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4기통이지만 괜찮아!

  • 기사입력 2022.02.17 09:5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다운사이징의 끝도 오고 있다. 거대한 덩치지만 4기통 엔진을 품고 있다. 엔진이 작다고 우습게 볼 수 없다. 충분히 빠르니까.  

마세라티 르반떼가 데뷔할 때가 기억난다. SUV 장르의 인기가 계속되자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자사 최초의 SUV를 선보이던 때가 있었다. 당시 각 브랜드의 패밀리룩을 입고 나온 SUV들 중에서 자연스러운 모델도 있고 반면 어색한 모델도 있었다. 르반떼는 어색함 없이 근사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도 아니고 심지어 질리지도 않는다. 부드러운 선의 연속이지만 강한 이미지도 놓치지 않았다. 우아하면서 스포티하려는 의도가 잘 반영되었다. 출시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이번 촬영에 만난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최고급 SUV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겉모습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옆태다.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긴 후드로 측면 프로포션이 안정적이다. SUV지만 차가 붕 떠 보이지 않는 점도 매력 중 하나다. 다만 아쉬운 것은 휠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 그런지 옷은 잘 차려입고 신발을 잘못 골랐다. 적어도 21인치 이상은 되어야 원래의 미적 지수를 유지할 수 있다. 림 안에 캘리퍼 색상이 신선하다. 코발트블루라는 페인트를 칠했다. 이 색상으로 차체 전체를 덮어도 예쁠 것 같다. 근래에 본 색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이다. 테일램프는 살짝 바뀌었다. 부메랑 모양으로 빛이 들어온다. 그 외에는 이전과 차이가 없다.

추우니 안으로 도망가야 한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그러고 보면 마세라티의 전 모델은 프레임리스다. 개인적으로 프레임리스 도어의 여닫을 때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데 마세라티의 것은 묵직하면서 부드러워 만족스럽다. 인테리어는 마세라티 특유의 레이아웃이다. 운전자가 센터페시아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이를 안정적이라 좋아하는 이도 있고 반면 조금 갑갑하다고 느끼는 이도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특별할 것은 없는데 최고급 가죽을 아낌없이 발라 놔 시각과 후각으로 럭셔리가 전해진다. 스티어링 휠은 콰트로포르테나 기블리에서 보던 그것이다. 세단에 달려 있을 때는 사이즈가 조금 크다고 느껴졌는데 르반떼에 딱 알맞은 크기다.
시트는 컴포트와 스포츠 모두 아우른다. 히팅과 쿨링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데 활성화하려면 디스플레이 안을 뒤져야 한다. 깔끔하게 정돈해 놓은 것은 좋지만 이렇게 사용 빈도가 높은 것은 물리 버튼으로 뒀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여유롭다. 르반떼의 휠베이스는 3m가 조금 넘는다. 2열 공간의 아쉬움은 전혀 없다. 또한,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장거리 이동에도 편안하다. 트렁크 공간은 580ℓ로 같은 세그먼트 SUV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라운딩을 가거나 캠핑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이제 달려보자.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큰 덩치에 4기통 엔진이라니! 그것도 마세라티 배지를 달고 있는 SUV에···. 8기통이 어울리는 마세라티지만 타보니 6기통까지도 괜찮았다. 허나 4기통 엔진으로 이 차를 견인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자꾸 생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은 엔진으로도 시원하게 잘 나간다. 어마어마한 파워로 운전자를 압도하지는 않지만 공도에서 즐길 정도의 출력은 된다. 스펙은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kg·m다. 이는 4기통 2.0ℓ 터보 엔진 자력이 아닌 전기모터의 도움을 살짝 받은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0초, 최고시속은 245km다. 보통의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쉽게 추월할 수 있고 고속도로에서도 지치지 않는다. 딱 6기통 르반떼만큼의 가속력을 보여준다.
승차감은 독일 SUV보다 부드럽다. 그렇다고 물렁거릴 정도는 아니며 극적인 스티어링에 자세를 잘 잡아준다. 댐퍼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그 차이가 체감되진 않는다. 이 부분은 아쉽지만 그래도 기본 세팅이 만족스러워 눈 감아 줄 수 있다. 특히 고속안정감이 준수하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깔리는 듯하다. 댐퍼 스트로크도 길고 스프링 레이트도 약함에도 고속에서 전혀 불안하지 않다. 그 때문에 운전자는 긴장을 풀 수 있고 평화로운 크루징이 가능하다.
코너링 성능은 어떨까? 이 차로 와인딩을 타는 오너는 없을 테니 나라도 해 보는 수밖에···. 앞서 말했듯이 휠베이스가 길고 차가 무거워 와인딩을 적극적으로 즐기기에는 무리다. 당연히 일반적인 SUV보다는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산길에서는 안전하게 타는 것을 권한다. 하나의 코너는 각도에 상관없이 잘 돌파하는데 문제는 복합 코너다. 진입 후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박자가 늦어 스티어링 휠을 마구마구 휘저을 수 없다. 상위 트림의 르반떼와는 다른 모습이다. 스포츠 세단 수준의 코너링을 보여주던, 내가 알던 르반떼의 순한 맛 버전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니 그럴 수 있다.
브레이크 성능은 남아돈다. 마세라티는 제동에 있어서는 자비가 없다.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제동을 위해서라면 절충하지 않는다. 리어 캘리퍼만 보더라도 모노블록으로 되어 있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보편화 되면서 리어 캘리퍼가 모노블록으로 되어 있는 차를 보기 힘들어졌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리어 캘리퍼도 모노블록이 아닌 슬라이드 타입이다. 물론 슬라이드 타입을 사용한다고 해서 제동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모노블록이 슬라이드 타입보다 훨씬 비싸다. 여하튼 이 비싼 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과 섀시를 가지고 논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도 잘 잡았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  
시승은 끝났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명확하다. 화려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적당한 성능의 파워트레인이 가장 큰 매력이다. 8기통의 박력 터지는 성능이 아니라 실망하는 이도 있겠지만 실구매자들 중에서 그 정도까지 바라는 이는 많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만 경제성을 놓치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이 많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기름 덜 먹고 디젤 엔진은 피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제격이다. 연비가 엄청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연비는 차체 크기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시내 주행에서 7.0km/ℓ 정도는 쉽게 마크한다. 흔히 말하는 하차감은 확보하면서 주유소는 자주 갈 필요가 없다. 4기통 엔진이지만 배기 사운드도 잘 만져 꽤 그럴싸하기까지 하다. 3일을 탔지만 단점이 딱히 보이지 않는 차,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였다.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5020×1970×1695mm휠베이스  3004mm엔진형식  I4 터보+전기모터, 가솔린배기량 ​​​1995cc  |  최고출력 ​​330ps최대토크  45.9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AWD  |  가격  ​​​​​​​​​1억1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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