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클래식을 느껴라! 모토구찌 V7

  • 기사입력 2022.03.10 00:4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만약 고전적인 이탈리아 모터사이클을 고르라고 할 때 ‘두카티’나 ‘베스파’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아직 진정한 이탈리안 클래식을 마주하지 못했다. 2021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모토구찌, 그 중에서도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V7이 이탈리안 클래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라이딩웨어 협찬 | 얼리바이커

국내에서 모토구찌라고 하면 꽤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심지어 드라마에도 한 번 등장했는데 그렇다. 2009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꽃보다 남자’에서 김현중이 타고 다녔던 모터사이클이 바로 모토구찌의 모델이고, 이번에 시승하는 V7의 조상이다. 당시 김현중이 뒤에 구혜선을 태우고 멋있게 달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드라마이니 이제는 잊어버린 사람들이 더 많아서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

어쨌든 클래식 모터사이클을 꽤 좋아하는 필자에게 있어 모토구찌 V7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운전하고 싶은 모터사이클’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어떤 모터사이클 매장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안에 서 있는 V7을 보고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드디어 만나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소원 성취 하나 한 셈이다. 그리고 마침, 모토구찌 창립 101주년이기도 하고 말이다.

모토구찌의 역사도 꽤 오래됐지만, V7도 등장한 지 꽤 오래된 모델이다. 애초에 V7이라는 이름과 메커니즘을 정립한 것이 1967년부터이니까 말이다. 공랭식, V형 2기통, 푸시로드를 사용하는 엔진 등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결정되었고 1970년대를 성공적으로 지배했다. 지금의 V7은 2008년에 클래식 스타일로 부활한 것이지만, 그때의 메커니즘은 그대로 갖고 있다. 게다가 2008년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가히 ‘이탈리안 클래식’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클래식과 레트로, 그 경계는 어디인가V7은 전형적인 클래식 네이키드의 모습을 갖고 있다. 원형 헤드램프와 계기판, 심플한 형태의 쇽업소버와 외부로 그대로 드러나는 프레임, 엔진과 연료탱크의 형상도 말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엔진이다. V형 2기통 엔진이라고 하면 모터사이클 프레임을 기준으로 앞뒤로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토구찌는 그 엔진을 가로로 배치했다. 그래서 앞에서 봐도, 위에서 봐도 엔진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드러나 있다.그 엔진을 품기 위해 연료탱크도 조금 특이하게 다듬어져 있는데, 윗부분이 좁고 아랫부분이 엔진 헤드를 조금 감쌀 수 있게 부풀어 올랐다. 곡선을 품은 형태만 보다가 직선과 사각형을 품은 형태의 연료탱크와 마주치니, 특별함이 느껴진다. 연료탱크에는 모토구찌 특유의 독수리 엠블럼이 들어갔는데, 멋이 한층 더 살아난다. 배기 파이프는 모두 검은색으로 다듬었고, 시승차의 경우 미스트랄의 튜닝 머플러가 들어갔다. 구조변경을 통과할 수 있는 제품이다.

모토구찌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센테나리오 모델이라 특별한 장식도 들어갔다. 앞바퀴를 감싸는 펜더에는 100주년 기념 로고가 들어갔고, 모토구찌의 전설적인 모델을 떠올리게 만드는 녹색의 사이드 패널도 있다. 여기에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갈색 시트가 특별하게 적용된다. 이 시트는 직선으로 뻗어 있어 두 명이 편안하게 탑승하기에 정말 좋고, 혼자서 탑승해도 만족도가 크다. 시트 높이가 낮아 발이 편안하게 땅에 닿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클래식을 탐하지만, 필요한 부분에 최신 기술은 제대로 넣었다. 국내 규정상 시동을 걸면 무조건 헤드램프가 점등하는데, 단계를 나눠 LED 주간주행등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계기판은 풀 디지털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표현하고 있다. 만약 최신 기술이 필요 없고 고전적인 형태가 더 좋다면, 스톤 모델이 아니라 스페셜 모델을 고르면 된다. 두 개의 바늘을 품은 계기판과 평범한 형태의 원형 헤드램프, 고전적인 와이어 스포크 휠을 제공한다.
2기통의 매직, 다루기 쉬운 클래식 스포츠
V형 2기통이 가로로 배열되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은 무엇일까? 사실 답은 놀랍도록 간단하다. 크기가 작은 뒷바퀴 굴림 자동차를 운전할 때 느껴지는 바로 그 감각이다. 만약 이것이 2기통이 아니라 4기통이었다면, 더 자동차와 비슷한 감각을 느꼈을 것이다. 2기통을 선택한 것은 모터사이클의 재미인 진동을 느끼기 위한 것도 있고, 라이더가 발을 편안하게 놓을 수 있도록 하면서 차체를 작게 만들어야 하니 그런 것도 있으리라.

시동을 걸면 그때는 좌우로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있지만, 이후부터 운전을 해 보면 움직임에 방해되는 진동은 거의 없다. 스펙만으로는 출력이 인상적이지 않으니 가볍게 오르게 되는데, 발진하고 나서 느껴지는 토크는 꽤 강하다. 엔진 회전 3000rpm이면 모터사이클에서는 꽤 낮은 영역인데, 이때부터 뒷바퀴에 전해지는 발진 감각이 장난이 아니다. 덕분에 시내에서 엔진 회전을 높이지 않고도 손쉽게 교통 흐름을 따라가거나 추월할 수 있다.
확실히 고속 주행이 즐거운 모델은 아니다. 만약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주행을 즐긴다면, V7을 선택하면 안 된다. 진정한 재미는 바로 코너가 연속되는 시골길 또는 산길에서 발휘된다. 여기서도 엔진 회전 한계까지 쓰는 게 아니라, 5000~6000rpm 정도를 적당히 사용하는 주행을 하는 게 더 즐겁다. 푸시로드 방식으로 인해 엔진 회전이 낮게 잡히는 거겠지만, 자연스럽게 자동차와 비슷한 감각으로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와 비슷한 감각이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모터사이클과는 다르게, V7은 뒷바퀴에 체인이 아니라 드라이브샤프트를 사용한다. 체인이라면 급작스럽게 강한 토크가 걸리면 조금씩 늘어나기도 하고 손실도 일어나지만, 드라이브샤프트라면 어떤 강한 토크도 제대로 뒷바퀴에 전달할 수 있다. 라이더의 의도를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름이 튈 수 있는 체인과 달리 바지와 신발을 언제나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단 코너에 뛰어들면, 제어가 안정적이다. 고전적인 모델이라 전자 장비라고는 ABS와 TCS 정도밖에 없는데 말이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바퀴가 두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생각보다 잘 물어준다. 게다가 앞바퀴가 안정적으로 반응하고, 차체도 꽤 단단해서 안정감이 배가된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코너에 진입할 때 땅에 조금씩 끌리는 센터 스탠드가 아쉬울 지경이다. 코너에 대한 무서움이 자연스럽게 극복된다.

승차감도 생각보다 좋다. 금속을 통짜로 다듬은 캐스트 휠 모델이라 거친 노면에서 조금 단단하게 반응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유연하게 반응하고 엉덩이와 허리 컨디션을 챙겨준다. 그러면서 운전자에게 노면 정보는 제대로 전달한다. 만약 가능하다면, 타이어를 교체할 때가 되어도 순정 타이어를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브레이크 디스크가 앞바퀴에는 하나밖에 없지만, 브렘보 브레이크라서 그런지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충분히 강하게 반응한다.
모토구찌 V7과 함께 한 나날은 즐거움으로 남았다. 심지어 추워지기 시작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일상적으로 타고 다녔으며, 주목도 받았다. 아마도 다루기 쉽고 깔끔한 주행이 가능했기에 그랬던 것 같다. 만약 이 세상에 모터사이클 소믈리에가 있다면, 필자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거하고 깔끔한 것을 원하신다고요? 그렇다면 모토구찌 V7은 어떠신가요? 이탈리안 클래식이죠.”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2180×825×1105mm
휠베이스  -   |  엔진형식  V2, 가솔린
배기량 ​​​853cc  |  최고출력  ​​65ps
최대토크  7.4kg·m  |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
가격  16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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