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는 죽지 않는다, 영원히 살아있는 울프 쿤타치

  • 기사입력 2022.01.04 12:4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람보르기니는 최근 옛 모델 ‘쿤타치’를

부활시켰다. 최신 모델인 ‘시안’을 베이스로 하면서 쿤타치를 떠올리게 하는 외형을 입혔고,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인기가 있었는지 112대로 한정된 물량은 공개하기도 전에 매진됐다. 그러나 그 디자인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특히 이전에

쿤타치를 직접 디자인했던 ‘마르첼로 간디니’는 새 차의 디자인에

대해 악평을 쏟아냈다. 그 정도로 옛 쿤타치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그런데 그 쿤타치 중에서도 ‘숨겨진 특별한 모델’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 정점에 군림하는 모델이 바로 당시에 LP500S라고 불렸던, ‘울프 쿤타치’다. 신형 쿤타치가 112대

한정판이라는 것에 놀라는 이들도 있지만, 이 울프 쿤타치는 단 3대만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중 한 대가 아직도 일본 땅에서 살아있다. 이

차는 영화에도 출연했고, 인기도 좋아 다양한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모형까지 만들어질 정도다.

석유왕이자 F1 매니아가 만들어낸 특별한 쿤타치

그렇다면 이 특별한 울프 쿤타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작은 한 명의

사업가였다. 그의 이름은 월터 울프(Walter Wolf).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그는(출신지만 보면 ‘발터 불프’라고 불러야 할 것 같지만…) 캐나다에서 석유 사업을 벌이면서 ‘석유왕’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성공시켰는데, 그 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F1 팀 운영이다. 당시 그는 ‘프랭크

윌리엄스(‘윌리엄스 F1’팀의 창립자)’와 같이 팀을 꾸렸고,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여기까지 들었다면, 이 차가 ‘부자의

변덕으로 탄생한 모델’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든 또 한명이 등장한다. 바로 ‘장

파울로 달라라’다. 현재 대부분의 팀에 레이스 전용 차체를

공급하는 ‘달라라’의 오너다. 그는 1960년대 중반에 람보르기니의 엔지니어로 합류해 ‘미우라’의 제작에 큰 공헌을 했는데,

레이스 전용 자동차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못하고 람보르기니를 떠나 자신의 회사를 창립했다.

월터 울프는 큰 부자였고, 동시에 자동차 매니아였다. F1 팀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수집에도 열을 올렸고, 페라리는

물론 람보르기니도 좋아했다. 특히 자신의 자동차인 ‘미우라

SV’를 굉장히 아꼈는데, 그 때문인지 쿤타치에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외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주행 성능에

불만이 많았다고. 당시 쿤타치는 LP400 모델만 있었는데, 무거운 엔진은 출력도 약했다. 게다가 타이어도 얇고 브레이크 성능도

부족했다.

월터 울프의 불만을 들은 달라라는 ‘그 불평에 응하는 것이 람보르기니

플래그십의 임무’이라고 생각했다. 쿤타치의 약점을 극복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기에, 울프에게 자금을 지원받아 이를 극복해 나간다.

‘고객의 스페셜 오더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쿤타치 에볼루션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일석이조의

프로젝트가 이렇게 시작됐다. 개인 자금으로 회사 프로젝트까지 해결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당시의 람보르기니는 창업자 이탈로 인해 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개량을 위해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이 바로 ‘서스펜션 극복’이었다. 이를 위해 타이어부터 바꿔야 했고, 당시 피렐리에서 미우라 SVR 용으로 제작한 P7을 장착하기로 했다. 폭이 넓은 타이어를 차체가 감싸지 못하자,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오버펜더를 제작해 숨겼고 펜더가 잘 어울리도록 전면과 후면에도 검은색 범퍼를 덧댔다. 엔진에도 출력 향상 등의 개량이 가해진 것은 틀림없는데, 첫 번째

모델의 배기량은 기록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이 차는 성공적으로 다듬어졌고, 울프에게 납품됐다. 울프는 이 차에 만족했고, 뒤를 이어 개량형인 2호차와 3호차가

등장했다. 2호차는 엔진 배기량을 4.8ℓ까지

높였고, 최종 모델인 3호차는 배기량이 5.0ℓ까지 올라가 약 500마력을

발휘했다. 특히 파란색으로 칠해진 3호차의 경우 8 피스톤 브레이크와 운전석에서 조종할 수 있는 거대한 리어윙이 인상적이다. 전면

서스펜션은 모두 전용 제작품이며, 후면 서스펜션은 기존의 것을 강화시켰다.

울프는 자신의 이름이 담긴 모델은 모두 캐나다 국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특별한 모델에서는 캐나다 국기를 발견할 수 있다. 울프가 이후에 만들어진 자동차에 만족해서인지, 1호차는 이후 다른 과정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1979년에

일본 영화에 등장했으니, 최소한 그 이전에 건너갔을 것이다. 파란색의

차체를 가진 3호차는 유럽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람보르기니

행사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울프 쿤타치를 부활시키다

일본으로 건너간 울프 쿤타치 1호차는 처음에는 귀빈 취급을 받았지만, 이후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일본의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슈퍼카 붐’도 종말을 맞이했고, 이

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차 안에 몇 명이 탈 수 있는가’부터

‘오프로드 달리기’등의 몹쓸 취급을 받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현재의

오너가 이 차를 발견했을 때는 더 이상 예전처럼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울프의 이름도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을 때였다.

이 차를 살려낸 사람은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작은 샵, ‘아웃모빌리

벨로체’의 대표, 오카도 에이이치(岡戸栄一)다. 모든 부품에 신경을 써서 원래 모습을 다시 찾은 울프 쿤타치는

이후 20년 동안 같은 오너의 손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다. 그

동안 여러 매체에 출연한 것은 물론, 그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들을 위해 다수의 모형도 등장하고 있다.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3D 스캔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이 차는 지금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울프 쿤타치는 일반 모델과 다른 실내를 가졌다. 당시 F1에서 사용하던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 레이스용 자동차에 탑승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파란색의 4점식 벨트, 시속 340km까지 새겨진 계기판, 모든 것이 울프만을 위한 것이다. 지금은 일반 쿤타치도 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지만, 만약 울프 쿤타치를

직접 보게 된다면 그 날은 꼭 복권을 사길 바란다. 아주 특별한 날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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