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디비전의 새로운 위용, 아반떼 N 컵 레이스 카

  • 기사입력 2021.12.27 15:24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현대차가 만든 국내 최초의 커스터머 레이스카가 탄생했다.

현대차가 별도로 고성능 디비전을 운영하는 것도, 그들만의 원 메이크 레이스 컵 대회를 개최하는 일도 이젠 낯설지 않다.
 
2014년 국제자동차경주협회(FIA)는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WTCC) 레이스에 양산 차 기반의 TC3 규정을 새롭게 추가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레이스에 나갈 수 있는 커스터머 레이스카를 만들어 레이싱팀에 판매하고 경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TCR에 참가하는 경주용 차는 대중적인 양산 차를 개조해서 만든다. 차체의 길이는 C 세그먼트 이내여야 하고 엔진은 배기량 2.0ℓ 터보 엔진까지 장착할 수 있다. 경주용 차의 가격은 9만 유로 이내여야만 한다. 공기역학적 성능에 영향을 주는 리어 윙이나 외부 에어로다이내믹 부품도 까다로운 FIA 호몰로게이션 그룹 A 규정에 적합해야 한다.

현대차는 2016년부터 i30 N TCR 레이스카를 개발해왔고 이듬해 2017년부터 i30 N TCR을 프로 레이싱팀에 제공하며 TCR 레이스에 출전해왔다. 그동안 현대차는 WTCR 대회에서 치열한 경주를 완주하며 고성능 N 디비전의 경주차를 담금질해왔다. 절대 순탄치 않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최고의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기 위한 유용한 실험을 이어온 것이다. 그 결과 현대차 퍼포먼스 디비전 N은 많은 팬을 거느리게 되었다.
 
현대차는 국제 자동차경주 출전뿐만 아니라 2019년부터 국내에서 일반인도 모터스포츠에 참여해 현대 N 디비전의 고성능을 즐길 수 있도록 현대 N 페스티벌을 개최해왔다. 아마추어 선수와 일반인이 함께 모터스포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체험형 모터스포츠 축제다.
 
2021년까지 현대차는 현대 N 페스티벌을 통해 벨로스터 N 컵, 아반떼 N 라인 컵, 벨로스터 N 및 아반데 N 라인 타임트라이얼 경기까지 총 4개의 이벤트 경주를 치러왔다. 2022년부터 아반떼 N 컵 레이스를 추가해 총 5개의 경기로 새롭게 개편하고 다가오는 5월 개막전을 시작으로 총 7라운드의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아반떼 N 컵 레이스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클래스에서 경주한다. 아마추어의 경우 본인이 직접 메인터넌스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위원회에서 차량 관리, 세팅, 타이어 탈부착, 유류비, 운송, 보관까지 모든 걸 맡아준다. 게다가 경기 중 1대의 경주차에 1명의 미케닉까지 고용된 금액이 1회 경기에 약 300만원 정도다. 경기 때 개인 장비만 가져와 레이스에 참가하면 되는 젠틀맨 드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아직 30대 이상 증차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레이스가 활성화될 경우 프로와 아마추어 클래스를 나누어 운영하면서 경주 차를 늘리고 선수들의 참여를 늘리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현대차의 퍼포먼스 디비전인 현대 ‘N’이 선보인 새로운 스페셜리스트 ‘아반떼 N 컵 레이스카’를 미리 만나보았다.
동일한 성능을 유지가 관건
아반떼 N 컵 레이스는 원 메이크 레이스다. 현대차는 인증받은 경주용 차를 선수나 레이싱팀에 판매하는 간접 방식으로 경주에 참여한다. 이번에 판매한 30대의 아반떼 N 컵 레이스카는 남양연구소에서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도록 역량을 집중해 제작했다.
 
엔진은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변속기는 8단 습식 듀얼 클러치를 사용한다. 아반떼 N 컵 레이스카의 파워트레인과 섀시는 양산 차 그대로다. 모두 봉인된 채 드라이버에게 인도된다. 다만 경주용 차여서 배기가스 규제를 받지 않기에 촉매를 떼어내고 출력을 300~320마력 정도로 높였다. 양산 모델이 280마력이다. 서킷에서 4000km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엔진 트러블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보닛과 도어, 트렁크 리드는 FRP로 무게를 줄였다. 오리지널 범퍼를 그대로 사용하고 브레이크 냉각을 위해 프런트 에어댐만 디자인 변경했다. 테일 머플러도 순정이다. 카본으로 제작된 리어 윙은 TCR 레이스카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했다.
 
엔진과 미션, 하체 등 16군데의 고무 부싱을 N 컵 카용 필로우 볼로 보강했다. 스트럿 바는 드라이 카본으로 제작했다. 배터리도 경량화를 위해 젤 배터리로 교체했다. 앞 좌석은 고성능 레이스 버전답게 사벨트(Sabelt) 버킷 시트로 교체되었다. 뒷좌석을 떼어내고 쇠 파이프로 연결한 6점식 롤 케이지와 하네스 바를 차체에 얼기설기 용접했다.

아반떼 N 컵 레이스 전용 서스펜션은 독일의 KW사와 함께 경주차에 맞게 2웨이 쇼크업소버와 4종류의 스프링으로 개발했다. 국내 경기장 상황과 날씨에 따라 제한적으로 세팅한 4종류의 스프링을 제공한다.
 
휠은 아사(ASA)의 경량 휠이다. 또한, 한국타이어와 개발 초부터 협업해서 개발한 240/640R 18인치 경주용 슬릭 타이어를 제공한다. CJ 슈퍼레이스의 GT1 차량의 금호타이어의 슬릭 타이어보다 성능이 우수하단 자체 평가다. 브레이크는 알콘(Alcon)의 6 피스톤 레이싱 켈리퍼와 파지드(Pagid) RST 브레이크 패드로 튜닝했다. 차체 밑의 앞 2곳과 뒤 1군데에서 지지대가 올라오는 3포인트 에어잭 시스템을 적용하였다.
앞바퀴 굴림 차량의 뒷바퀴에 e-LSD가 장착되었다. e-LSD는 2가지 토크 분배 비율의 로직을 제공한다. e-LSD를 강하게 또는 부드럽게 운용할 수 있다. 가혹한 주행 조건에서 앞바퀴에 무게가 많이 실리는 전륜구동차의 앞 타이어는 빨리 닳기 마련이다. 뒷바퀴 구동력을 제어하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잘 사용해야 경기 후반까지 경주를 잘 이끌 수 있다.
 
모든 경기가 그렇듯이 선수의 레이스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원 메이크 레이스답게 운전 실력으로만 경쟁하도록 모든 차량을 세팅해 놓았다.

양산 차와 TCR 경주용 차 사이에 포지셔닝
갈수록 심해지는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에도 불구하고 고성능을 원하는 수요는 여전하다. 이번에 출시한 아반떼 N 컵 레이스카는 WTCR에 출전하는 TCR 레이스카보다 한 수 아랫급이다. 사실상 아마추어 선수나 일반인들이 프로페셔널한 TCR 경주용 차를 비싼 가격에 구매해 혼자서 메인터넌스하고 경주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양산 차보다 강력하고 모터스포츠의 고성능 감성을 더한 라인업을 요구하는 일부 고객들을 대상으로 양산 차와 TCR 레이스카 중간 정도의 가격과 성능으로 아반떼 N 컵 레이스카를 포지셔닝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이번에 생산한 대수는 단 30대뿐이다.

경주용 차이기 때문에 양산 차처럼 차량 번호판이 없다. 서킷에서만 탈 수 있고 일반도로를 달릴 수 없다. 차량 번호판이 없는 커스터머 레이스카를 7000만원(부가세 별도)에 구매하려는 고객은 드물다. 그런데 30대가 사흘 만에 완판되었다. 기존에 현대 N 페스티벌의 레이스에 참여한 아마추어 선수 중 더 수준 높은 클래스에 참여하고픈 선수 15명과 입문형 레이스를 통해 프로 레이스팀의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프로 선수들을 육성하고자 하는 15개의 프로 레이싱팀들이 아반떼 N 컵 레이스카를 주문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아반떼 N 컵 레이스처럼 해외에서도 엘란트라(수출명) N 컵 레이스를 개최하기 위해 글로벌 권역 본부가 노력 중이라고 한다. 어쩌면 포르쉐 카레라 컵이나 페라리 챌린지, 람보르기니 슈퍼트로페오처럼 글로벌 원 메이크 시리즈로 발전해 각국의 챔피언들끼리 ‘왕중왕’ 전을 개최할 날이 올 수도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인터내셔널 모터스포츠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충성도 높은 팬들을 모았고 현대차 N 페스티벌로 꾸준하게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해왔기에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짐작이 어렴풋이 밀려왔다.
 
글 이승용 사진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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