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다. GT500의 경우 메이커에서 차를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만으로도 우리 돈 5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고, 그 정도 급의 차를 한 국가에서 12대가량 운영한다는 것은 상당한 자금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GT300의 경우도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의 자동차 개발비가 소요되는데, GT300 클래스도 출전 차가 30대 이상 등록되어 있다. 물론 GT3의 참전이 허용되면서 자동차 도입가격이 5억원대로 줄어들어 출전의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GT3를 사고 운영하는데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이번 방문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F4의 개막전 참가 대수가 40대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F4라고 하더라도 엔진을 포함한 차의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국내 기준으로는 슈퍼레이스의 스톡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경주차를 보면서 부러움과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F4의 경우 도입 초기 많은 논란을 딛고 경주차를 일본 국내에서 개발하는 시도를 했으며, 지금은 도레이로 인수된 동몽에서 개발을 진행하여, 현재 약 50여 대가 운영되는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경제구조에 대한 궁금증은 토, 일요일 경기에 찾아오는 관중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오카야마는 오사카와 히로시마 사이에 위치한 시골 도시이고, 경기장은 도심에서도 자동차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 사실 거의 오지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토요일 예선전과 일요일 결승전에 몰리는 인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역시 그 원동력은 많은 관중이었다. 물론 메이커들의 지원과 각 팀이 지출하는 비용도 상당하다고 한다. 하지만 공중파에서 중개하면서 엄청난 주변 상품들–모형, 의류, 용품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공유하는 등, 팀들에 대한 배려와 균형 잡힌 운영도 레이스가 오랜 역사를 쌓는데 이바지를 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몇 가지 우울한 부분도 있다. GT500은 DTM과 규정 통합을 진행하면서 차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Bath Tub(목욕조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운전석에 해당하는 차체 가장 가운데 부분)를 DTM과 통일했고, 이를 수입하는 부분에 대해 일본 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 지금은 도레이에서 국산화가 완료되어 팀에 공급되고 있는 듯했다. GT300은 AMG GT3나 BMW Z4 GT3 등 쟁쟁한 유럽산 GT3 차들 덕분에 1위 자리에 올라가기가 영 힘겨워 보이는 상황이다. 일본 메이저 3사인 토요타, 닛산, 혼다는 모두 GT3를 개발했다. 닛산의 GTR GT3를 선두로 토요타가 RC F GT3를 내놓았으며, 올해는 마지막으로 혼다가 NSX GT3를 데뷔시켰다.

이번 오카야마 개막전은 NSX GT3의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성적은 영 신통찮다. 신통찮은 성적은 판매와도 연결되었다. GTR GT3는 유럽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RC F 역시 존재감이 없다. NSX GT3의 경우 설계는 미국에서, 제작은 이탈리아에서 진행되었다.

일본의 모터스포츠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약 30년 이상 앞선다고 판단된다. 엄청난 투자를 했고, 국제무대에서도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러한 성과를 내고도 유럽 수준으로 올라서지는 못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일본은 모터스포츠에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보면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

엄청난 관중과 참가 팀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조차 내면을 들여다보면 쉽지 않은 것이 모터스포츠인 것 같다. 모터스포츠는 관심과 자금을 먹고사는 괴물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그런 무대 위에서 전문적인 사업 영역을 유지하고 있는 수많은 업체들이 공생하고 있는 일본 모터스포츠의 분위기는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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