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계의 엄친아가 있다면, 포르쉐 카이엔 E-하이브리드 쿠페
2022-01-14 09:53

포르쉐 카이엔 E-하이브리드 쿠페는 잘 생겼고운동도 잘하고똑똑한 녀석이다역시 포르쉐는 포르쉐다식상한 표현이지만 이 이상 어울리는 표현을 찾지 못했다.
SUV 장르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SUV들이 자리 잡았다그중에서도 가장 메이저한 장르는 쿠페형 SUV가 아닐까? SUV를 좀 만들 줄 안다는 브랜드면 너도나도 루프 라인을 깎아 매끈한 SUV를 내놓고는 한다그만큼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장르라는 것이다그중에서도 포르쉐 카이엔 쿠페는 가장 뛰어난 외모를 자랑한다. 911의 섹시한 자태를 그대로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녀석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했다덕분에 이름도 왕창 길어졌다포르쉐 카이엔 E-하이브리드 쿠페는 풀 네임을 읊으면 호흡이 살짝 가빠온다잘생긴 외모에전기모터와 엔진을 굴리는 영리함을 가졌으며훌륭한 유전자 덕분에 운동도 잘하는 녀석이다마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엄친아를 자동차로 만들면 이런 모습일까슈투트가르트에서 온 엄마 친구 아들은 도무지 미워할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디자인 자체는 카이엔 쿠페와 동일하다흔히 911을 길게 늘인 것을 파나메라거기에 키를 키운 것이 카이엔 쿠페라고 말하는데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오히려 이 녀석은 파나메라보다 911에 훨씬 가깝다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루프라인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C필러의 윈도 라인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파나메라보다 루프라인을 약간 더 눌렀고윈도 라인의 끝부분을 조금 더 리어 펜더에 가깝게 붙여 놓았다그래서인지 카이엔 쿠페의 루프 라인은 완전한 911의 그것이다아주 근소한 차이지만 이쪽이 훨씬 더 섹시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겉모습에서 이 차가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테일 게이트에 있는 카이엔 레터링과 프런트 펜더에 있는 e-hybrid 레터링브레이크 캘리퍼에 칠해진 애시드 그린 컬러로 알아볼 수 있다그리고 주유구와 충전구가 각각 양쪽 리어 펜더에 자리 잡은 것도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애시드 그린 컬러는 실내에서도 사용되는데속도계 및 RPM 게이지의 바늘과 크로노 그래프의 바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기 좋은 빨간 가죽이 가득한 실내로 들어가 보자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이다계기판에 있던 전통적인 다섯 개의 원은 이제 아날로그 RPM 게이지가 자리 잡은 하나의 원과 디지털로 표현하는 나머지 네 개의 원의 형태로 존재한다아래가 카본 소재로 구성된 스티어링 휠의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려보면 수많은 기능들이 계기판에 나타난다구동력 배분크로노그래프 조정부스트 모드전력 사용 상태 등으로 이런저런 그래픽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시트 포지션은 낮은 편인데조금만 조절해도 완벽한 드라이빙 포지션이 나온다.
뒷좌석은 예상외로 충분하다보통의 쿠페형 SUV는 헤드룸이 부족한 편인데이 차는 그렇지 않다헤드룸을 티 나지 않도록 절묘하게 파놓은 덕분이다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손가락 두 개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다레그룸 역시 다른 차들이 마련한 공간 정도는 확보했다이 정도라면 패밀리카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다이번 E-하이브리드는 17.9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다전기모터는 자동변속기에 통합되어 있으며 최고출력 136마력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순수 전기 모드로 43km(WLTP 기준)를 주행할 수 있고 전기 모드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135km에 이른다. 3.0ℓ V6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48마력을 내뿜고전기모터와 결합한 시스템 출력은 462마력이며 네 바퀴를 굴린다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5.1초가 걸리고 최고속력은 시속 253km.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자리 잡은 시동 스위치를 돌려 카이엔을 깨운다우렁찬 엔진음이 아닌 짧고 간결한 알림음으로 이 차의 전원이 깨어났음을 알린다출발할 때는 전기모터를 사용하여 조용히 주차장을 빠져나간다전기모터로 주행하면 외부 스피커를 통해 타이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낮고 묵직한 구동음도 들린다으르렁거리는 내연기관의 소리를 미래 지향적으로 바꾼 이 음색을 듣기 위해 골목길에서는 괜히 창문을 내리게 된다.
E-파워 모드는 전기 모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주행모드다가속 페달 스트로크의 중간 지점에 스위치가 있는 것처럼 한번 걸리는 지점이 있고 그 이상을 밟으면 엔진이 깨어난다이러한 방식이 무척 직관적이어서 마음에 든다또한 엔진이 켜지고 꺼질 때의 이질감도 적고 과정이 무척 부드럽다엔진이 깨어나 본격적으로 출력을 더하기 시작해도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보통 고출력 자동차들은 뻥 뚫린 도로에서는 쾌감을 선사하지만꽉 막힌 시내도로에서는 신경질을 내기 마련이다그러나 이 녀석은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덕분에 일상에서의 반응은 나긋나긋하고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운동 성능을 맛보는 것도 빠지면 섭섭하다독일 명문가 출신이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분명 잘 달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보다도 훨씬 더 잘 달린다스로틀을 활짝 열면 이때다 싶어 달려 나간다그런데 그 감각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출력이 더 높은 차들도 여럿 타보았다그 재미도 분명 알고 있다그러나 높은 출력에서 오는 공포감도 분명히 있기에 오히려 딱 이 정도의 출력이 적당하다고 느껴진다공도에서 타기에 최적의 수준이다.
밸런스는 경험해본 SUV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롤링과 피칭을 높은 수준으로 억제했다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도 바닥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맛이 SUV의 감각이 아니다무게 중심이 차체 가운데에 탄탄하게 잡힌 느낌이 조미료를 아주 조금만 보태면 스포츠카의 그 감각과 동일하다서스펜션은 감쇠력을 총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모두 풀고 다니고 적당히 달릴 때는 중간 단계 정도가 적당하다감쇠력을 끝까지 조이는 것은 노면 상태가 좋은 고속도로 정도가 어울린다그러한 상태에서는 작은 요철에도 그립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차고 조절도 가능하다최대로 높인 상태의 진입 각도는 27.5°, 탈출각은 24.2°라고 브로셔에 적혀 있는데카이엔을 가지고 험난한 오프로드를 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대망의 와인딩 로드에 진입하자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플러스스티어링 휠의 모드 조작 버튼을 돌리는 방식이 직관적이라 마음에 든다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차고가 가장 낮아지고가속 페달 반응이 예민해지며 8단 자동 변속기는 더욱 기민하게 움직인다특히 이때부터는 변속 시 고의로 충격을 전달하기 시작해 박진감을 더한다.
코너를 하나씩 공략할 때는 운전자가 원하는 박자를 정확히 따라준다코너를 진입하기 전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고브레이크를 살짝 놓으면서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코너의 정점을 지나 스로틀을 부드럽게 열기 시작하면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라인을 자연스럽게 그린다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나처럼 실력이 부족한 운전자에게는 오히려 다루기가 더욱더 편하다또한조금 무리를 한다 싶으면 전자 장비가 적당히 개입하는데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를 잃지 않을 정도의 절묘함을 유지한다브레이크 시스템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브레이크 스티어나 노즈다이브 현상도 거의 일어나지 않고 제동 중에 약간의 요철을 만나도 쉽게 자세가 무너지지 않아 더욱더 믿음직스럽다.
독일에서 온 엄친아와 신나게 달렸다물론 이 녀석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평범한 배기음을 가졌고 달리다 보면 실내에서 잡소리가 조금씩 들릴 때도 있다하지만 그 정도는 쉽게 눈감아 줄 수 있다가속 페달에 힘을 조금만 더 주거나코너를 조금만 빠르게 달려도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녀석이기 때문이다역시 사람들이 포르쉐에 환호하는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30×1985×1675mm  |  휠베이스  2895mm
엔진형식  V6 터보+전기모터/가솔린  |  배기량 ​​​ 2995cc  |  최고출력  ​​462ps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연비  8.0km /ℓ​
가격  158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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