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스포츠카, 현대 아반떼 N

  • 기사입력 2021.12.27 14:5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제는 스포츠카라고 불러도 된다. 문짝 두 개에 출력만 높다고 스포츠가 아니다. 감각 자체가 스포티하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에 난 대학생이었고 현대 제네시스 쿠페를 탔다. 당시 차 바닥은 활발했다. 튜닝도 많이 하고 자동차 모임도 다양했다. 불법으로 드래그 혹은 롤링 레이스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폭스바겐 골프 GTI와 인피니티 G37, BMW M3, 메르세데스 벤츠 C63, 그리고 국산차로는 제네시스 쿠페가 파주 출판단지 휴게소를 점령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이가 훨씬 많았다. 본지에 튜닝카 섹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요즘 튜닝카를 찾기가 힘들다. 랩핑하고 휠 바꾸는 수준이지 차의 퍼포먼스를 건드는 하드코어 튜닝은 거의 없다. 신차들의 완성도가 올라가 튜닝할 필요가 없어진 이유도 있지만 차쟁이들의 의욕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것 같다.

그렇다면 딱 10년 전, 그 시절로 돌아가 현대에서 N을 출시했다면? 이러한 가정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제네시스 쿠페는 좋은 차다. 후륜구동에 수동변속기 조합만으로도 찾는 이가 끊이질 않았다. 지금도 드리프트를 하려면 제네시스 쿠페만 한 차가 없다. 제네시스 쿠페를 약 8년 정도 소유했는데 아쉬운 점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세련된 감성이 없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수동변속기 제네시스 쿠페의 기어노브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면 스포츠카의 절도 대신 보통 차처럼 유격이 있다. 성능과는 별개로 운전자 손에 닿는 감각 자체가 스포츠카가 아니었다. 토요타 86과 마쓰다 MX-5의 변속감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다음으로 마니아들이 환영할 아이템이 부족했다. 브레이크에 브렘보 딱지가 붙어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코너에서 본격적으로 탈 수 있게끔 운전자를 잡아 줄 버킷 시트도 아니었고 스티어링 휠 사이즈도 차체만큼이나 컸다. 마니아들은 차체 사이즈에 민감한데 육중한 덩치는 아쉬울 수밖에···. 휠 베이스도 길어 코너를 둔하게 돌았고 길 때의 정점인 고속안정감은 형편없었다. 댐퍼와 스프링 궁합도 나빠 큰 요철에 엄청난 충격이 캐빈룸으로 전해졌다. 동승석 도어는 닫을 때마다 고장 난 것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는 등, 큰 문제는 없었지만 자잘한 문제가 많았다.
이러한 제네시스 쿠페가 단종되고 현대에서는 이 빈자리를 고성능 디비전 N으로 대체했다. N 중에서 가장 최근에 데뷔한 아반떼 N을 호출했다. 근래 가장 궁금했던 차다. 호평만 즐비하다. 가격보다 더 큰 운전 재미를 준다고 모두들 칭찬 일색이다. 현대 아반떼 N은 출시한 지 몇 달이 흘렀지만 난 타 보지 못했다. 최초(?)의 N이라 할 수 있는 벨로스터 N 수동변속기 모델만 아주 잠깐 몰아 본 정도. 아직 N의 정확한 맛을 느껴 본 적이 없다. 벨로스터를 시작으로 코나를 거쳐 3번째 모델이기에 N이 지향하는 색도 분명 뚜렷할 것이다. N의 시그니처 하늘색 페인트가 발린 아반떼 N이 도착했다. 신형 아반떼 디자인은 여전히 낯선데 과격한 에어로파츠까지 더해지니 국산차 같질 않다. 잘 생기진 않았지만 개성은 확실하다. 디자이너가 무엇을 추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차는 겉모습이 차차 예뻐 보일 것 같으니까.
완벽한 악동 조건

바로 달려보자. 운전석에 앉아 작은 스티어링 휠을 어루만지고 기어노브를 조작해 보니 이제야 현대가 뭘 좀 아는 것 같다.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0kg·m의 힘을 생산하고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린다. 1단 넣고 출발이다. 클러치 스트로크는 살짝 긴 편이며 반클러치 시점이 도드라지지 않아 적응이 좀 필요하다. 기어비가 의외로 타이트하다. 시내 주행에서 변속을 자주 해야 할 정도다. 그나마 클러치가 무겁지 않고 다운 시프트에 레브매칭도 알아서 해주니 정체 구간에서도 그리 피곤하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 차로 출퇴근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막히는 구간을 지나 이제 뻥 뚫린 도로가 나왔다. 2단을 넣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차는 예상대로 쭉쭉 잘 나간다. 출력이 더 필요하지 않다. 고속에서도 지치지 않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파워가 아니라 고속안정감이다. 예전 현대차 특유의 붕붕 뜨는 느낌이 사라졌다. 잘 만들어진 유럽차 특유의 깔리는 느낌은 없지만 불안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댐퍼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한 칸만 조여 놓는 게 국내 도로 사정에 가장 잘 맞았다. 트랙이라면 강하게, 일상 주행에는 약하게, 그리고 스포츠 주행에는 중간으로 세팅하면 된다.

이런 하체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코너를 대시해야 한다. 스티어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전자식 LSD는 코너를 더 공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도와줘 언더스티어 농도가 연하다. 게다가 고의적으로 뒤를 날릴 수 있다. 과거 볼보 S90을 트랙에서 탈 때 이 움직임을 경험했다. 전륜구동이지만 뒷바퀴를 밖으로 빼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후륜구동처럼 카운터 스티어에 가속 페달을 밟아 드리프트를 하면서 나아갈 순 없지만 털고 바로잡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사실 245mm 고성능 타이어를 끼워 그립은 남아돈다. 복합코너에 들어가도 잘 빠져나오며 스티어링 피드백도 솔직하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네시스 쿠페의 것처럼 모노블록이 아닌 슬라이드 타입이지만 제동 성능은 준수하다. 노즈다이브 현상을 잘 잡았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들어가도 열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 트랙에서 타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공도에서는 부족하지 않은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단 하나의 약점이라면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리면 차가 안쪽으로 말리면서 브레이크스티어가 살짝 일어난다. 자세가 무너지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하중이 앞으로 쏠렸을 때 리어 트랙션이 조금 더 확보되어야 한다.
조금만 더 일찍!

너무 아쉽다. 아반떼 N은 정말 재미있고 상품성 높은 차다. 이번 촬영에 귀한 순정 제네시스 쿠페를 불렀다. 이별하고 5년 만에 재회다. 예전에 오래 타서 차의 컨디션은 감안 할 수 있다. 6기통 자연흡기 사운드는 당시에는 몰랐는데 음색이 좋다. 클러치도 이렇게 무거웠나 싶다. 어떻게 이 차로 올림픽대로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지 모르겠다. 기어 조작감은 예전 그대로 헐거우면서 뻑뻑하다. 제네시스 쿠페를 타 본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직진 성능은 배기량이 있기에 아반떼 N과 무난하게 달릴 수 있었다. 후륜이라는 점 외에는 모든 면에서 아반떼 N이 한 단계 위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세월이 지나서가 아니다. 10년 전에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러한 차들이 나왔다. 콤팩트한 차체에 야무진 파워트레인, 그리고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스포츠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차. 일반 소비자들이 손에 닿을 수 있는 그런 차. 앞서 말했지만 제네시스 쿠페도 스포츠카지만 스포츠카 감성이 없다. 단순히 후륜구동에 힘이 센 게 스포츠카가 아니다. 일반인 중에서 드리프트는커녕 파워슬라이드도 자유자재로 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공도에서는 할 수도 없고 뒤 한번 날리자면 트랙을 가야 한다. 우린 단순히 후륜이 재미있다고 어렸을 때부터 세뇌된 것이다. 운전이 재미있고 운전자 손과 발에 닿는 감각이 스포티해야 스포츠카다. 똑똑하게 표현하기에는 내가 내공이 부족하지만 운전이 맛있어야 한다. 제네시스 쿠페는 그냥 살짝 맛만 보여줬다면 아반떼 N은 냄새부터 군침이 돈다.

더 일찍 나왔으면 현대 이미지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남자들이 차에 미쳐 있을 때 미칠 수 있는 매력을 아반떼 N은 가지고 있다. 이제 전기차만 타야 할 때가 오고 있는데 뒤늦게라도 이런 차를 만들어줬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할지, 아님 ‘진작 이렇게 했어야지’라며 한탄해야 할지. 차 하나 타고 옛 생각이 많이 났다. 진짜 좋은 차다. 차 자체만으로는 흠잡을 게 없을 정도다. 가격을 생각하면 아끼지 않고 정성을 다한 것 같다. 이제 경량 FR 로드스터만 만들고 N 브랜드도 전기차로 넘어가면 되겠다.

혼다 시빅 타입 R과의 진검승부를 바라며…

글 | 유일한

아반떼 N은 생각보다 우수한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일반도로에서 이 정도로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일전에 일본의 유명한 레이서, ‘츠치야 케이지’가 등장해 ‘파워인가요? 패들시프트 조작인가요? 아니잖아요. 당신이 운전하십시오. 기어를 직접 변속하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기면서 모든 것을 전부 해 보십시오. 즐거움이 이 차에 들어 있습니다’라고 말했었는데, 아반떼 N이 바로 그가 말하는 그 즐거움을 그대로 갖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탄소 중립’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현대 역시 전기차와 수소차의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 시기에 현대가 의지를 걸고 내놓은 자동차가 바로 아반떼 N이다. 그러니 운전을 좋아한다면, 매일 밤 어딘가를 달리고 싶어서 어쩔 수 없어 하는 의지가 있다면 아반떼 N은 정말 좋은 퍼포먼스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과 변속기를 잡는 순간부터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리라.

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475×1825×1415mm  |  휠베이스  2720mm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8cc  |  최고출력  ​​280ps최대토크  40.0kg·m  |  변속기  6단 수동  |  구동방식  ​​FWD연비  10.7km/ℓ  |  가격  32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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