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가능한 SUV, BMW iX

  • 기사입력 2022.02.03 08:31
  • 기자명 모터매거진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 SUV 부문을 휘어잡고 있는 게 바로 BMW다. 차고가 높지만 스포츠 세단 수준으로 돌아 나가는 실력으로 마니아층을 두고 있다. 새로 출시한 iX 역시 그 성격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전기차지만 우리가 아는 그 BMW X시리즈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기차 보급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많은 브랜드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BMW 역시 i 시리즈로 국내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리에게 i 로고는 꽤 익숙하다. 완전 전기차 i3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을 이미 몇 년 전에 만났기 때문이다. 맛보기는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i 시리즈가 국내 들어온다. 시작은 X3를 베이스로 한 전기차 iX3와 플래그십 SUV iX다. 당장은 아니지만 올해 1분기에 소개 될 4 도어 쿠페 i4도 준비를 거의 마쳤다.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이 3대를 실제로 보고 iX를 직접 타 볼 수 있었다. 이전에 i3 이후로 BMW 전기차는 처음이다. 제대로 만든 모델인 만큼 기대가 된다. 우선 실물을 본 소감이다. 사진 보다 훨씬 차가 커 보인다. 실제 사이즈는 X5 정도이지만 차체가 낮아 길고 넙데데해 웅장한 맛이 난다. X7 만큼은 아니지만 동일 세그먼트에서 이 정도 위압감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헤드램프는 얇게 뽑아 콘셉트카 분위를 연출하고 키드니 그릴은 카메라와 레이더, 그리고 각종 센서가 포함되어 있다.

옆에서 보면 BMW 특유의 짧은 프런트 오버행이 눈에 들어온다. SUV지만 도심형이기에 펜더 주변에 보호 패널은 두지 않아 세련된 느낌이 풍부하다. 이 거대한 휠하우스는 큼지막한 휠이 채우며 스포크가 기하학적 패턴이라 차체 디자인과 잘 어우러진다. 한편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이드미러는 날카롭게 빚고 도어핸들은 튀어나온 곳 없이 깔끔하게 매립해 놨다.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역시 테일램프가 인상적이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얇게 만들었다. 차는 큰데 램프가 작으니 확실히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친환경 천연가죽을 사용했지만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눈과 손을 만족시킨다.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은 간단하다. 버튼은 최소화하고 대형 디스플레이만 놓여 있다. 12.3인치와 14.9인치 패널을 하나로 붙여 놨다. 해상도가 좋아 선명하고 인포테인먼트가 지금의 BMW와 살짝 다르다. 허나 직관성이 우수해 적응 시간이 길지 않다. 스티어링 휠은 6각형이다. 바텀 플랫 타입에 소극적인 BMW가 과감하게 스티어링 휠에 각을 만들었다. 크기와 두께가 적당하고 새로운 디자인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제 달려보자. iX의 트림은 2가지다. 먼저 iX xDrive50(이하 50) 모델은 최고출력 523마력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다. 시승할 모델은 iX xDrive40이며 326마력의 힘을 지니고 있다. 0→시속 100km는 6.1초.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이 447km, 40이 313km다. 브로셔는 이 정도로 읽고 출발 전 오디오를 세팅한다. iX의 매력 중 하나가 오디오 시스템이라고 한다. 무력 30개의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가 광활한 캐빈룸을 음악 감상실로 만들어준다. 기존 BMW에서도 바워스 앤 윌킨스를 경험할 수 있는데 큰 차이를 느끼진 못 했다. iX가 별로인 게 아니라 다른 BMW의 바워스 앤 윌킨스도 워낙 훌륭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비트에 맞춰 시트가 몸을 때려주고 머리 뒤에서 보컬이 속삭이면서 iX로 도로로 나왔다.우선 노멀 모드에 두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전기차답게 지체없이 매콤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이 정도면 50까지 갈 필요 없어 보인다. 물론 50을 아직 타보지 않았지만 일상영역에서 이 정도 파워는 충분하다. 고속도로에서도 지치지 않고 차를 쭉쭉 밀어준다. 비슷한 출력의 가솔린 엔진과 비교하면 당연히 후반 가속력이 살짝 부족하지만 다른 전기차와 비교하면 더 나은 실력이다. 초반에 잠깐 보여주는 가속력이 아니다. 미리 보여주지 않고 끝에서 자신의 한계를 보여줘 내연기관스러운 토크 밴드다.
주행 코스가 고속도로 위주라 고속 안정감을 테스트하기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에서 우선시되어야 하는 덕목이 고속 안정감이라 생각한다. 스포츠카처럼 날쌔게 코너를 도는 것보다 장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면서 운전자가 얼마만큼 평온한지에 따라 급이 나눠진다고 본다. iX는 고속에서 차가 깔린다. 공기역학에 신경 쓴 차체 실루엣과 하체 세팅 덕으로 여유 있는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승차감이 확보된 상태에서 고속에서 물렁거리지 않으니 더 바랄 게 없다. 그렇다면 코너링 퍼포먼스는 어떨까?아니나 다를까 시승코스에 와인딩을 할 수 있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두고 코너에 들이댄다. 예상은 했지만 우리가 아는 BMW 코너링이다. 옅은 농도의 언더스티어로 운전자를 배려하고 이상적인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작다. 차가 무겁고 크지만 앞뒤 무게 배분이 좋고 무게중심이 낮아 코너를 타는데 전혀 버겁지 않다. 타이어 스키드음을 들으며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재미가 있다. 복합코너에서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이 깔끔하고 스티어링 피드백이 빨라 운전하기도 쉽다.
초행길이지만 과감하게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믿음직한 브레이크 시스템 덕분이다. 우선 회생제동이 들어갔지만 페달로 느껴지는 이질감이 적다. 제동성능은 섀시와 출력을 다루기에 충분하고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와 같은 현상도 잘 억제했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사리 지치지 않으며 코너를 돌 때 속도를 줄여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아 만족스럽다.

시승을 마쳤다. 몇 시간의 짧은 시승이었지만 iX의 성격을 파악할 순 있었다. iX는 전기차일 뿐, 그냥 BMW SUV였다. 스포츠 세단 수준으로 다릴 수 있는 BMW SUV. 여기에 정숙성과 넓은 캐빈룸을 확보하는 등의 전기차가 갖는 이점을 챙겼다. 종종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를 타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브랜드 색을 잃는 경우가 있는데 BMW는 잘 지켰다. 그 때문에 앞으로 연이어 출시할 모델들이 더욱 기대된다.글 | 안진욱  사진 | BMW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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