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바꿀 라스트 마일 산업은 무엇일까?

  • 기사입력 2021.12.29 22:27
  • 기자명 모터매거진

요즘 완성차 업계와 IT 업계가 주목하는 산업이 있다. 바로 라스트 마일 산업이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등 아직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산업이 앞으로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다.  

인간의 이동수단은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무거운 짐을 옮기기 위해 바퀴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수레, 마차, 자동차를 만들어가며 활동의 범위를 넓혔고 나아가 거대한 배를 건조하여 바닷길을 개척해 새로운 대륙을 탐험했다. 또한 증기 기관차와 철도를 만들어 거대한 대륙을 오갔으며 비행기를 통해 하늘길을 열기도 했다.이처럼 더욱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던 이동수단들은 이제 더 짧은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간까지의 편의성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 많은 완성차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전동 스쿠터, 전기자전거와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개발에 앞장서고 로봇 회사를 인수하거나 직접 로봇을 만들며 새로운 배송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모빌리티 트렌드로 떠오르는 ‘라스트 마일’에 대해 알아보자. 
Last Mile?라스트 마일(Last Mile)은 본래 사형수가 사형 집행장까지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거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유통업에 있어서 라스트 마일은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을 의미하며 이동 분야에서는 목적지에 당도하기까지 움직이는 마지막 거리쯤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출발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 근처의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퍼스트 마일(First Mile)이고, 정류장부터 목적지까지 남은 짧은 거리가 라스트 마일이다.최근, 이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는 이동 수단으로 전기 자전거, 전동 스쿠터, 전동 킥보드 등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것들이 공유 서비스와 연동되며 시장을 크게 확대시켰고, 대중들 역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등장 배경에는 메가 시티(Mega City)가 있다. 행정적으로 구분돼 있으나 생활, 경제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를 뜻하는 메가 시티는 오늘날 서울·경기권과 특성이 매우 유사하다. 답답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이 겹치면서 먼 거리는 대중교통으로, 목적지까지의 짧은 거리는 작은 이동수단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생긴 것이다.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접이식 전동 스쿠터, 전동 휠 등을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 시장 규모는 2017년 7만5000대에서 2022년 20만 대까지 166.6%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이러한 공유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현대카드가 집계한 공유 전동 킥보드 결제 건수는 2017년 0건에서 2018년 1288건, 2019년 15만5216건, 2020년 75만 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라스트 마일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수요가 증가하면 당연히 기업들도 관심을 가진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중심으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대응하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토요타는 전동 킥보드 ‘C WALK T’를 자체 출시하며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해당 모델은 3륜 모빌리티로 장애물 감지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신기술이 탑재됐으며 0.27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4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현재는 일본 내수 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는데 향후 국내 시장 도입도 전망된다.또한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모빌리티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접이식 전동 스쿠터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발표한 제원은 10.5A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여 20km 거리를 달릴 수 있고 무게는 7.7kg에 불과해 3단으로 접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에 탑재하는 것을 염두에 뒀지만 아쉽게도 실행되지는 못했다.
아우디는 스케이트보드와 전동 스쿠터를 결합한 새로운 콘셉트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이트론 스쿠터’를 공개했고 GM은 전기자전거 ‘Ariv’를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시티스케이터’, BMW는 ‘시티 스쿠터’를 공개하며 이들 역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를 주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IT 기업 역시 이러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구글과 우버가 투자하는 미국의 전동 스쿠터 공유 서비스 업체 ‘라임’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투자하고 있는 ‘매스아시아’가 있다. 한편, 현대차는 국내 킥보드 공유 업체 ‘킥고잉’에 투자하는 동시에 직접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플랫폼인 ‘제트(ZET)’를 구축하여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아울러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공유 업체인 ‘그랩’ 등에 투자하며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활성화에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라스트 마일의 개념은 이동뿐만 아니라 유통 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물류 서비스에서의 퍼스트 마일은 발송자가 보낸 물건이 허브 터미널 및 서브 터미널로 이동하는 구간이며, 라스트 마일은 물건이 서브 터미널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간을 의미한다. 잘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운송자가 직접 물건을 운반하여 전달하는 구조다.그러나 이러한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바로 로봇 덕분이다. 인건비보다 저렴하고, 24시간 가동할 수 있으며 오배송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다양한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는 2019년 도쿄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와 고객 사이를 오가며 물품을 수령 및 전달하는 6륜 구동 로봇 ‘마이크로 팔렛(Micro Palette)’을 공개했고, 포드는 2020년 CES에서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로봇 ‘디지트(Digit)’를 공개했다.
또한 GM은 ‘브라이트 드롭’을 통해 물류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소형 물류 로봇과 전기 트럭을 이용해서 탄소 배출 제로의 배송 서비스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로봇 개발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이 역시 로봇을 이용한 모빌리티 사업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미국의 온라인 커머스 기업인 아마존도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드론을 통한 배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배송 로봇 ‘아마존 스카우트’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인도에서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고, 보행자 및 동물과 같은 장애물을 피해서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앞으로도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라스트 마일 서비스 연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의 물류비용은 매출의 약 12% 내외를 차지하는데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이러한 물류 비용을 더욱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구글과 월마트의 드론 배송 서비스, 스타트업 뉴로의 자율 주행 배달 로봇 ‘R1’, 티센크루프 부품 현장 배송 로봇 등 다양한 기업들 역시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에서 이동수단은 주로 더 먼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더욱 멀리, 새로운 세계를 보고자 했던 인간의 욕구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러한 욕구가 새로운 생활 양상과 더불어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이라는 결과로 바뀌었다. 연간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만들던 완성차 업계가 마이크로 모빌리티 개발과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은 이를 대변한다. 전동화 시스템과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의 결합,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잠재력을 가진 라스트 마일 산업을 지켜보자.글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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