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편안함의 조화, 제네시스 G80 스포츠

  • 기사입력 2022.02.02 12:33
  • 기자명 모터매거진

G80의 슬로건인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을 보고 늘 의문이 들었다. G80가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 수 있나? 그런데 G80 스포츠를 통해 그 의문이 해결됐다. 즐거움과 편안함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뤘다.  

스포츠 세단은 왜 필요한 걸까? 뒷자리에 앉은 탑승객과 함께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평소에는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만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물론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각자 생각하는 이상적인 용도가 있을 것이고, 스포츠 세단 모델마다 추구하는 방향도 다를 것이다. 오늘 살펴볼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이러한 물음에서 후자에 가까운 답안지를 제출했다.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정확히 말하면 ‘스포츠 패키지’라는 옵션의 추가로 보아야 한다. 깔끔한 정장에서 조금은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은 정도의 변화다. 스포츠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 당연히 극적인 운동 성능의 변화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소비자들을 위해 제네시스는 ‘다이내믹 패키지’도 준비했다. 다이내믹 패키지를 선택해야 비로소 조금은 더 ‘스포츠’ 다워진다는 느낌이다.

성능을 맛보기에 앞서 외모의 변화를 확인해보자. 앞서 말했듯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은 아닌 탓에 디자인의 일부분을 조금씩 가다듬었다. 프런트 범퍼 하단에 검은색 립 스포일러를 덧대고 에어 인테이크를 강조하듯 중앙으로 치켜 올라간 라인이 눈에 띈다. 엔진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거대한 공기 흡입구가 있을 것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라디에이터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막혀있다.

뒤쪽으로 시선을 옮겨도 마찬가지다. 리어 범퍼 양 끝에 에어 벤트를 만들었고 리플렉터를 위쪽으로 옮겼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강조한 모델인 만큼 머플러 팁의 디자인 정도는 조금 더 멋진 형태로 바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아가 스포츠 모델임을 드러내는 별도의 엠블럼도 마련하지 않았다.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쉬울 부분이지만, 오히려 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운전자들에게는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일 수도 있다. G80의 주요 고객층을 생각해본다면 후자가 더 좋은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휠 역시 스포츠 패키지 전용 휠이다. 20인치 다크 스퍼터링 스포츠 전용 휠은 5스포크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제네시스의 디자인 언어 중 하나인 G-매트릭스 패턴을 찾아볼 수 있다. 네 개의 피스톤을 가진 브레이크 캘리퍼는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제네시스 레터링이 새겨져 시선을 끄는 부분이다. 게다가 스포츠 패키지에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서머 타이어는 요즘과 같이 기온이 낮을 때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주의가 필요하다.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차를 살펴보니 크롬 파츠도 바뀌었다. 다크 크롬으로 톤 다운을 시켜 스포츠 모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한다. 스포츠 모델에만 적용 가능한 보디 컬러인 캐번디시 레드는 매혹적인 여배우의 립 컬러를 보는 것 같다. 의외로 G80의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강렬한 색이라 만족스럽다.

도어를 열고 실내의 변화를 찾아보자. 외관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실내 역시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내장재는 기존 우드 트림을 실버 하이브리드 위빙으로 바꾸었다. 이 역시 스포츠 모델 전용으로 G-매트릭스 패턴을 통해 은은한 존재감으로 완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티어링 휠의 변화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강한 기존의 4스포크 타입에서 스포츠 전용 3스포크 타입으로 바뀌었다. 림이 두툼하고 손에 닿는 가죽의 촉감 역시 훌륭하다. 다만, 개인적인 느낌에는 전체적으로 가로선이 강조된 인테리어 때문에 세로선이 진한 스포츠 전용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이 묘하게 어색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4스포크 휠을 사용하자니 스포츠 모델의 톤 앤 매너에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운다. 기대와는 달리 얌전히 숨을 고른다. 파워트레인은 3.5ℓ 6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가 궁합을 맞추어 380마력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54.0kg∙m를 네 바퀴에 전달한다. 짐작했겠지만 기존의 3.5T 모델에서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없다. ‘스포츠’라고 하기에 역동적인 성능의 향상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김이 빠지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새롭게 추가된 다이내믹 패키지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도로에서 확인해볼 시간이다.
우선 다이내믹 패키지로 인해 크게 바뀐 점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RWS(Rear Wheel Steering)라 불리는 후륜 조향 시스템과 스포츠+ 모드의 추가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서 다이내믹 패키지를 선택할 이유가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먼저 후륜 조향 시스템은 말 그대로 뒷바퀴가 일정한 각도로 틀어지면서 조향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저속에서는 전륜과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역상’으로 차의 회전각을 줄이면서 주차 혹은 유턴을 하는 상황에 도움을 주고, 고속에서는 전륜과 같은 방향으로 꺾이는 ‘동상’으로 고속에서 조향할 때 차체의 거동에 안정성을 더한다. 역상에서는 최대 3.5°, 동상에서는 최대 2°가 꺾인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뒷바퀴가 10°가량 꺾이는 것을 생각한다면 조향각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휠베이스가 짧은 G80는 이 정도 각도의 조향으로도 꽤 괜찮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일단 역상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은 앞서 말한 대로 유턴을 할 때와 주차를 할 때다. 3차선 도로에서 유턴하더라도 2차로 공간 내에서 움직임을 끝낸다. 휠베이스가 3010mm인 대형 세단이 이 정도의 공간만으로 돌 수 있다는 것으로도 꽤 놀라운 일이다. 또한 공간이 좁은 곳에서 주차를 할 때도 빛을 발한다. 비좁은 골목에서 주차해야 하는 것처럼 단 몇 cm 정도가 아쉬운 상황에서의 주차 난이도가 꽤 줄어드는 편이다.
고속 주행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상황에서는 동상의 이점을 한껏 누릴 수 있다. 보통의 경우에는 차의 앞머리가 먼저 차선에 들어가고 꼬리가 그 뒤에 따라오는 형태인데, 후륜이 조향을 하게 되면 꼬리가 따라오는 반응 속도가 높아진다.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G80에 적용된 후륜 조향 시스템은 얼마 전 공개한 G90 풀체인지에도 당연히 적용됐다. 아마 G90에 탑재하기 위해 G80에 일종의 테스트를 거친 셈이다. G90에서는 후륜 조향의 최대 각도가 4°로 휠베이스에 맞게 조절되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역상이 동상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제네시스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서 역상과 동상의 전환 시점을 구분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시속 60km를 기준으로 전환되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속 80km에서 전환된다. 다이내믹 패키지를 추가해야 선택 가능한 스포츠+ 모드는 시속 100km 이하에서는 역상을 유지하고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후륜이 조향되지 않는다. 이렇게 세팅된 이유는 컴포트 모드에서는 동상 전환 시기를 앞당겨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스포츠 모드 이상에서는 마치 휠베이스가 짧아진 것만 같은 핸들링 재미를 역상 조향을 통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와인딩 로드에서 코너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러한 운전 재미를 이 정도 크기의 세단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괜스레 미소가 머금어진다.
스포츠+ 모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나니 이제야 진짜 ‘스포츠’의 면모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전까진 G80 기본 모델과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딱 필요한 만큼의 역동성을 보여준다고 할까? 가속 페달을 톡톡 쳐도 차체가 움찔거릴 만큼 가속 반응이 훨씬 민감해지고,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다운 시프트가 일찍 이루어지면서 엔진 회전수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한다. 사운드 제너레이터의 소리도 커지면서 마치 엔진에 가상의 실린더 두 개가 더 생긴 것 같은 박력 넘치는 소리를 들려준다.

또한 댐퍼는 확실히 단단해지고 스티어링 휠도 제법 무거워진다. 여기에 자세 제어 장치의 개입도 줄어들어 더 짜릿한 드라이빙이 가능해지는데, 긴 휠베이스와 사륜구동의 조합 덕분에 코너에서 약간의 실수를 하더라도 자세를 바로잡기 수월하다. 물론 본격적인 펀카의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이 정도만 해도 운전의 재미를 느끼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글을 시작하며 가졌던 의문에 대해 해결할 시간이다. 스포츠 세단은 왜,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G80의 대답을 찾은 것 같다. G80가 강조하는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은 스포츠 패키지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평소에는 누구보다 우아하게 다니면서도, 가끔 필요할 때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도이며 그 움직임 속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필요할까? 라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할 수 있겠다. 사회적인 지위도 어느 정도 확보했고,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일이 자주 있지만, 때로는 차와 함께 신나게 놀고 싶으면서 평소에는 편안한 차를 원하는 사람에게 딱 알맞은 차다. 설명이 길었으니 한 문장으로 이 차를 다시 정리하겠다. 편안함과 즐거움의 균형을 훌륭하게 잘 맞춘 차. 그것이 G80 스포츠를 선택해야 할 이유다.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95×1925×1465mm  |  휠베이스  3010mm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470cc  |  최고출력  ​​380ps
최대토크  54.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연비  8.4km/ℓ  |  가격  879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