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승기] 토요타 GR 야리스

  • 기사입력 2022.01.12 01:1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잠시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접촉 자제, 비대면이 활성화되어 있는 시대다. 그런 와중에 시승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갑자기 게임이 생각났다. ‘그란투리스모 스포트’다.

자동차 저널리스트가 된 후 꽤 많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봤지만, 아직도 탑승해 보지 못한 자동차가 더 많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자동차의 경우 해외에 나갔을 때 일부러 빌려서 시승해보기도 하는데,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로 나가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백신 패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사실이고, 백신과 상관없이 장기간 자가격리가 필요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자동차가 바로 ‘토요타 GR 야리스’다. 크기는 B세그먼트 소형차이지만, 5도어를 적용한 일반 모델과 달리 달리는 기분을 한껏 내라고 3도어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1.6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지만 최고출력이 272마력에 달하며, 6단 수동변속기와 사륜구동을 조합해 재미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토요타에서는 드물게, GR 야리스는 별도의 공장에서 장인들이 손으로 직접 조립한다.

그 GR 야리스를 즐겨보고 싶지만, 사실 방법이 없다. 국내에 정식 수입이 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병행수입 업체가 있긴 하나, 고객에게 판매하는 한정된 수량만을 수입해 온다. 결국 손가락만 빨면서 지켜보고 있던 그때, 조금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가상현실이니 메타버스니 하는 시대인데, 기왕이면 시승도 가상으로 해 보면 어떨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갖고 있는 PS4의 전원을 켰다. 이제 스티어링 휠만 연결하면 시승 환경이 갖춰진다.
작은 차체와 사륜구동이 주는 환상적인 움직임
‘그란투리스모 스포트’ 내에서 판매하는 GR 야리스의 가격은 4만5600Cr. 이다. 다행히 그렇게 비싸지는 않지만, 한동안 이 돈을 벌기 위해서 노동에 참여해야 했다. 도전 과제 몇 개를 달성하고 나면 돈은 금방 모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기왕이면 전용 리버리도 씌우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자동차만 받아서 바로 스즈카 서킷으로 날아가 본다. 그란투리스모에 ‘인제 스피디움’이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등장하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배기량이 작고 터보차저를 단 엔진이지만, 엔진음이 제법 앙칼지다. 공장에서 갓 출고된 상태로 갖고 왔는데도 그것이 느껴진다. 여기에 머플러 튜닝을 더하면 더 매력적인 배기음과 엔진음이 어우러지겠지만, 지금은 이대로 시승을 즐겨보자. 여러 가지 제어 모드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일단 그런 것은 무시하고 수동 변속 정도만 골라서 순수하게 즐겨보자. GR 야리스를 자동변속기로 운전하는 것은 토요타에게도, 그리고 게임 제작사에게도 굉장히 미안한 일이다.
스즈카 서킷은 테크니컬 코스다. 직선에서는 생각보다 속도가 제법 붙고, 그 뒤에 헤어핀에 가까운 코너가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브레이크 성능이 좋지 않으면 그대로 사고가 나기 딱 좋다. 다행히 GR 야리스는 그 성능을 제대로 받쳐주는 브레이크를 갖고 있다. 직선 주로의 끝에서 주행 속력이 시속 200km를 넘겨도 감속은 순식간이다. 가볍게 기어를 떨어뜨리면, 회전수를 보정해주는 ‘레브 매칭’도 꽤 잘 작동한다.

직선에서는 그렇게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GR 야리스보다 출력이 높고, 직선을 잘 달릴 수 있는 차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GR 야리스의 진면목은 코너에서 나타난다. 처음에는 계속 언더스티어가 나길래 ‘자동차를 잘못 만들었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타이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가 있고 여기에 딱 맞춰서 들어가면, 그때부터 자동차의 성격은 180도 달라진다. 브레이크를 밟은 후 스티어링을 돌리고 가속 페달에 다시 발을 가져갈 때 말이다.
가속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만약 그냥 오른발에 끝까지 힘을 준다면, GR 야리스는 코너의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다. 언더스티어보다 오버스티어 성향이 더 강한 자동차다. GR 야리스의 사륜구동은 힘을 알아서 분배해주는 똑똑한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은 것인데, 만약 운전을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사륜구동을 이용해 오히려 타이어를 미끄러트리고 코너링을 즐길 수 있다.

요약하자면, ‘사륜 드리프트를 수행할 수 있으며 그것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운전자’에게 정말 좋은 자동차다. 그리고 지금은 스즈카 서킷만 달려봤지만, 사실 서킷보다는 조금 단단한 지면을 가진 오프로드가 더 잘 어울리는 자동차일 것 같다. 지금도 생각난다. 처음으로 드리프트를 성공했을 때 스티어링으로 전해져 오는 그 찌릿한 감각. 이제서야 도요다 아키오가 이야기한 ‘우리가 만드는 진정한 스포츠카’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이 맛에 빠지면, 매일 GR 야리스를 운전하고 싶게 될 것이다. 이 무대가 실제가 아니라 그란투리스모 속이라서 다행이다. 만약 실제라면, 높아지는 엔진 회전과 함께 급속도로 줄어드는 연료계를 보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드리프트의 짜릿함과 함께 연기가 되어 흩날리는 타이어를 보며 ‘다음 월급날이 언제였더라’부터 걱정하게 될 것이다. 걱정 없이 자동차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 그것에 바로 게임 속의 세계이다.

물론 이 시승기가 완벽하지는 않다. 외형에서의 디테일이나 실내에 앉았을 때의 감각, 재질의 촉감 등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차가 실제로 필자의 앉은키에 대응할 수 있을지, 그것도 사실은 모른다. 오디오는 음색을 잘 표현하는지, 기어를 넣는 느낌은 어떤지 그것도 모른다. 그래도 주행 중 나타나는 성격은 꽤 잘 알 수 있다. 일부러 오버스티어를 일으켜 운전을 즐기도록 만드는 ‘고성능 소형 사륜구동 해치백’의 진수를 말이다.
어느새 시승은 끝났다. PS4와 TV의 전원이 내려가고, 스티어링 휠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빨래를 말리는 공간이 된다. 그래도 평소의 시승과는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 무언가 필요할 때, 언제든 차고 속에 있는 GR 야리스를 꺼내서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쉽게 운전해 볼 수 없는 클래식카 등 다양한 자동차를 수집하고 달려볼까 싶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어떤 자동차와 함께해 볼까? 알파로메오?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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