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바퀴를 굴리는 프리미엄 세단, 렉서스 ES VS 볼보 S90

  • 기사입력 2022.02.06 23: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대부분의 프리미엄 세단은 뒷바퀴를 굴린다. 그런데 여기 앞바퀴를 굴리는 모델들이 있다. 장점이 되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살리고, 최신 기술로 움직임을 보강하면서 밸런스를 살려낸다. 탄생한 곳은 달라도 비슷한 감각을 가지는 두 자동차가 드디어 한국 땅에서 만났다.

한 가지만 정확히 이야기해보자. 앞바퀴를 굴리는 자동차는 고급이 될 수 없을까? 구동 방식에 따라 자동차의 움직임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바퀴 굴림 모델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기에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지금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나날이 발전해가는 자동차 관련 기술은 어느새 여기에 역동적인 성능도 넣을 수 있게 됐다.볼보 S90 그리고 렉서스 ES. 둘 다 앞바퀴에 집중하는 프리미엄 세단이다. S90은 라인업에 출력이 꽤 높은 사륜구동도 준비하고 있지만, 앞바퀴 굴림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북유럽과 일본, 탄생한 나라는 다르지만 우연의 일치로 프리미엄 세단이 되었다. 게다가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 가격도 엇비슷하게 잡혔다. 이쯤 되면 비교 대상에 올리지 않는 게 섭섭할 정도다.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두 대를 무대로 불러내고 말았다.

SIMPLE HAMMER VS SPINDLE BLADE
앞바퀴를 굴리는 모델이라고 해서 디자인이 유려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 점은 볼보 S90도 렉서스 ES도 마찬가지다. 두 모델 모두 트렁크를 가능한 한 길게 다듬고, 루프 라인에는 곡선을 주어 유려하게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공통점이고, 전체적인 디자인의 느낌이나 세세한 사항들은 완전히 다르다. 외형만 보고도 자동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자신 있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S90은 한눈에도 북유럽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차체의 형태, 그리고 라인에서 ‘심플’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차체 외부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라인은 측면을 가로지르는 사이드 라인 정도. 그것도 보닛부터 자세히 봐야만 알 수 있다. 라인보다는 면을 잘 썼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여기에 볼보 특유의 아이언 엠블럼과 거대한 그릴, 헤드램프를 장식하는 ‘토르의 망치’ LED 주간주행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 모습은 뒤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후면을 장식하는 C자 형태의 테일램프와 그 둘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라인, 그 위에 살포시 얹어놓은 볼보 레터링, 모든 것이 과장 없는 장식이 된다. 그러다 보니 트렁크 리드를 살포시 접어 만들어 낸 스포일러 형상이 이채로울 정도다. 자세히 보면 앞바퀴에서 범퍼까지의 거리가 짧고 A필러 하단부터 앞바퀴까지 거리는 꽤 길다. 그래서 마치 뒷바퀴 굴림 자동차 같은 느낌을 준다.

ES는 한눈에도 일본 출신임이 드러난다. 차체 이곳저곳에 날카로운 라인을 사용했고, 렉서스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헤드램프에 L자 형태의 강렬한 LED 주간주행등을 넣었다. 전면을 장식하는 강렬한 형태의 스핀들 그릴도 그런 인상을 받도록 만든다. 그릴에서 보닛으로 이어지는 그리고 측면을 장식하는 사이드 라인도 강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접혀 있다. 그만큼 금속을 다루는 기술에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전체적인 형태는 ‘와이드 앤 로우’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차체가 꽤 낮게 느껴지는데, 실제로도 S90보다 지붕이 5mm 낮다. 라인들은 앞에서 출발한 뒤 옆을 거쳐 뒤에서 한 지점으로 모이는데, 마치 바람을 가르고 나가는 형상 같다. S90과 마찬가지로 앞바퀴에서 범퍼까지의 거리를 짧게 잡았고 전체적인 차체 형상과 함께 어우러져 역동성을 드러낸다. 렉서스가 잘 사용하는 은색을 차체에 적용해서 낮보다 밤에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S90의 실내는 외형만큼이나 단정하다. 현재 판매하는 승용차들 중에서 ‘가장 단정한 실내’를 선택한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는 확실하게 들어가지 않을까. 센터페시아에서 버튼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대부분의 기능을 몰아넣은 세로로 긴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이제 구글과 합작한 ‘안드로이드’를 품는다. 그래서 국내 시장에서는 SK TMAP을 사용할 수 있고, 그와 연관된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된다. 음성 인식률이 높아졌다는 게 장점이다.
앞바퀴 굴림의 장점인 ‘넓은 실내공간’을 S90은 참 잘 살렸다. 5m가 넘는 차체에 휠베이스도 길다 보니 뒷좌석은 넓다는 것을 넘어서 광활하게 느껴질 정도다.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머리 공간은 당연히 넉넉하고 등받이도 살짝 누워 있으니 가족용은 물론 VIP를 모시는 용도로도 손색이 없겠다.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바워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는 이 공간에 세련된 음색을 풍부하게 채워줄 것이다.
ES의 실내는 조금은 고전적인 느낌이 난다. S90과 비교하면, 확실히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곳곳에 물리 버튼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도 시선은 굉장히 편하다.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이제 터치를 받아들이며, 손에 쉽게 닿기 위해 이전보다 앞으로 당겨졌다. 볼보도 렉서스도 실내에 나무 장식을 사용하는 것은 동일한데, ES의 경우 가죽과 나무의 질감 차이가 적고, 동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차체 길이의 차이 때문인지 ES의 뒷좌석은 확실히 S90보다 좁다. 그래도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없을 뿐이지, 절대적인 공간 부족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쿠페와 같은 지붕을 갖고 있음에도 그 안쪽에 머리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해 두었기에, 불편함은 전혀 없다. ES의 시트는 탑승객의 신체 차이를 모두 고려했고, 엉덩이와 등이 닿는 부분에 꽤 신경을 썼다. 오랜 기간 궁합을 맞춰 온 ‘마크 레빈슨’ 오디오는 대부분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
HYBRID MATCH, MILD VS FULL
똑같이 앞바퀴를 굴리지만, 동력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S90은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통해 엔진의 출력을 전기모터가 살짝 보조하는 형태를 취하고, ES는 전기모터와 엔진이 교대로 활약하는 ‘풀 하이브리드’를 탑재한다. 물론 다른 동력도 준비되어 있지만, 지금은 앞바퀴 굴림 모델 간의 대결이니 이 방식에만 집중하자. 무언가의 실수로 인해 S90이 사륜구동 모델로 준비됐는데, 일전에 앞바퀴 굴림 모델을 미리 분석해 두어서 다행이다.

차종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볼보를 아우르는 가장 큰 특징은 ‘여유와 관용’이다. 꽤 커다란 차체를 갖고 있지만, 250마력이 결코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지금 운전하고 있는 차는 최고출력이 300마력에 달하지만 말이다. 한 가지 더 놀라운 느낌이 있는데, 앞바퀴 굴림과 네 바퀴 굴림 방식의 차이가 크지 않다. 심지어 비가 내려서 약간 젖은 노면을 달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안정성 위에서 차를 다듬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가속이나 감속의 느낌이 짜릿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답답함은 없다.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은 발진할 수 있다는 신뢰가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변속기가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패들시프트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게 다가온다. ‘볼보는 스포츠카의 성격으로 운전하는 차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볼보는 안전 위에 스포츠를 올려놓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지금은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거듭난 ‘폴스타’도 원래는 볼보의 고성능 모델 담당이었다.

운전해 보면 칼날 같다는 느낌은 없다. 가속도 감속도, 그리고 스티어링도 약간의 유격을 두고 있다. 아마도 일부러 둔 것 같은데, 유격이 있다고 해서 불안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안정감 위에서 여유와 편안함을 찾아준다고 할까? 마치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를 숨기고 있다가, 시동을 걸 때와 발진할 때 거대한 차체를 살짝 밀어주는 작은 모터처럼 활약한다. 볼보가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적용한 이유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이제 ES로 옮겨보자. 제일 먼저 느껴지는 것은 ‘스포츠카가 아님에도 마치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것 같은 감각’이다. 절대적인 주행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고속으로 코너를 정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운전 중 필요한 각각의 동작을 너무나도 즐겁게 그리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가속 페달 위에 올라간 오른발에 자연스럽게 힘을 주고, 코너에 맞춰 스티어링을 부드럽게 돌리며, 필요에 따라 오른발을 브레이크 페달로 옮긴다.

S90과 달리 ES는 각 동작 간 유격이 없다. 그래서 가속과 감속 그리고 회전의 모든 감각을 빠르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모든 것을 느끼면서도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포츠카라는 것은 운전할 때 분명히 즐겁지만, 운전자에게 체력을 소모하도록 만드는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감당할 수 없는 출력 때문일 수도 있고, 그 외 다양한 요소들이 그렇게 만든다. 그러나 ES는 즐거움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네 바퀴가 지면에 제대로 붙어 있다는 것에서 나온다. 그리고 ES는 이 움직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앞바퀴 굴림 모델이지만 뒷바퀴에 많은 공을 들였고, 리어 서스펜션의 구조를 더 튼튼하게 바꿨다. 승차감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고속 주행 중 급하게 차선을 바꿔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안정감은 탑승객에게 제대로 전해지며, 운전자는 운전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고 탑승객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가속 역시 만족스럽다. 웬만한 차들이 200마력을 가볍게 넘기는 시대에 ES가 보여주는 합산 출력 218마력은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기모터가 즉시 부여해 주는 토크는 스트레스 없는 가속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변속 충격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엔진과 모터가 교대하면서 발생하는 충격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어링에 애써 마련해 둔 패들시프트는 ‘언제든 운전을 즐기라’는 렉서스의 메시지와도 같다.
CONCLUSION볼보 S90과 렉서스 ES는 같은 앞바퀴 굴림 세단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디자인도 실내도 심지어 주행 중 느껴지는 감각과 만족도 다르다. 그래서 어느 쪽이 확실히 좋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단지 취향에 따라 갈릴 수는 있겠다.만약 정말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고, 단정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볼보 S90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움직임에 조금 유격이 있어도 되며 편안함이 최우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쉽게도 연비는 조금 떨어지지만, 그 정도는 극복할 필요가 있다.넉넉하지는 않아도 필요한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되며 인상적인 디자인을 원한다면 렉서스 ES가 운전자를 기다린다. 유격 없는 정확한 움직임 속에 편안함이 있으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위력으로 인해 연비도 정말 좋다. 과연 국내 소비자들은 어떤 차를 선택하게 될까?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LEXUS NEW ES 300h
길이×너비×높이  4975×1865×1445mm
휠베이스 2870mm  |  엔진형식  I4+전기모터, 가솔린
배기량  2487cc  |  최고출력  178ps
합산출력  218ps  |  변속기  ​​​​​​e-CVT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7.2km/ℓ
가격  6860만원

SPECIFICATION VOLVO S90
길이×너비×높이  5090×1880×1450mm
휠베이스 306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969cc  |  최고출력  250ps
최대토크  35.7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1.3km/ℓ
가격  68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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