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전기차 행정명령과 보호무역

  • 기사입력 2021.12.09 17:29
  • 기자명 모터매거진

미국의 대통령, 조 바이든이 전기차를 활성화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645,000대 이상의 미국 정부용 자동차들이 2035년까지 탄소 배출 없는 자동차로 전환된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앞으로 정부용 자동차들은 전기차 또는 수소차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미 연방 운영 전반에 걸쳐 배출량을 줄이고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형태가 된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는 현재 약 200,000 대 정도의 승용차와 47,000 대 정도의 밴, 840 대가 넘는 엠뷸런스, 78,500 대 정도의 트럭을 갖고 있다. 바이든이 서명한 에너지

전환에서 트럭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당장 구매할 만한 전기 트럭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미국 내무부에서 워싱턴과 뉴욕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찰들이 사용하는 모터사이클과 더트 바이크를 모두 전기 모델로 바꾸기로 결정한 상태다.

미국 내에서 연방 정부가 사용하는 자동차들은 매년 약 45억 마일(72억 km)을 주행하며, 4억

갤런(15억 ℓ)의 휘발유를 소모한다. 그리고

약 70억 파운드(31억 kg)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자동차들만 배출가스 없는 자동차로 바꾸어도

꽤 많은 온실가스를 없앨 수 있는 셈이다. 한편, 미국 국토안보부는

곧 구매할 법 집행용 자동차로 포드의 전기차, 머스탱 마하 E를

결정했고, 내년부터 현장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구매

물량은 약 30,000대에 달한다.

대신 전기차 구매에 대한 조건이 까다롭다. 성능이나 배터리 용량으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미국 땅에서 미국인 노동자의 손으로 조립한’ 전기차라는

조건이 붙는다. 그래서 현대차도 이 시장을 노리고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려 했지만, 여기에 또 다른 조건이 붙을 예정이다. 미국 하원에서 ‘미국 자동차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생산해야만 추가 세제혜택을 줄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회사에 제동이 걸렸다.

그 외에도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전기차 회사들이 감당하기 힘들다. 일례로 GM에서 판매하는 쉐보레 볼트 EV는 분명히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모터와 배터리는 인천 공장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보내진다. 그래서인지 최근 GM은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과 정부라는 큰 소비자를 바라봐야 하는 GM으로써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바이든의 보호무역

바이든이 처음에 ‘미국 땅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생산한 전기차’라는 조건만 달았을 때, 폭스바겐의 CEO는 즉시 트위터를 통해 ‘폭스바겐의 전기차는 미국 땅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조립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미국 관용차 시장이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역시 전기차 ‘아이오닉 5’의 미국 생산을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로 말이다. 그의 한 마디 만으로도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들썩였고, 잇달아 미국 투자 또는 생산을 고려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은 추가된 조건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회사가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3사’정도로 압축되면서 다른 회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다른 회사에는 자동차 노조가 없기 때문이다. 가끔씩

‘한국의 자동차 노조는 너무 강성이니 미국으로 이전하라’라는

의견을 듣곤 하는데, 필자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들어 미국을 제대로 보라’고 말하곤 한다. 미국 자동차노조(UAW)는 회사를 넘어 의원들이 의견을 바꾸도록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한 때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를

앞세우며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친 적이 있었는데, 현재 바이든은 그 때보다 더 절묘하게 강력해진 장벽을

자동차 업계에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폭스바겐과 현대차 등 주요 자동차 회사의 임원들이 반대 성명을

내고 상원 의원에게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하는데, 트럼프 때의 전례를 생각해 보면 항의

서한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에 아무렇지도 않게 압력을 넣어 그 비싼 미국 땅에 공장을 짓게 하고(텍사스

주에서 싼 값으로 임대해주기는 했다) 높은 임금을 받는 미국 노동자들을 고용하도록 만든 그 바이든이다. LG 에너지솔루션과 SK 이노베이션의 지루한 배터리 관련 공방전을

말 한마디로 끝내 버린 그 바이든이다. 그 서슬퍼런 바이든의 보호무역 앞에서 현대차가 미국 공장에 노조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관용차 시장을 포기하고 일반 판매만 진행할지, 그

답은 정의선만이 쥐고 있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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