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GT 시리즈 트랙데이

  • 기사입력 2021.12.08 00:35
  • 기자명 모터매거진

그냥 포르쉐가 아닌 GT 배지가 박힌 모델들이 인제에 모였다. 드디어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는 718 GT4, 슈퍼 SUV 왕관을 되찾은 카이엔 터보 GT, 그리고 슈퍼스타 911 GT3까지. 조만간 공도에서 타 보기 전에 트랙에서 먼저 만났다. 이 녀석들은 트랙이 가장 잘 어울리니까. 
718 GT4
최고의 트랙 히어로다. 이전 세대인 981 GT4는 수동변속기만 달렸지만 718 GT4에서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수동 마니아들은 아쉽겠지만 국내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듀얼 클러치 모델만 들어온다. 여하튼 트랙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재미있게 탈 수 있는 모델이다. 718 GT4의 베이스인 카이맨은 미드십으로 911보다 무게 밸런스가 좋다. 집안의 얼굴을 이기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니 항상 카이맨은 911보다 약한 파워트레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718 GT4는 포르쉐가 마니아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형의 눈치를 보지 않고(살짝 보긴 했다) 튜닝했다.

먼저 엔진은 수평대향 6기통 4.0ℓ 엔진이다. 911 GT3에 들어가는 엔진과 레이아웃과 배기량은 같지만 엄연히 출신이 다르다. 지금 카레라에 달리는 3.0ℓ 터보 엔진으로 만들었다. 터빈은 떼고 배기량은 키웠다. 911 GT3처럼 9000rpm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8000rpm까지 돌릴 수 있는 자연흡기 엔진이다. 근래에 보기 힘든 귀한 이 유닛 최고출력 428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파워를 생산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9초다. 수동 변속기 대신 PDK를 장착하면서 3초대로 진입했다. 최고시속은 302km에 달한다.

이 차는 숫자로 이야기할 수 없다. 느껴야 한다. 노란색 페인트가 잘 어울리는 718 GT4를 타고 트랙에 들어왔다. 코스를 진입하면서부터 기분이 좋다.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앞바퀴, 그 과정 속에 유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묵직한 것 같으면서도 경쾌하다. 묘한 기분을 안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차가 1.5t이 채 되지 않는데 400마력이 넘다 보니 가속력은 시원하다. 자연흡기 특유의 리니어한 토크감이 일품이다. 크랭크 샤프트가 얼마나 가볍게 도는지 어느 회전수에서도 엔진 리스폰스가 살아있다. 또한, 911보다 밸런스에 이점이 있어 코너링이 쉽다. 더 높은 속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코너링 성향은 완벽한 뉴트럴스티어다. 타이어 온도에 상관없이 일정한 곡선을 그린다. 트랙 한 바퀴만 타보더라도 왜 이 차가 해외 트랙 데이에 그렇게 많은지를 알 수 있다. 운전 조금 할 줄 아는 아마추어 드라이버에게 가장 적합한 장난감이다.
CAYENNE TURBO GT
카이엔에 터보가 붙고 거기에 또 S가 붙으면 경쟁자가 없었다. 이제 많은 브랜드들이 600마력이 넘는 SUV를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보니 카이엔이 확실한 서열정리를 하려 한다. 터보 배지 뒤에 S가 아닌 GT를 붙였다. 포르쉐에서 GT 레터링은 S보다 강력하다. 외모에서부터 그 강력한 포스가 느껴진다. 노멀 모델과 큰 차이는 없지만 차체가 살짝 낮다 보니 전투적으로 보인다. 더 빠르게 코너를 돌기 위해 캠버를 -0.45° 주고 더 많은 다운포스를 위해 리어 스포일러는 25mm 넓어졌다. 머플러 커터는 GT 모델답게 중앙으로 모아놨다.
뉘르부르크링 SUV 부분 최고 기록(7분 38.9초)을 세운 모델이다. V8 4.0ℓ 엔진에 터빈 두 발을 달아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kg∙m의 파워를 네 바퀴로 전달한다. 0→시속 100km는 단 3.3초이며 최고시속은 300km. SUV는 트랙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편견을 깬다. 악명 높은 뉘르부르크링에서 잘 달리는 것을 증명했으니 사실 타보지 않아도 이 인제스피디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 예상했다. 약간의 반전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달린다. 직선 주로에서 말도 안 되는 가속력은 물론 코너에서 중력을 무시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무겁고 차고도 높지만 스포츠카처럼 코너를 탄다. 거짓말 같겠지만 사실이다. 보통 고성능 SUV가 잘 달려봤자 스포츠 세단 수준이었는데 이 녀석은 스포츠카처럼 돌아나간다. 공차중량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순발력이 좋고 좌우 롤링을 기가 막히게 억제했다. 분명 승차감이 좋고 댐퍼 스트로크가 그리 짧지 않은 것 같은데 뒤뚱거리지 않는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출력과 섀시를 다루기에 충분하다. 과감하게 달리다가 코너를 만나도 재빨리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었다. 조금 늦은 타임에 들어가도 가뿐하게 속도를 눌러준다. SUV도 포르쉐가 만들면 트랙에서 제대로 놀 수 있다.

911 GT3오늘의 하이라이트다. 911의 수많은 라인업이 있지만 가장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모델이 바로 GT3다. 매끈한 보디 카레라에 과격한 에어로파츠로 무장했다. 프런트 범퍼의 공기흡입구는 큼지막하게 뚫고 후드로 이어지는 터널까지 마련했다. 이 경로로 인해 앞이 가벼운 911의 약점을 공기만을 이용해 보완했다. 레이싱 DNA를 보여주는 센터 록 휠, 그리고 GT3의 상징인 리어 스포일러는 스완 넥 타입으로 장착되었다.

리어 액슬 뒤로 여전히 9000rpm까지 당길 수 있는 파워 유닛이 달렸다. 6기통 4.0ℓ 박서 엔진은 과급기 도움 없이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48.0kg∙m의 힘을 생산하며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주파하는데 3.4초만이 필요하고 최고시속은 318km다. 공차중량은 1475kg으로 가볍다. 이렇게 가볍고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고 뒤가 무거운 핸디캡은 공기역학으로 풀어낸 911 GT3를 맛만 봤다.
오랜만에 태코미터 바늘을 9까지 닿아봤다. 페라리의 9000rpm과 결은 살짝 다르지만 소름 돋는 것은 같다. 엔진 회전이 얼마나 매끄럽고 빠른지 방심하면 변속 타임을 놓치기 일쑤였다. 나름 9000rpm에서 변속해야지 마음먹고 있더라도 퓨얼컷에 걸렸다. 911 GT3의 파워트레인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허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레이스카에서 가져온 엔진 블록은 내구성을 보장해 줄 것이며 파워와 감성 뭐 하나 놓친 게 없다. 하이톤의 배기 사운드는 왜 우리가 그토록 자연흡기 엔진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 엔진 하나만 보고 사도 되는 911 GT3다.
 
글 | 안진욱 사진 | 포르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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