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ED BY 페라리,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

  • 기사입력 2022.01.24 09:22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말의 심장을 품고 달리는 삼지창.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정말 오랜만에 8기통 마세라티를 탄다. 원래 마세라티 하면 8기통이지만 주력이 6기통이 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자연흡기 대신 터보 엔진을 달면서 과거 시원한 배기 사운드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8기통이라면 환영이다. 게다가 그냥 8기통 엔진이 아니다. 페라리에서 사용되는 V8 3.8ℓ 트윈 터보 유닛이다. 함께 하고 있는 모델은 마세라티 플래그십 콰트로포르테다. 거기에 트로페오 배지까지 붙은 콰트로포르테 최상위 트림이다. 참고로 트로페오는 마세라티 고성능 모델이다. 마세라티 자체가 고성능이기에 어쩌면 초고성능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대형 세단이지만 괴력을 숨기고 있는 앙큼한 녀석이다.

먼저 외관을 둘러보자. 언뜻 봐서는 노멀 버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우아하면서 늘씬한 보디에 이탈리아 특유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입혀졌다. 지난 기블리 촬영 때도 느꼈지만 출시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근사하다. 오래된 차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고로 명품은 시간이 흘러도 클래스가 여전해야 하며 클래식 해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콰트로포르테는 명품이 맞다. 째려보고 있는 듯한 헤드램프는 어댑티브 풀 LED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조사 각을 바꿔 주는 스태틱 벤딩 기능을 포함한다.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새로 디자인한 테일램프도 눈에 띈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인테리어 역시 노멀 버전과 같다. 카본 파이버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더욱 스포티하게 분위기를 바꿨다. 마세라티는 최고급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하기에 최고급 향이 운전자를 미소 짓게 한다. 특히 트로페오에는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가죽이다. 최상급 소가죽으로 0.2~0.5mm를 제거하지 않은 통가죽이다. 가공이 까다로워 숙련된 장인만 다룰 수 있다고 한다. 특징은 촉감이 부드럽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변한다. 스티어링 휠은 큰 편이며 패들 시프트는 조작감은 훌륭하다. 뒷좌석은 휠베이스가 긴 만큼 여유롭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하다. 트렁크는 타 브랜드 동급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며 캐디백 두 개는 무난하게 들어간다. 억지로 세 개도 들어갈 것 같았다.

기함인 만큼 편의사양도 빵빵하다. 드라이빙에 빠질 수 없는 음악! 오디오 시스템은 바워스 앤 윌킨스가 달렸다. 1280W 출력을 자랑하며 중저음이 묵직하고 고음이 앙칼지지 않다. 그 때문에 보컬의 가사 전달이 잘 되며 해상력이 풍부해 다양한 악기 소리가 잘 구분되어 귀로 전해진다. 요즘 차에서 빠질 수 없는 애플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한다. 인식률도 빨라 마음에 든다. 그 밖에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비롯한 주행 보조 시스템도 들어가 있다.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촬영 날 막히는 길에 요긴하게 사용했다. 엄청 똑똑하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바보는 아닌 정도다.

앞서 말했듯이 이 차의 하이라이트는 파워트레인이다. V8 3.8ℓ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80마력, 최대토크 74.4kg·m의 파워를 생산하고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초, 최고시속은 무려 326km에 달한다. 브로셔에 적혀 있는 수치만 놓고 보면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는 그냥 슈퍼카다. 이제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코르사에 두고 달려본다. 버튼 하나만 눌렀을 뿐인데 벌써 배기 사운드의 볼륨이 올라간다. 드라이빙 모드를 건드리지 않더라도 배기 시스템의 가변 플랩 버튼을 따로 마련했으면 한다. 나야 며칠 타지 않으니 무조건 스포츠코르사에 두고 격정적으로 탔지만 이 차의 오너들은 편안하게 타면서 배기 사운드를 즐기고 싶을 때가 빈번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 걱정은 뒤로하고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아 본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마음껏 스로틀을 활짝 열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가속력은 폭발적이다. ‘순간이동’이라는 식상한 표현이 딱 알맞다. 터보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초반에만 펀치력을 보여주는 여느 터보 엔진과 차원이 다르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지치지 않는 가속을 보여준다. 페라리에서 맛봤던 그 맛이다. 페라리와 다른 것은 변속기다. 듀얼 클러치 대신 토크 컨버터가 들어갔다. 저단, 저속에서 울컥거리지 않고 변속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은 좋지만 변속 속도는 아쉽다. 패들 시프트 감성은 최고이지만 변속되는 박자가 흥을 깬다. 물론 토크 컨버터 유닛 치고는 준수한 성능이지만 마세라티이기에 잣대가 높아졌다.
이 차로 와인딩 타는 이는 없겠지만 갈 곳이 마땅히 없어 한 번 와봤다. 2t이 넘는 살짝 넘는 중량으로 코너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코스에 들이댄다. 믿는 구석은 승차감을 보장하지만 극적인 스티어링에 당황하지 않는 서스펜션 세팅이다. 코너에 들어가면서 제동을 걸면 중량이 앞쪽으로 쏠리는 것은 잘 억제했다. 그 때문에 진입 속도가 높으며 자연스럽게 라인을 그리기 시작한다. 코너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파워 슬라이드를 일으키며 오버스티어를 보여줄 것 같지만, 그런 드라마틱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는다. 주행안정화 장치의 개입 정도가 높다. 대신 개입을 눈치채기 어려워 다행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단연 최고다. 캘리퍼 생긴 것도 멋있는데 무시무시한 출력을 다루기에 충분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운전자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차를 세울 수 있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페이드 현상 없이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코너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일반 차보다 살짝 무거운 편이며 스트로크는 비슷하다.
시승은 끝났다. 운 좋게 겨울이지만 가을 같은 날씨에 잘 탔다. 지금 마세라티의 트로페오 라인은 어쩌면 순수 8기통 내연기관을 품은 마지막 마세라티일 수도 있다. 역대급 사운드를 들려준 그란투리스모만큼은 아니지만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도 박력 있다. 워낙 방음이 꼼꼼하게 되어 있어 창문을 내리지 않는 이상 캐빈룸에서 감상하기 어렵지만 음색이 제법이다. 어마어마한 출력을 공도에서 쏟아붓는 것은 현실상 힘들지만 약간의 공기만으로 가뿐하게 추월하는 재미로 탈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페라리 엔진을 4도어 세단에 담고 있다는 프라이드! 이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의 가장 큰 매력이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265×1950×1480mm
휠베이스  3170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3799cc  |  최고출력  ​​580ps
최대토크  74.4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6.0km/ℓ​
가격 ​​​2억83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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