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만든 품격, 제네시스 G90

  • 기사입력 2022.01.13 11:10
  • 기자명 모터매거진

플래그십이 가져야 할 품격이란 과연 무엇일까? 새로 태어난 제네시스

G90은 ‘기술이 품격을 만들어낸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최신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소재들이

그렇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조합은 성공적인 것 같다.

역사가 길지 않다고 해도 현대차가 플래그십을 만들기 시작한 지 벌써 20년도

더 지났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에쿠스는 어느 새 제네시스 EQ900가

되었다가 G90가 되었고, 제네시스 자체는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 G90(‘지 나인티’라고 읽어야 한다는데, ‘지구공’이

더 입에 잘 붙는다)가 이번에 풀 체인지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의

불완전했던 두 줄 디자인을 일신하고, 새로운 차체에 기술을 얹어서 말이다.

플래그십에 쿠페의 라인이

앞 모습은 사진을 통해 많이 보아왔을 것이니 생략하겠다. 게다가 사진과

실물의 느낌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일 크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뒷모습인데, 사진과 실물의 차이가 꽤 크다. 사진만 보면 C필러부터 라인이 부드럽게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트렁크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뒤에서 보면 트렁크의 존재를 느끼기 힘들다. 마치 꼬리를 극단적으로 잘라낸 쿠페와도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아마도 차체의 라인이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면서 집중되기 때문일 것이다. 측면에서

뒤로 갈수록 점점 내려가는 드롭핑 라인은 제네시스 대부분의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C 필러를

두껍게 만들면서 뒤로 연장시켜서 그런지 트렁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전면에 비해서 후면이 상대적으로

좁게 보이기도 한다. ‘알파로메오 디스코 볼란테’에서 강하게

영감을 받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뒷좌석에서 일상 속 휴식을

G90을 선택할 정도라면, 스티어링을

직접 잡기보다는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탑승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제네시스는 ‘쇼퍼드리븐과 오너드리븐을 모두 고려했다’고 말하지만, 확실히 앞좌석보다는 뒷좌석이 훨씬 편하다. 앞 좌석보다 뒷좌석이

살짝 더 높고, 오른쪽 뒷좌석은 휴식 모드로 의자를 두었을 때 허벅지와 종아리 받침이 일렬로 연결되어

다리에 편안함을 준다. 이 상태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으면 피로가 자연스럽게 풀릴 정도다.

한 번의 조작으로 좌석을 휴식 모드로 만들 수 있어서 편하고, 오른쪽은

물론 왼쪽에서도 제법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좌우 등받이가 별도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가죽도 꽤 고급스럽지만, 우드도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 우드는 버려지는 신문을 재활용해서 만든 ‘뉴스페이퍼 우드’라고 한다. 환경도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뱅엔올룹슨 오디오는 ‘퍼렐 윌리엄스’의 목소리와 ‘다프트 펑크’의

음색을 잘 살려주며, 고급 음악감상실에 있는 느낌을 준다.

주행에 불만이 없다

신형 G90의 파워트레인은 6기통

터보차저, 단 하나뿐이다. 훗날 다른 엔진이 추가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플래그십인 만큼 차체 무게가 있으니 운전해 보기 전에는 주행 성능이 걱정됐었다. 그런데 오른발에 살짝만 힘을 주었는데도 거대한 덩치가 제법 가볍게 출발한다.

차체를 계속 앞으로 밀어내는 트랙션 덩어리까지는 아니지만, 가속을 붙이면 붙일수록 힘 있게

전진한다.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자동변속기도 마음에 든다.

전체적인 느낌은 독일 브랜드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갔다. 단단함보다는

탄탄함이 느껴지는 서스펜션, 엔진 회전을 높이는 보람이 있는 회전음,

손 안에 온전히 들어오는 스티어링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다. 특히 새로 적용했다는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선’은 운전자와 뒷좌석 VIP를 모두 만족시킬 것이다.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해 다소 높은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더라도, 충격이 치고 올라오지 않고 부드럽게 넘겨주기 때문이다.

차체 크기에 비해 코너링이 인상적이다. 크기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회전할 수 있다. 아마도 뒷바퀴를 같이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일 텐데,

벤츠 S 클래스처럼 그 조작 각도가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운전하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브레이크도

이 거대한 차체를 세우기에는 충분하다. 아쉽게도 눈이 내렸기 때문에 계속 밟아보지는 못했지만, 십여 년 전처럼 페이드를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도어가 아쉬운 거 아닌가

신형 G90는 전자식 도어를 적용했다. 도어를 버튼으로 열고 닫을 수 있으며(비상 사태를 대비해 수동으로

여는 손잡이도 있다), 도어에 모터를 달아 자동으로 열리기도 한다. 탑승한

뒤 실내에서 버튼을 눌러 닫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읽는다면 도어가 꽤 편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필자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다른 자동차들처럼 힘으로 도어를

밀어서 닫으려고 하면, 저항이 걸리면서 잘 안 닫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손잡이에 있는 특정 부분을 누르면 자동으로 도어가 작동하면서 부드럽게 닫아주기는 한다. 그리고 이 차를 매일 사용하는 오너라면 손잡이 부분을 누르는 게 습관처럼 쉬울 것이다. 그래도 아쉽게 느껴진다. 비교 대상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롤스로이스 팬텀도 도어에 모터는 있는데 힘으로 닫으려 할 때 저항이 걸리는 느낌은 없기 때문이다. 자주 사용해보면서 자세하게 분석할 기회가 온다면, 그 때 다시 한

번 언급해 보겠다.

글, 사진 | 유일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