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EV, 제네시스 GV60

  • 기사입력 2022.01.19 23:03
  • 기자명 모터매거진

프리미엄 브랜드는 자신들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네시스의 GV60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사용한 첫 번째 프리미엄 모델이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의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프리미엄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BMW는 i, 메르세데스-벤츠는 EQ, 아우디는 e-tron 등의 브랜드를 전기차 시장이라는 새로운 전쟁터의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해서 이기겠다는 제네시스 역시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다. 2025년부터 본격적인 전동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하고 그 선두로 E-GMP를 사용한 GV60를 내놓았다.E-GMP의 경쟁력은 이미 형제 차인 아이오닉5와 EV6를 통해 입증됐다. 넉넉한 주행거리와 800V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고, 자동차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내보낼 수 있는 V2L 등의 신기술은 이미 너무나 유명하다. 관건은 그것을 프리미엄이라는 가치에 어떻게 녹일 수 있냐는 것이다. 제네시스가 GV60를 통해 제시하는 해답을 살펴보자.

모터매거진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GV60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익숙할 것이다. SUV와 세단의 중간쯤 느낌을 가진 크로스오버 형태에 제네시스 특유의 두 줄 디자인을 드러내고 있다. 감상을 말하자면 잘 빚어 놓은 밀가루 반죽 같다고 할까? 몽글몽글하고 통통한 몸매가 꽤 귀엽게 느껴진다. 제네시스 엠블럼에는 다른 형제들과 약간의 차별성을 두었다. 기존 엠블럼에서 두께를 80% 가까이 줄여 표면이 납작해졌고, 명품 시계에서나 볼 수 있던 기요세 패턴을 새겼다. 그 모양새가 최근 디자인 트렌드에 발맞추는 세련된 느낌이라 만족스럽다. 여담으로 기존 제네시스 운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엠블럼으로 교체를 하는 것이 유행할 정도다.
실내 디자인에서는 의견이 조금 갈릴 것 같다. 아이오닉5와 EV6에서 사용되었던, 눈에 익숙한 디자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디자인이 같다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요소가 아이오닉5와 EV6를 더한 느낌을 주는데, 누군가는 이러한 모습이 익숙하여서 식상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제네시는 영리한 방식으로 GV60의 실내에서 프리미엄의 가치를 전달한다. 프리미엄의 가치는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시작하는 법인데, 이를 찾아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러한 디테일은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만드는 데에서 시작한다. GV60의 실내에서는 크게 크리스탈 스피어 기어 레버와 사이드미러 조절 버튼이 대표적이다. 크리스탈 스피어 기어 레버는 그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커다란 보석을 심어 놓은 듯한 화려함에 작동을 위한 디테일한 움직임도 고급스럽다. 사이드미러 조절 버튼은 도어 트림 손잡이에서 도드라지게 자리 잡고 있는데 원형 다이얼을 통해 좌, 우를 선택하도록 만든 센스도 칭찬할 점이다. 각 버튼들은 촉촉하고 쫀득한 작동감을 가지고 있으며, 실내 램프가 은은하게 켜지고 꺼지는 것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이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부스트 버튼의 컬러는 밝은 연두색인데, 퍼포먼스=레드라는 뻔한 공식을 파괴하는 센스라고도 해석해볼 수 있겠다.

외모만 프리미엄으로 가꾸었다고 해서 진정한 프리미엄이 될 수는 없다. 퍼포먼스와 주행 감각 역시 그 이름에 걸맞게 가꾸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화려한 스펙을 적어 놓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탑승객이 느끼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번 시승차는 퍼포먼스 트림으로 운전의 재미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이다.

GV60의 퍼포먼스 트림은 전륜과 후륜에 각각 160kW (214마력)의 전기모터를 배치하여 합산출력 320kW (429마력)와 605Nm(61.6kg·m)의 최대토크를 내뿜는다. 여기에 더해 스티어링 휠의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10초간 합산 출력이 360kW(482마력)으로 늘어나고 최대토크 역시 700Nm(71.3kg·m)로 커진다. 출력에 있어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출력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전기차의 특성상 초반 가속력이 놀라울 수준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초 남짓이면 충분하다. 다만, 배터리 용량은 77.4kWh로 다른 트림들과 동일하기 때문에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368km로 줄어든다. 재미를 위해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배터리 보호를 위하여 배터리 잔량이 15% 아래로 떨어지면 부스트 모드를 사용할 수 없다.

단순히 가속력 하나로 이 차의 재미를 평하기엔 아직 이르다. GV60의 광고를 보았다면 기억에 남았을 드리프트 모드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광고에서 크게 내비쳤던 것과는 다르게 이 드리프트 모드라는 녀석은 꽁꽁 숨어있다. 불러내기에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기어는 P에 두고,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로 변경한 뒤, ESC는 꾹 눌러서 2단계까지 모두 꺼준다. 그다음 브레이크를 밟고 양쪽 패들 시프트를 3초 이상 당기면 그제야 드리프트 모드를 만날 수 있다.
어렵사리 만난 드리프트 모드는 멋진 드리프트를 연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조금 모호해질 것 같다. 우선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출력의 부족이다. 단순히 후륜으로만 구동을 하게 되면 160kW의 출력만 사용하게 되는 것인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느껴진다. 원돌이를 멋지게 성공시키려면 출력을 늘려주는 부스트 모드를 누른 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부스트 모드는 10초 남짓 유지되는 모드이며, 곧바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부스트 모드 버튼을 또 누르는 것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면이 미끄러운 곳이나 충분한 속력을 낼 수 있는 트랙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중 이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가며 뒤를 날린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리프트 모드를 왜 이렇게 꽁꽁 숨겨놓았는지, 광고에서는 왜 모래가 가득한 도로에서 드리프트를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세 가지의 음색을 가진 가상 사운드 시스템도, 노면의 상황에 따라 댐퍼의 감쇄력을 풀고 조이는 프리뷰 서스펜션도 그 만듦새가 아주 만족스럽다. 가상 사운드 시스템은 마치 우주선의 소리 같은 퓨처리스틱, 내연기관의 음색을 표현한 G-엔진, 모터 구동음을 다시 디자인한 E-모터 등 세 가지의 모드가 있다. 기분에 따라 이것저것 선택하는 재미가 있고 세 가지 소리 모두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프리뷰 서스펜션은 이미 다른 차종에서도 경험했던 것인데, 무게가 차체 바닥에 집중되어 있어서인지 명확한 움직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댐퍼가 푹신푹신해지는 덕분에 무거운 무게로 인해 느껴지는 충격을 한층 줄일 수 있다.
촬영을 위해 몇 시간을 운전하고 내린 뒤 신체적인 피로도가 매우 적어서 놀라웠다. 물론,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에 비해 진동이 적으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브랜드의 전기차를 탔던 기억을 되돌려 보면 GV60는 유독 그 편안함이 돋보인다. 정확한 이유를 짚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기능들로 추측은 해볼 수 있다. 먼저 노면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인 ANC-R을 통해 고요한 실내 공간을 만든다는 점이고, 앞서 말한 것처럼 프리뷰 서스펜션 역시 큰 몫을 해냈을 것이다.

또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으로 운전하는 시간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도 한몫을 한다. 이는 단언컨대 국산차에서 들어본 사운드 시스템 중에서는 최고다. 제네시스가 뱅앤올룹슨과 고해상도 오디오 출력을 위한 부품을 따로 개발하고,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 역시 별도로 제작하여 17개의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재생한다. 어떠한 장르의 음악이든 가리지 않고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려주며 다른 브랜드의 한 체급 위의 차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GV60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차에 기대하는 부분을 충실히 만족시킨다.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면서 기존의 강자들도 모두 같은 출발선에 다시 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GV60가 발산하는 매력은 비슷한 가격의 경쟁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GV60의 적은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가 아니라 여전히 전기차를 운용하기에 불편한 현재의 인프라 시스템일지도 모르겠다.
ALMOST LUXURY
글 | 안진욱
제네시스는 일본의 렉서스보다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정조준한다. 요즘에 출시되고 있는 제네시스를 타보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많이 따라간 것 같다. 같은 세그먼트 기준으로 국내 수입되는 트림에 따라 소재나 옵션 면에서 더 럭셔리 할 때도 있다. 아직 주행 감성에 있어서는 조금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고속에서 안정감은 여전히 독일차들의 우세다. 그냥 독일차처럼 따라 만들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게 하체 세팅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섀시로 큰 틀을 만들고 댐퍼 압과 스프링의 강도, 그리고 그 크기 등을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언젠가는 완벽에 가까운 주행 실력을 보일 수 있겠지만 경쟁 업체에서 계속 차를 출시하는데 넋 놓고 볼 수만은 또 없다. 마저 숙제를 끝내지 못했는데 계속 진도 나가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래서 난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연 기관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는 지금이 제네시스의 기회라고. 조립 완성도는 정성을 쏟아붓고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 가속력 말고 운동성능은 내연기관 밸런스에 익숙한 다른 브랜드도 전기차 섀시 튜닝은 생소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BMW의 iX와 메르세데스-벤츠의 EQ 시리즈를 경험하고 GV60을 탔다. 앞서 말한 럭셔리 부문은 전혀 밀리지 않는다. 외관과 실내에 있어 시각과 촉감 모두를 만족시킨다. 허나 우려했던 주행감은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단단하고 스포티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장르에 맞게 승차감은 확보하면서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럭셔리 스포츠 드라이빙’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운전자가 고속에서 차체가 깔리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럭셔리 스포츠 드라이빙이 아니다.
뒷바퀴만을 돌릴 수 있어 억지로 도넛을 그리는 것 역시 마니아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일상 주행에서 컴포트, 신나고 싶을 때는 장단을 맞춰줘야 하는 하체, 정확히는 조율이 필요하다. 이는 브로셔에서 대 놓고 광고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무게 밸런스를 내연기관보다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전기차다. 노선을 확실하게 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아야 한다. BMW 정도로 스포티하고 벤츠 정도로 안락할 수 없다. 역효과로 BMW만큼 스릴 있지도 않고 벤츠만큼 편하지 않은 어정쩡한 차가 될 수도 있다. GV60은 다행히도 예전의 현대차 특유의 가벼운 고속 크루징 느낌은 사라졌다. 전혀 불안하지 않다. 허나 묵직함은 없다. 진짜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 코너링 퍼포먼스 얘기는 할 필요도 없이 이 고속 안정감 하나만 해결한다면 제네시스는 진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515×1890×1580mm
휠베이스  2900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배터리용량 ​​​ 77.4kWh  |  최고출력  ​​435ps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1단 감속기어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4.1km/kWh
가격 ​​​​​​870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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