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Y SUV, 메르세데스-벤츠 GLE 350e 4MATIC 쿠페

  • 기사입력 2022.02.15 09:43
  • 기자명 모터매거진

기대한 부분은 그에 부응한다. 여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까지 선사한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비슷한 듯 다르다. 구조는 비슷하지만 개념의 차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함께 일을 할 때 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지에 따라 나뉜다. 먼저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이 주고 전기모터가 보조 역할을 한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직접 충전을 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모터가 주, 내연기관이 보조다. 그렇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는 전기 모드로 기름 한 방울도 쓰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전기 충전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문제점도 있다. 바로 충전을 하더라도 이동 거리가 대략 30km 내외라 실제로 브랜드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운용을 할 수가 없다. 더도 말고 50km 정도만 된다면 진짜로 실용적일 것이다.

여기에 66km를 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메르세데스-벤츠 GLE 350e 4매틱 쿠페가 있다. 처음에는 브로셔를 보지 않고 타서 몰랐다. 서울 성수동에서 강촌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배터리는 꽉 차 있는 상태에서 전기모드로 갈 수 있는 거리가 73km가 떠 있었다. 트립 상 수치는 믿지 않는 편이기에 30km 정도 가면 다 소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 모드로 갈 수 있을 만큼 가보겠다고 결심했다. 주행을 계속해도 주행가능거리가 크게 줄지 않고 있었고 도착지까지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약 75km를 전기모터의 힘만 사용해 목적지에 닿았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주행하지도 않았고 속도를 올릴 수 있을 만큼 올렸다. 66km를 갈 수 있다는 게 거짓이 아니었다. 충전 여건만 된다면 진짜 전기차처럼 출퇴근 및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
전기모터의 파워도 넉넉하다. 본격 전기차처럼 비현실적인 토크로 운전자가 시트에 파묻히지는 않지만 답답하지도 않다. 최고시속 130km까지 달릴 수도 있어 고속도로도 거뜬하다. 100kW 전기모터에 2.0ℓ 터보 엔진(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이 힘을 실어준다. 9단 자동변속기는 네 바퀴에 동력을 보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9초를 마크한다. 스펙만 놓고 보면 전혀 빠르지 않을 것 같지만 은근히 잘 달린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함께 파워를 생산하니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리스폰스가 재빠르다. 촬영 당시 300마력 정도 되는 SUV와 함께 달렸는데 GLE 350e 4매틱 쿠페가 더 빠르고 순발력도 좋았다. 그런데도 기름을 더 적게 쓰니 정말 남는 장사다.
삼각별을 달고 있으니 고속안정감이 기대된다. 지상고가 높은 SUV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노면에 밀착되는 느낌이 든다. 1억짜리 SUV를 살 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저속에서는 세단에 버금가는 승차감을 보여준다. 하체 세팅을 아주 잘했다. 댐퍼를 에어스프링으로 감쌌는데 고급차 특유의 맛이 난다. 도로의 상황을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여과시켜 전달한다. 좋은 정보는 알리고 비보는 숨긴다. 상위 트림에서 노면을 감지해 순간적으로 감쇠력을 조절하는 기능은 빠졌지만 성능에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이러한 하체 조율 실력을 믿고 코너를 타봤다.
언뜻 보기에도 코너와는 전혀 안 어울린다. 허나 코너링 실력이 준수하다. 스티어링 피드백은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박자는 놓치는 경우는 없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아 가속 페달로 라인 수정이 가능하다. 진입과 탈출 속도도 꽤나 높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좌우 롤링은 어느 정도는 허락하지만 자세가 무너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복합코너에서는 어떨까? 섀시가 엉켜서 스티어링 휠로 진동을 털어낼 필요가 없다. 그냥 라인을 따라 조향하며 전진하면 된다. 코너링 퍼포먼스가 상상 이상이다. 여담 하나만 털어놓겠다. 시승을 하면서 뒷바퀴조향 시스템이 달려 있는 줄 알았다.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보면 뒤가 이상하리만큼 잘 따라와 그렇게 생각했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동료 기자들에게 뒷바퀴 움직임을 확인해달라 했다. 뒷바퀴는 전혀 조향되지 않았다. 착각하리만큼 뒤가 잘 따라오게 세팅되었다.
이러한 거구를 가지고 놀려면 브레이크 퍼포먼스가 받쳐줘야 한다. 출력과 중량을 컨트롤할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원하는 만큼 속도를 줄여 원하는 지점에 닿을 수 있다. 불쾌한 브레이크스티어나 노즈다이브 현상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으니 언제든지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가져갈 수 있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달려있다고 해서 페달의 이질감도 들지 않는다. 참고로 이 차에는 패들 시프트가 달려있는데 전기 모드에서는 이를 통해 회생제동 개입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AMG도 아니고 작은 차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신나게 놀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외관을 둘러본다. 외모 콤플렉스가 전혀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SUV 쿠페다. 루프 라인은 유려하다. 예전에는 SUV는 G바겐처럼 SUV답게 생긴 것을 선호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이런 멋도 괜찮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이 SUV 쿠페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측면 실루엣이다. 인상적인 것은 루프 라인을 이렇게 그렸음에도 2열 헤드룸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넉넉하다고 할 순 없지만 건장한 180cm 성인 남성이 앉아도 머리가 천정에 닿지 않는다. 레그룸은 발을 막 놀려도 될 정도로 여유롭다.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 이 시승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GLE 350e 4매틱 쿠페 매력에 빠졌다. 메르세데스를 살 때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외관과 실내, 그리고 주행의 고급스러움! 운동 열심히 하는 도련님처럼 생겼고 실내는 메르세데스가 꾸몄으니 설명이 필요 없다. 주행감 역시 조용하고 부드럽고 안락하다. 또한 프리미엄 SUV 쿠페를 살 때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시원한 시야와 넉넉한 실내 공간, 여기에 나의 액세라리 기능까지···. GLE 350e 4매틱 쿠페는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준다. 정말이지 1억1760만원의 값어치를 하는 모델이다. 휠만 조금 더 크고 근사한 것으로 끼워줬으면 한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45×2020×1715mm
휠베이스  2995mm
엔진형식  I4 터보+전기모터, 가솔린(100kW, 44.9kg·m)
배기량 ​​​1991cc  |  최고출력  ​​211ps(내연기관)
최대토크 ​​​​35.7kg·m(내연기관)  |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 AWD  |  가격  ​​​1억17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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