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포르토피노 M, NOVEMBER RAIN GUITAR SOLO-SLASH

  • 기사입력 2021.12.29 22:34
  • 기자명 모터매거진

확실히 페라리는 뭘 좀 안다. 생색내지 않는 시크함. 마이너체인지지만 티 나게 외관을 뜯어고치지 않았다. 단지 흠잡을 수 없는 완성도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다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어떤 페라리라도 멋지다. 나에게 페라리 라인업 중 아무거나 줘도 ‘삼보일배’하며 성수동에서부터 광화문까지 갈 수 있지만 내 마음속 1등 디자인은 바로 포르토피노다. 튀지 않고 은은한 멋이 풍기는 게 오너를 세련된 이미지로 만들어준다. 오늘 나와 함께 할 포르토피노, 아니 마이너체인지로 진화한 포르토피노 M의 컬러는 화이트! 이 바닥 일을 하면서 수많은 페라리와 촬영을 했고 그중에서 원색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무채색 계열도 꽤 만났었다. 화이트는 처음인 것 같다. 뭔가 일본의 부자 차고에 있을 법한 분위기가 흐른다. 포르토피노 M에 참 잘 맞는 컬러다. 포르토피노 M의 유려한 보디 패널의 선이 더 느껴지니까.오픈톱 모델이지만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완벽한 쿠페다. 이음새 부분이 없다면 오픈이 되리라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페라리가 지향하는 FR이다. 후드는 길고 엉덩이는 짧다. 812 슈퍼패스트의 지나친 롱노즈가 부담스러웠다면 포르토피노 M은 처음 운전해도 전혀 버겁지 않다. 시야는 보통 차 정도이며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 인상적인 것은 시트 포지션이다. 본격적인 레이싱 버킷 시트가 아닌 전동 모터가 달린 풀옵션 시트임에도 땅에 붙어 있을 정도로 내릴 수 있다. 이는 헬멧을 쓰고 트랙에 가야 하는 페라리 오너로서의 의무를 위한 세팅이다.

인테리어에서는 페라리의 시그니처 터빈 모양 송풍구가 시선을 잡아끌고 큼지막한 디스플레이는 반갑다. 페라리에서 애플카플레이가 되니 신기하다. 연결속도도 빠르고 다른 기능을 사용하기에도 쉽게 직관적으로 인포테인먼트를 구성했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양산차 중에서 가장 근사하고 마네티노 스위치는 기존 3가지 모드에서 2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빗길에서도 안심시켜줄 웨트(WET) 모드와 더 화끈하게 놀 수 있는 레이스(RACE) 모드가 더해졌다. 마이너체인지 모델이지만 성의 있고 확실하게 변화를 줬다. 또 다른 인상적인 것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다. 보편화된 장치이지만 페라리에서 사용하니 괜히 신기했다. 앞차와의 간격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실력이 대단하다. 구색 맞추기 위해 단 장치가 아니다. 페라리를 타면서 막히는 길도 두렵지 않다.

정말 편하다. 서스펜션 세팅이 이전보다 부드럽다. 그렇다고 물렁하다는 게 아니다. 차체 강성은 올라가고 댐퍼압과 스프링 레이트가 연해진 듯하다. 때문에 일상 주행을 할 때는 슈퍼카가 아닌 스포츠 세단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데일리카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없다. 하지만 이대로 느긋하게 운전할 수만은 없다. 이것은 내 차가 아니고 하루라는 시간만이 주어진 관계로 힘차게 달려봐야 한다. 왼쪽 시프트 패들을 당겨 2번 기어를 물리고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는다. 역시나 잘 나간다. 몸이 시트에 파묻히면서 차는 튀어 나간다. 놀라운 것은 트랙션이다. 얼마나 LSD가 일을 잘하는지 똑바로 잘도 전진한다. 이 정도 출력이면 살짝 엉덩이를 흔들 법도 한데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다.
포르토피노 M은 600마력이 넘는 괴물이다. 말이 쉬워 600마력이지 일반인 중에서 300마력도 제대로 다루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보다 2배 이상 강한 파워유닛을 품고도 이렇게 안정적이다니! 참고로 포르토피노 M의 스펙은 V8 3.8ℓ 트윈 터보 엔진이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77.5kg·m의 힘을 생산한다. 이 파워는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로 전달되며 사륜구동 시스템이 없음에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5초다. 620마력의 후륜구동인데 3초대다. 최고시속은 320km에 달한다. 생긴 게 점잖게 생겨서 그렇지 누가 뭐라 해도 슈퍼카다.

원래 직선 주로에서 달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전기차처럼 출력을 쏟아내니 앞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기어비가 촘촘해 시속 50km에서도 7단을 건다. 계기반을 보고 있지 않으면 7단까지 변속된 줄도 모른다. 슈퍼카에 달린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저속에서 울컥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포르토피노 M의 것은 토크 컨버터처럼 부드럽게 작동한다. M이 붙으면서 변속기도 바뀌었는데 성능이 준수하다. 변속 속도가 빠르고 다운 시프트에도 적극적이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고의적인 변속 충격을 줘 운전자를 박력 있게 다뤄주는 점도 마음에 든다. 여하튼 자연흡기 엔진 정도로 엔진 회전수를 활용하는 포르토피노 M 엔진과 궁합이 잘 맞다.
고속도로는 달려봤고 이제 산길에서 와인딩 타임이다. 촬영 당시 비가 왔고 노면에 낙엽이 깔려 있어 세게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나보다 포르토피노 M은 소중하니까. 전문 레이서도 아니고 설렁설렁 다녀봤을 때의 느낌만을 전하겠다. 우선 메인 프레임과 앞뒤 서브 프레임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앞서 고속도로에서도 이전 모델 대비 향상된 고속안정감을 경험했다. 과거 속도가 올라갈수록 앞쪽 서브프레임 앞과 뒤가 살짝 따로 노는 느낌이 살짝 들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로마 수준이다. 이는 코너를 탈 때, 운전자에게 더 와 닿는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 봐도 리어 액슬이 잘 따라온다. 피드백은 솔직한 것 같으면서도 비보는 전달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당연히 운전자를 배려하려는 의도다. 타이어만 스퀘어 세팅, 아니 앞 타이어 폭을 20mm만 늘여도 뉴트럴스티어를 보일 것이다. 컨버터블이지만 복합코너에서 어리둥절하며 운전자를 답답하게 하지도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이 자연스럽고 남은 진동을 머금고 있는 시간도 짧다. 난 트랙에서 타보진 않았지만 동료 기자의 말에 따르면 트랙에서도 차체 강성이 아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가벼운 와인딩을 타면서 내가 이러쿵저러쿵 할 수 있는 섀시가 아니다.
잘 다듬어진 섀시와 강한 출력. 이 조합을 다루려면 강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필요하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동 성능은 물론 관용성까지 높다. 페달의 답력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일반인이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이며 브레이킹 컨트롤을 하기에도 수월한 답력과 스트로크다. 강한 제동이 들어갔을 때 노즈다이브가 일어나지 않고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줄여도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고속에서 연거푸 브레이킹이 걸려도 지치지 않아 마음 놓고 다릴 수 있다.

하늘이 날 도왔는지 비가 그쳤다. 포르토피노 M을 타고 뚜껑 한 번 못 열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뚜껑을 열면 개방감이 상당하다. 미드십 스파이더와 차원이 다른 개방감이다. 성인이 앉을 수는 없지만 뒷좌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짐을 놓을 수도 있고 꼬마들에게 페라리 오픈에어링을 맛보게 할 수도 있다. 차체를 잘 빚어 놓은 덕분에 캐빈룸으로 바람이 거세게 들이닥치지 않는다. 헤어스타일을 망치지 않는 선에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고속에서도 창문만 올린다면 평화롭다. 음악이 귀로 잘 전달되게 스피커 방향을 설정해 음악 감상하기도 좋다. 볼륨을 올리고 유유히 달리는 이 여유는 태어나서 꼭 한 번 느껴봐야 한다. 옆자리에 건장한 남자를 태웠다는 것만 빼면 환상적인 무드다.
이렇게 타라고 만든 차일 것이다. 배기 사운드는 배경으로 두고 음악과 윈드실드에 펼쳐진 그림을 감상하며 달린다. 출근할 때 타도되고 골프 치러 갈 때 타도되고 설레는 밤공기에 유유히 다닐 수도 있다. 또한 트랙 데이를 진하게 즐길 수도 있다. 비싼 페라리로 다양한 추억을 쌓는다면 진정한 합리적 소비다. 페라리 배지가 달린 차에 ‘실용성 있다’라는 말을 하는 게 어색하지만 포르토피노 M은 그러한 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천천히 달려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러한 차, 포르토피노 M이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594×1935×1318mm휠베이스  2670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배기량 ​​​3855cc  |  최고출력  ​​620ps최대토크 ​​77.5kg·m  |  변속기  8단 듀얼 클러치구동방식 ​​​​ RWD  |  복합연비  7.6km/ℓ가격 ​​​3억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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