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미니밴,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 기사입력 2022.01.02 00:57
  • 기자명 모터매거진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지속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수입차 시장에서의 친환경 자동차 판매 비중에서 엿볼 수 있다. 분명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가격,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확실한 대안은 바로 HEV라 불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량은 4만6455대로 2만7723대를 판매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67.6%나 상승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토요타는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다. 캠리, RAV4, 시에나, 아발론 등 6개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 프라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의 판매량 중 약 92%가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토요타는 자사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시승 행사에서는 캠리 하이브리드, RAV4 하이브리드, 시에나 하이브리드 등 총 세 가지 모델을 준비했다. 제한적인 행사 스케줄 탓에 세 모델 중 한 대만 탑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 캠리와 RAV4의 경우 이미 경험해본 모델이기 때문에 시에나 하이브리드가 당첨되길 바랐고, 거짓말처럼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
놀랍고 매력적인 하이브리드 기술
지난 4월 출시된 4세대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저중심 설계를 중점으로 한 TNGA 플랫폼을 적용했다. 덕분에 미니밴이 갖춰야 할 덕목인 실용성과 편안함,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한국 시장에는 전륜구동 모델과 전기모터를 탑재한 사륜구동 모델 등 총 두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했다. 가족용 미니밴의 인기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하이브리드 모델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미니밴에 탑재된 것은 무척 매력적이다. 디젤 모델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싫지만, 가솔린 엔진을 선택하자니 거대한 덩치에서 비롯되는 무시무시한 연료비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최적의 선택지라고 보아도 좋다. 심지어 전기모터로만 구동할 때는 도서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정숙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니 말이다. 환경을 지키는 일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어쨌든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연비다. 시에나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전륜구동 모델의 경우 14.5km/ℓ, 사륜구동 모델은 13.7km/ℓ다. 이러한 수치가 와닿지 않는다면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해보자. 먼저 혼다의 오딧세이는 3.5ℓ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으며 연비는 9.0km/ℓ다. 기아 카니발 가솔린 모델의 경우 9.1km/ℓ, 디젤 9인승 모델은 13.1km/ℓ다. 시에나 하이브리드가 단연코 1등이다.

그래서 실제 연비가 궁금해졌다. 연비를 테스트할 조건은 제한적이었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기로 했다. 시승한 모델은 전륜구동 모델이다. 20인치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으며 탑승자는 성인 남성 1명,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공조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우선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는 평소와 같은 운전 방식으로 주행했다. 약 1시간 동안 40km를 달렸으며, 시내 구간과 고속 구간이 혼합되어 있고 종종 정체 구간도 있었으며 교통 상황이 원활한 구간도 있었다. 제한 속도 내에서 주행했으며 종종 추월을 위한 가속도 있었다. 해당 조건에서 트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연비는 13.5km/ℓ, 만족스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극단적인 연비 주행에서는 어떨까? 돌아오는 길에서 최고 연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우선 교통상황이 매우 원활한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에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킨 채로 약 35km를 주행했다. 가속과 감속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지를 달렸다. 즉, 좋은 연비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조건으로 주행한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나온 연비는 무려 28km/ℓ다. 물론, 실생활에서 이러한 조건으로 운전할 일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하며 시승 행사의 특성상 더 먼 거리를 달려볼 수 없었기에 정확한 수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풍요로운 주행 감각이 있기에
하이브리드라서 출력이 부족하지 않냐는 걱정도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4기통 2.5ℓ 가솔린 엔진은 e-CVT 변속기와 조합된다. 내연기관의 최고출력은 189마력, 여기에 전기모터를 더한 합산 출력은 246마력이며 최대토크는 24.1kg·m다. 2t이 넘는 차체를 이끌어 가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전기모터는 적극적으로 구동에 개입하고, 엔진의 동력이 개입하는 순간도 매끄럽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엔진이 개입하는 시점을 체감하기조차 쉽지 않다.

토요타는 이를 ‘스트롱 하이브리드’ 기술이라 부른다. 기존 파워트레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한 개념이 아닌,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2개의 모터가 결합된 방식이다. 직병렬 방식을 모두 사용하며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로 주행하며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구동과 동시에 충전을 하게 되는 방식이다. 가속을 할 때는 엔진의 효율이 높은 구간에서 모터와 엔진이 힘을 합쳐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파워트레인 덕분에 주행하는 감각은 늘 풍요롭다. 출력이 전달되는 과정이 매끄럽고 가속 페달의 반응도 제법 빠른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숙하며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가속 페달에 힘을 주어 엔진의 회전수를 높일 때 들리는 소음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편안하고 여유 있게 운전할 때 가장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이다. 승객을 많이 태우는 미니밴 장르의 특성에 알맞다고 볼 수 있다.

시에나 하이브리드에서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것은 바로 핸들링 감각이다. TNGA 플랫폼을 적용해 무게중심을 낮췄고, 차체 강성을 보완한 덕분에 미니밴 특유의 헐렁하고 출렁대는 감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운전이 재미있는 자동차라고 말하기에는 어렵지만, 토요타의 탄탄한 기본기를 미니밴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점이다. 또한 트레일링암이 적용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하여 승차감을 개선했다. 비록 이전 모델을 타보지 않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이 정도면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평온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행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브레이크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유의 이질적인 브레이크 감각이 느껴졌으며 이 덩치를 세우는데 꽤 버겁다. 물론 이 차로 스포츠 주행을 할 것은 아니겠지만, 시속 100km 전후에서 꽤 급하게 속도를 줄여야 할 경우 브레이크가 예상보다 밀리는 모습이다. 이 정도면 일상적인 운전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운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시에나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가격이다. 시승한 모델은 6400만원의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경쟁 모델인 기아 카니발에 비하면 대략 2000만원은 더 비싼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표가 합리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완성도가 높고 만족스러운 자동차다. 뛰어난 연비를 통한 효율성과 풍요로운 운전 감각에서 오는 안락함은 주행하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미니밴이 필요한 운전자는 지갑이 허락하는 한 가장 먼저 구매 리스트에 올려야 할 자동차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북미 미니밴 시장을 평정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글 | 조현규  사진 | 한국토요타자동차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175×1995×1775mm
휠베이스  3060mm  |  엔진형식  I4+전기모터, 가솔린
배기량 ​​​ 2487cc  |  최고출력  ​​189ps
합산출력  246ps  |  변속기  e-CVT  |  구동방식  ​​FWD
연비  14.5km/ℓ  |  가격  6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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