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향하여, 일본 레이스 연합

  • 기사입력 2021.12.22 09:20
  • 기자명 모터매거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토요타를 비롯, 일본에서 연합체가 꾸려졌다. 그런데 그 연합이 조금 특이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실증이 아니라, 레이스를 통한 극한 상황에서 탄소 중립을 증명하려 한다. 

이 정도로 방대한 규모의 레이스 연합이 꾸려질 수 있는 것일까? 토요타가 ‘수소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로 레이스에 참전한다’고 선언할 때만 해도, 토요타 외에는 새로운 레이스에 도전하는 회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레이스를 진행하는 도중에 조금씩 그 규모가 커지더니, 이제는 레이스를 위한 연합이 꾸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쟁하면서도 때로는 협력한다’는 레이스의 취지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각자가 다른 방법을 갖고 말이다.

또 다른 탄소 중립 연료, 차세대 바이오 디젤
토요타가 수소 엔진을 사용한다고 결정했을 때, 마쓰다는 또 다른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레이스에서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것이 대세였지만, 마쓰다는 이 무대에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엔진을 갖고 나왔다. 바로 1.5ℓ 스카이액티브-D 엔진을 탑재한 데미오로 말이다. 이 차는 엔진보다는 경유에 주목해야 하는데, 일반 경유가 아니라 바이오 디젤을 사용한다. 그것도 차세대 기술로 제작한 ‘친환경 바이오 디젤’이다.

이 디젤은 일본의 바이오 관련 기업인 ‘유글레나’에서 만든 것이다. 집이나 식당 등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식용유와 미세조류를 혼합해 만들며, 자동차의 엔진을 변경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 디젤은 연소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식용유의 원료와 미세조류가 성장 과정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고려하면 결론적으로는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경유를 혼합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바이오 디젤 100%로 구성된다.
단순히 연료만 바꾸면 출력이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연소 프로그램을 조정해 원래 출력을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머플러가 이전보다 가늘어졌는데, 일반적인 경유라면 그을음으로 내부가 검게 변했겠지만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는 레이스카는 그을음도 적고 내부가 검게 변하지 않는다. 마쓰다는 ‘전기차에 미래가 있다’라고 보고 있지만, 전기를 도입하기 어려운 곳에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이와 같은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레이스에 참전하는 것은 실증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바이오매스 합성 연료로 도전하는 레이스
2022년의 슈퍼 타이큐는 이전보다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스바루와 토요타가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탄소 중립 합성 연료’를 사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스바루가 BRZ로, 토요타가 GR86으로 출전하며 레이스 내에서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진행하며 새로운 연료를 시험할 계획이다. 합성 연료는 현재 여러 곳에서 연구 중이며,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소모하므로 ‘내연기관을 유지할 수 있는 키’가 될지도 모른다.
야마하가 만드는 수소 엔진의 미래
토요타에게 있어 야마하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거대한 파트너이다. 토요타가 그동안 출시한 자동차에 야마하의 기술이 골고루 녹아 있으며, 특히 렉서스의 슈퍼카 LFA는 야마하가 다듬은 ‘천사의 울음’으로 유명하다. 그런 두 회사가 수소 시대에도 손을 잡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가 이번에 ‘도요다 아키오’의 입으로 직접 공개되었는데, 현장에는 야마하가 만드는 8기통 수소 엔진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를 달구었다.

이 엔진은 토요타의 제안으로 2018년에 제작된 것인데, 렉서스 LC500에 탑재하는 8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수소 엔진용으로 개량을 가해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55kg·m을 발휘한다. 특이한 것은 배기 방식이 아웃뱅크(배기 매니폴드를 엔진 바깥쪽에서 뽑아내는 것)에서 인뱅크로 바뀌었는데, 그래서 V자 엔진 한가운데에 배기 매니폴드가 자리 잡는다. 당연히 실린더 헤드, 인젝터, 서지 탱크 등 중요한 부품들도 모두 바뀌었다.
그리고 하나 더, 8개의 배기 매니폴드는 상단에서 하나의 관에 모두 집합된다. 집합관 기술이 등장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이렇게까지 만드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미드십 슈퍼카에 탑재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했기에, 수소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관능적인 배기음을 만들 수 있도록 이런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만약 이 엔진을 탑재할 수만 있다면, 배출가스가 거의 없는 친환경 슈퍼카가 그대로 탄생하는 셈이다.

야마하는 이 외에도 다양한 수소 엔진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전동화가 힘든 모터사이클이 중심이 된다. 야마하의 사장, 히다카 요시히로(日髙 祥博)는 이전부터 ‘시티 커뮤터라면 전동화가 비교적 쉽게 가능하겠지만, 고성능 모터사이클은 전동화가 힘들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해왔다. 만약 수소를 사용하고 내연기관을 계속 구동할 수 있다면, 야마하의 문제는 꽤 쉽게 해결된다. 이 연합에는 앞으로 혼다와 스즈키가 합류할 예정이다.
연료도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
수소의 추출 방식이 친환경적이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토요타는 수소 레이스카에 ‘그린 수소’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시의 중부 수처리 센터에서 하수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를 이용, 그린 수소를 생산하며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이 있으며, 일본의 특성을 활용한 지열 발전도 이용하고 있다.

수소 추출은 물론 운반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지금은 수소를 운반하는 트럭에 차세대 바이오 연료를 주입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수소도 ‘소형 연료전지 트럭’으로 운반할 계획이다. 현재 수소를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금속 탱크는 무거워서 운반하는 양에 제한이 있으므로, 앞으로 탱크를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그리고 수소 탱크를 효율적으로 배열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토요타가 레이스에서 기술을 개발한다고 선언했을 때,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첫 도전은 사실상 참패로 끝났다. 총 레이스 시간 24시간 중에서 실질적으로 주행했던 시간은 12시간이 채 안 됐고, 수소 충전과 자동차 수리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첫 도전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출력 20%, 토크 30%의 향상이 있었으며, 수소 충전 시간도 과거의 10분에서 2분 이하로 단축될 예정이다.

게다가 이제는 연합체까지 구성되었으니, 어쩌면 탄소 중립의 새로운 미래가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엔진과 배기음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미래가 말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배터리로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전기차를 구매하겠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지 않은가. 이 연합체가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이게 될지, 그것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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