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HOT HATCH, 아우디 SQ5 TSFI

  • 기사입력 2022.02.27 23:2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외모로 보나 성능으로 보나 화끈하지 않다. 그러나 진짜, 현실 세계의 도로에서 즐기기엔 이만한 차가 없다. 

몇 년 전 아우디 SQ5를 아주 좋아했다. 다부진 체형에 300마력이 넘는 파워풀한 6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에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매력적이었다. 특히 차체에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지면 무광 실버 사이드미러가 더욱 근사해 보였다. 도로에서 바라만 봤지 타보지 못해 더욱 애착이 갔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SQ5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세대가 바뀌었지만 예전의 그 톤은 유지하고 있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시작으로 아우디 패밀리룩을 잘 소화한다. 다부진 몸매에 기교는 부리지 않았다. 아우디 특유의 깔끔한 외모를 자랑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머플러 커터다. 고성능 모델임에도 가짜 머플러 커터를 리어 범퍼에 달아 놨다. 세차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변에 차를 좋아하는 이들의 놀림감이 된다.  

실내 역시 현 아우디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과거의 아우디는 우주선처럼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꾸몄었는데 지금은 여백의 미를 중시하고 있다. 대시보드는 운전자를 향해 있고 디스플레이를 상단에 올려놨다. 디스플레이가 내려갔다가 올라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고정형이다. 사용 빈도수가 높은 기능들은 물리 버튼으로 두고 그 외의 기능은 모조리 디스플레이 안에 담았다. 스티어링 휠은 바텀 플랫 타입이며 크기와 굵기 모두 적당하다. 메르세데스나 BMW에 비하면 가는데 손이 작은 이들은 아우디의 것이 훨씬 조작하기 수월하다. 기어노브는 전투기에서 가져온 것처럼 생겼는데 운전하면서 손을 얹고 있기 좋다. 유격이 느껴지지 않는 작동감도 마음에 든다.
시트는 고성능 모델답게 사이드 볼스터가 적극적이다. 코너에서 운전자를 잡아주기에 충분하고 쿠션감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퀼팅 스티치를 넣어 부드러운 가죽의 내구성을 끌어 올렸다. 뒷좌석 공간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불평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레그룸과 헤드룸이 알맞게 확보되어 있다. 넉넉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세그먼트를 고려하면 뒷좌석 공간을 잘 뽑았다. 등받이 각도는 조절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누워 있어 착좌감이 괜찮다.
이번 SQ5에는 편의사양이 가득하다. 먼저 요즘 없어서는 안 될 애플카플레이가 준비되어 있다. 반응속도도 빠르고 케이블의 정품 유무를 따지지도 않아 마음에 든다. 오디오 시스템은 뱅앤올룹슨이다. 음색이 경쾌하고 깔끔하다. 묵직한 록이나 힙합 같은 장르를 들으려면 이퀄라이징을 만져야 한다. 발라드나 클래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세팅이다. 이런 차를 구매할 소비자들의 취향은 록과 힙합을 즐길 것 같은데 A8의 세팅이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그 밖에 편의사양으로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탑재되었지만 반자율주행 시스템이 빠진 게 아쉽다. 하루빨리 아우디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국내에서도 만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고성능 모델이니 이제 신나게 달려보자. SQ5 후드 안에는 V6 3.0ℓ 터보 엔진이 숨어 있다. 과거 SQ5는 디젤이었는데 이제 가솔린이다. 터빈은 한 발만 달려 최고출력 354마력, 최대토크 50.9kg·m의 힘을 생산한다. 8단 자동변속기가 네 바퀴를 굴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 최고시속은 250km에 달한다. 요즘 400마력 이상의 차들이 널렸지만 이 정도 수치만으로도 충분히 펀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실제로 달려봐도 공도에서 어지간한 스포츠카들이 쉽게 덤빌 수 없다. 터빈이 하나지만 터보랙이 심하지 않고 엔진 리스폰스가 빠른 편이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엔진 회전수 근처에 가기 위해 변속기는 빠르게 일 처리한다.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라 운전자의 흥이 유지된다. 다만 배기 사운드는 아쉽다. 이 정도 출력이면 조금 박력 있는 사운드를 기대했는데 얌전하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도 힘은 남아돈다. 노면 온도가 낮지만 콰트로와 윈터 타이어가 끼워져 있으니 전혀 불안하지도 않다. 속도가 올라가도 차체가 붕붕 뜨지 않으니 마음 놓고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SUV지만 잘 빚어 놓은 실루엣으로 대기를 자연스럽게 돌파한다. 조수석이나 2열에 앉아도 이 안정감이 전해진다. 탄탄한 하체가 빛을 보는 순간이다. 서스펜션 세팅은 단단하게 되어 있는데 통통 튀지 않아 다행이다. 저속에서 과속 방지턱을 넘고 나서의 진동을 섀시에 오랫동안 남겨두지 않는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이 딱 원하는 감쇠력으로 마무리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애매할 수도 있는데 아우디가 잘했다.

작은 차가 아닌데 운전이 재미있다. 운전해 보면 차 크기보다 작게 느껴진다. 만만해서 더욱 재미있다. 긍정적인 표현이다. 스티어링 휠 감도도 가볍다. 제멋대로 휘휘 돌아가는 게 아니라 힘 안 들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각도를 잡을 수 있다. 포르쉐의 스티어링 느낌과 유사하다. 스티어링 피드백도 빠르고 솔직하다. 감도는 가벼운데 기어비가 촘촘하니 계속 스티어링 휠을 잡아 돌리고 싶다. 그렇다면 산에서 놀아야 한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이상적인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아 스로틀 개폐량만으로 라인을 수정할 수 있다. 진입 속도고 꽤 높으며 복합코너에서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섀시가 엉키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온다. 같은 급의 포르쉐 마칸과 비교하면 코너링 퍼포먼스 수준은 비슷하나 결이 살짝 다르다. 마칸은 코너를 타기 전부터 잘 돌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아우디는 잘 안 돌 것 같은데 잘 돈다. 개인적으로 아우디의 세팅이 마음에 든다. 이러한 조율이 일상생활에서는 더 편하다. 우리가 작정하고 달리는 시간이 총 주행 시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으니까. 여하튼 SQ5의 움직임은 핫해치를 연상케 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섀시와 출력을 다스리기 충분하다. 브레이크스티어나 노즈다이브와 같은 불편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사리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아 언제든지 속도를 줄여도 거동이 안정적이다. 페달의 답력과 스트로크가 보통 차 수준이라 다루기도 쉽다.
SQ5와 데이트는 끝났다. 예전에 타보고 싶었던 차를 타서인지 재미있었다. 당시의 그 세대도 아니며 연료도 다르지만 과거 기대했던 만큼의 실력을 보여줬다. 아우디에는 초고성능 디비전 RS가 있기에 S 모델의 세팅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노멀 모델보다는 스포티하게, RS 모델보다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SQ5는 그사이를 잘 파고들었다. 긴장감 속에 달릴 필요도 없고 고성능차라서 실용성에 손해 보는 일도 없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드림카는 아니지만 현실에 마주쳤을 때 이상적인 차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80×1895×1640mm
휠베이스  2825mm  |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배기량 ​​​ 2955cc  |  최고출력  ​​354ps
최대토크  50.9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가격  912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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