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승기]TVR 투스칸 스피드 6

  • 기사입력 2022.03.06 08:56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 세상에는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있고, 그중에는 작은 규모의 ‘백야드 빌더’도 있다. 이번엔 그중에서 영국의 숨겨진 제조사, TVR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유려한 차체를 가진 투스칸은 덤이다.

웬만큼 자동차를 안다는 사람들에게도 TVR이라는 이름은 꽤 낯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회사는 한동안 제대로 된 자동차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7년에 공개된 신형 그리피스는 이미 예약금과 함께 주문을 받았지만, 실물을 받으려면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한다. 영국 웨일스 지역에 공장을 짓는 데 적합성을 검증해야 되어서 시간이 지연됐고, 그 사이 코로나 19가 덮쳐서 계속 지연됐다. 형식 인증도 기다리고 있다.TVR은 한 사람의 고집에 의해 태어났다. 창립자인 트레버 윌킨슨(Trevor Wilkinson)은 1947년, 고향인 영국 랭커셔 지방의 블랙풀에 트레브카 모터스(Trevcar Motors)를 세웠는데, 이것이 나중에 TVR이 되었다. 이후 1949년에 자체 제작한 전륜 서스펜션과 모리스 에이트(Morris Eight)에서 가져온 후륜 서스펜션을 조합하고 알루미늄을 이용해 차체를 만들었으며, 여기에 포드 엔진을 탑재해 최초의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자동차를 만든 것은 좋았지만, 트레버는 운영 미숙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투자자를 찾아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트레버는 떠났고,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1965년에는 릴리(Lilley) 가문으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시장에서 주목받는 모델들을 내놓기도 했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손해를 입었고 1981년에 피터 휠러(Peter Wheeler)가 회사를 인수했다. 그는 로버에서 공급받은 8기통 엔진으로 매력적인 자동차들을 만들어냈다.

투스칸은 그가 있을 때 만들어낸 자동차다. 아름다운 곡선을 갖고 있으며, 당시 자동차에서 흔하지 않았던 ‘카멜레온 컬러’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모델이기도 하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엔진을 어디서 공급받은 것이 아니라 TVR이 자체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투스칸은 그리피스와 함께 TVR을 상징하는 모델이며, 등장한 지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매력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그래서 영화 ‘스워드 피쉬’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날것의 느낌 그대로
투스칸은 4.0ℓ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66마력을 발휘한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꽤 인상적인 출력인데, 차체 무게는 불과 1100kg에 불과하다. 디자인과 덩어리의 느낌을 보고 있으면 꽤 큰 자동차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차의 길이는 4235mm에 불과하다. 작으면서도 가벼운 차체에 고성능 엔진을 탑재했으니, 그 달리기 성능이 어느 정도일지 기대가 크다. 만약 이 차를 현실로 가져온다면, 그 당시 출시했던 BMW M3(E46)하고도 대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달리기 전에 운전석에 앉아 실내를 감상해 봤다. 에어백이 없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오래된 자동차라는 사실을 그대로 알려준다. 계기판이 굉장히 특이한데, 반원 형태에 바늘로 가리키는 형태의 거대한 속도계만 갖고 있다. 회전계는 어디에 있을까? 계기판 가운데 거대한 숫자로 표시되는 것이 회전계다. 센터페시아에는 오디오 데크만 있고, 에어컨과 창문 조작 등 주요 기능은 모두 센터 콘솔에 몰려 있다. 가운데 우뚝 솟은 수동변속기가 인상적이다.
엔진을 돌려보면 제법 박력 있는 음색이 나온다. 8기통 엔진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아니지만, 6기통 엔진이 조금 거칠게 돌아가는 소리라고 할까. 확실히 영국 출신의 스포츠카는 운전자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타고난다. 기왕이면 타르가 루프를 떼어내고 오롯이 엔진음과 배기음을 즐기고 싶은데, 게임이라서 루프를 떼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저 텔레비전의 음량을 올리는 것으로 엔진음을 조금 더 크게 듣는 수밖에.

투스칸 스피드 6의 특징은 이 막강한 출력을 오롯이 뒷바퀴에만 전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차에는 ABS와 TCS 등 자세를 제어해주는 전자 장비가 하나도 없다. 그러니 그란투리스모 내에서도 전자 장비를 다 끈 채로 주행하는 게 좋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투스칸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다. 투스칸은 오래된 자동차라 이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시승하라고 키를 내주는 사람도 없다.
이쯤에서 자연흡기 엔진의 특징이 또 한 번 살아난다. 4000 회전을 넘기는 시점부터 뒷바퀴가 조금씩 미끄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직선 코스라면 미끄러지지는 않지만, 만약 코너에 진입한다면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조심해야 한다. 자동차를 제어하는 데 자신이 있다면, 이 시점에서 드리프트를 위해 일부러 엔진 회전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란투리스모 내에서 그립과 드리프트의 중간 지점을 달릴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이제 조금씩 익숙해졌으니, 본격적으로 속력을 내 보자. 그다지 빠른 속도로 탈출한 것도 아닌데, 영국 브랜든 해치의 직선을 지나 1번 코너에 진입할 때 속도계는 이미 시속 200km를 넘기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브레이크를 강하게만 걸어버린다면, 틀림없이 뒷부분이 흔들리고 말 것이다. 뒷바퀴를 굴리는 모델인 데다가 ABS가 없는 만큼, 무조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것보다는 서서히 밟는 세기를 올리는 게 좋다.

BMW가 아닌 다른 모델에서 직렬 6기통을 경험해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 게다가 그 엔진이 어디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자체 제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훌륭한 엔진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왜 어려움에 처해야 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왜 자신들의 엔진이 아니라 포드에서 갖고 온 엔진을 튜닝해야 하는지 아쉬움만 남는다. 언젠가는 TVR의 자동차를 실제로 운전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플레이스테이션의 전원을 내린다.
만약 TVR 투스칸을 운전할 수 있다면
어느 날, 커다란 행운이 생겨서 누군가가 TVR 투스칸을 운전해 보라고 키를 줬다면, 독자 여러분은 이 차의 시동을 걸 수 있겠는가? 일단 탑승하는 것부터 난관이 될 것이다. 투스칸은 도어에 손잡이가 없기 때문이다. 창문이나 타르가 톱이 열려 있다면 넘어가서라도 탑승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황하지 말고 사이드미러를 살펴보기 바란다. 사이드미러 하단에 버튼이 있고, 그것을 누르면 투스칸의 도어가 열린다.

만약 탑승했다면, 키를 돌려서 시동을 걸면 되는데 그냥 돌리면 안 된다. 아마도 아무 반응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키 가운데 있는 조그만 스위치를 누른 상태로 키를 돌려야 시동이 걸릴 것이다. 창문을 조작하고 싶다면 센터 콘솔에 있는 다이얼을 찾으면 된다. 다이얼을 돌리는 각도에 따라 창문이 조금씩 내려가고 올라간다. 여러 가지로 특이한 조작 체계를 가진 자동차이다. 이제 온전히 즐기는 일만 남았다.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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