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하는 멧돼지, BMW X6 M 컴페티션

  • 기사입력 2022.01.16 11:4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주행이 아니라 돌격이다. 육중한 몸이 지면을 박차고 호쾌하게 내달린다. 웬만한 스포츠카는 순수하게 성능으로 압살해버린다. 그 매력적인 돌격 성능에 반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으리라.

먼저 제목이 뻔해서 미안하다. BMW X6 M. 조금이라도 자동차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아마 이 자동차의 외형만 봐도 어떤 차인지 감이 바로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거의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차에 대한 이야기 한 번은 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BMW가 만든 쿠페형 SUV’가 막강한 엔진을 탑재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나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주행이 아닌 돌격에 가까운 그 느낌을 말이다.그러면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철이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SUV인데 굳이 쿠페 스타일로 곡선을 품은 낮은 지붕을 가진다고?’라는 의문 하나. 그리고 ‘SUV에 스포츠카를 압살하는 고성능이 필요하다고?’라는 의문 둘.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실용성을 보고 SUV를 고를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 답을 찾기 위해 X6 M과 함께 섰다.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이라 고성능을 즐기기 힘들 것 같지만, SUV이니까 나름대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육중함 위에 날렵함을 얹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X6 M은 일반 SUV와도 이미지가 다르지만, X6 일반 모델과 비교해도 다르다. 그리고 중요한 게 또 하나 있다. 시선과 운전자의 키에 따라 인상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 키가 2m에 달하는 거인이 이 차를 바라본다면, ‘조금 두껍게 느껴지는 쿠페’라고 감상을 말할지도 모른다. 사진을 찍기 위해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 바라봤더니, 완전하지는 않지만 SUV가 아니라 쿠페라고 느껴지는 형상이 보인다.

그렇다면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어떨까? 그때는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육중한 SUV’가 된다. 즉, 시선을 차체 위로 둘 것이냐 아니면 아래로 둘 것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장르의 차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차를 상하를 기준으로 반으로 잘라낸다면? 위쪽은 완벽하게 ‘4도어 쿠페’ 형상으로 다듬어질 것이다. 실용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SUV를 선택하는 시기가 되어도, 쿠페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BMW의 배려인 것이다.
여기서 X6 M은 한 가지 기믹을 더 넣었다. 앞모습을 보고서 완벽하게 위 아래를 잘라내기 힘들게 만들었다. 거대한 키드니 그릴에 크롬이 아니라 블랙 하이글로스를 더하고, 그 바로 아래 사다리꼴처럼 보이는 육각형의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를 배치해 육중한 이미지와 함께 역동성을 챙기고 있다. 언뜻 보면 그저 크게, 과감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세세한 홀이 있고 브레이크나 엔진으로 바람이 빠지는 곳까지 잘 만들어두고 있다.
측면에서 보고 있으면, 샤크 노즈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마치 금방이라도 앞으로 전진할 것만 같다. 부풀어 있는 펜더는 SUV다운 모습보다는 바람의 저항에서 바퀴를 감싸 보호하는 것 같은 스포츠카의 향기가 더 강하게 난다. 압권은 후면으로, 마치 당장이라도 엉덩이를 들고 앞으로 돌진할 것 같은 모양새를 낸다. 테일램프와 머플러 사이의 간격이 꽤 먼데, 번호판을 그사이에 넣어서 비어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실내는 전형적인 BMW의 그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M 전용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 그리고 멋있게 불이 들어오는 M 전용 버킷 시트일까. 이것만으로도 이 차가 평범한 SUV는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쿠페 형상으로 인해 뒷좌석 헤드룸에 여유가 그다지 없지만, 평균적인 신장의 성인이라면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실내를 장식하는 카본 패턴과 함께 도어에서 강하게 빛나는 ‘바우어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가 인상적이다.

그러면 슬슬 달려볼 시간이다. 차가운 노면이 걱정되지만, 겨울용 타이어가 준비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겨울에 고성능이라는 점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려면, 겨울용 타이어는 필수다. 게다가 타고 있는 X6 M은 일반 모델도 아니고, 좀 더 성능을 높인 컴페티션 모델이다. 최고출력이 625마력에 달하는 괴수다. 그래서인지 가속할 때 가끔 ‘자세 제어’가 들어올 때가 있다. 주의해서 오른발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BMW의 경고성 메시지일 것이다.
시내에서 속력을 낼 수는 없으니, 다른 자동차와 박자를 맞추며 여유를 즐겨본다. 낮게 그르렁대는 배기음이 들려오지만, 그것만 제외한다면 일반 SUV와 차이를 거의 못 느낄 정도로 조용하다. 그렇다고 이 차를 일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을까? 아마도 1열에만 탑승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2열에 탑승한 사람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철을 만나면, 1열보다는 2열 탑승객이 더 충격을 받게 된다. SUV라지만 그 성격은 스포츠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차는 에어 서스펜션이 없다. 여러 가지로 연구하다가 ‘에어 서스펜션을 아무리 조여도 M에 어울리는 코너링과 성능에 도달할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린 듯하다. 그래서 승차감이 중요하고 에어 서스펜션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아래 등급의 모델을 골라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X6, 그중에서 M을 고를 정도라면 뒷좌석 승차감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충격이 막강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포장이 안 좋은 도로에서 조금 불편한 정도일 뿐이다.
드디어 고속도로에 올라왔다. 제한속도 이상은 낼 수 없지만, 앞에서 차들이 멀어지고 있으니 호쾌하게 가속은 한번 해 본다. 그러고 보니 주행 모드를 전환하는 것을 잊었는데, 일반 주행 모드라고 해도 가속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게다가 그 옛날의 머슬카처럼 앞머리를 들고 달리는 것도 아닌데, 저 앞의 장소가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온다. 네 바퀴로 소화되는 스마트한 출력이라는 것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진다.

스티어링을 잡고 있으면 자동차의 무게는 제대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꽤 많은 자동차를 타 봤지만, 무거운 차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관성질량’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히 X6 M은 무겁다. 그런데 코너에 진입해서 스티어링을 돌려보면, 그 무게가 바퀴를 누르면서 지면을 단단하게 붙잡는 것이 느껴진다. 만약 여름에 고성능 타이어를 끼고 있었다면, 웬만해선 스키드 음조차 들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BMW니까 그랬던 것일까? 무게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게를 역이용해서 안정적인 코너링을 만들었다고 느껴질 정도다. 물론 타이어의 성능이 받쳐주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 타이어의 성능을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굳이 운전자가 타이어의 상태를 미세하게 파악해가며 긴장 속에서 고성능을 끌어내도록 만들지 않고 말이다. 기술의 발전은 이제 고성능과 짜릿한 코너링을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고성능이 어느새 SUV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X6 M은 여기에 스타일을 더하고 인상적인 색상도 추가해 짜릿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이 차를 갖고 오프로드를 주행할 운전자는 거의 없겠지만, 필요할 때는 모래 언덕도 자갈밭도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거대한 휠 안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브레이크는 ‘언제든 이 거대한 차체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X6 M은 퓨전이다. 그 안에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욕심을 챙기고 싶은, 이중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챙기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시에 젊은 시절처럼 고성능 스포츠카를 즐기려 한다면 꽤 힘든 이중생활일 것이다. 그것을 조금 더 쉽게 즐기고 싶다면? 그때를 대비해 X6 M이 있다. 물론 뒷좌석에 타는 아이들을 위해 평소에 오른발에서 힘을 풀어놓는 연습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40×2015×1750mm
휠베이스  2970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625ps
최대토크 ​​76.5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 AWD  |  복합연비  6.8km/ℓ
가격 ​​​1억 81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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