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위한 퓨어 스포츠카 대결! 토요타 GR 수프라 VS 포르쉐 718 박스터 4.0

  • 기사입력 2021.12.06 21:2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토요타 수프라의 개발 비화는 필자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자동차 뒤에 숨겨져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도 재미있지만, 그들이 목표로 하는 자동차가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의 목표이자 넘어야 할 산이었던 그 자동차, 포르쉐 718 박스터를 무대로 불러냈다. 잔인한 현실이 아닌 재미로 봐주길 바란다.
글 | 편집부  사진 | 최재혁

PROLOGUE
감히 누가 포르쉐에 도전할 수 있을까? 적어도 역동적인 성능을 논한다면, 슈퍼카와 직접 대결해도 되는 브랜드가 바로 포르쉐다. 그래서 그 성능과 움직임은 모든 이들의 부러움이 되었고,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필코 넘기를 바라는 산이 되었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이 ‘포르쉐를 넘는 것’을 목표로 다듬어졌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지금도 스포츠카를 개발할 때, 수많은 포르쉐의 모델들이 각 제조사의 비밀 연구소에서 분석과 분해를 거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타도 포르쉐를 목표로 태어난 스포츠카 중에 토요타 GR 수프라도 있다. 수프라를 개발한 치프 엔지니어, 타다 테츠야(多田哲哉)는 ‘고전적인 퓨어 스포츠’를 만드는 데 강하게 집착했다. 협상을 시작한 이후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 마음에 BMW가 응답해, “퓨어 스포츠카를 함께 만들자”는 대답을 받아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스포츠카를 목표로 할 것인가’를 정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의외로 쉽게 결정됐다.

퓨어 스포츠카를 개발할 당시부터 BMW는 컨버터블을, 토요타는 쿠페를 만들기로 정해져 있었다.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쿠페와 컨버터블 모델이 모두 존재하며, 모두가 인정하는 스포츠카가 가까이에 있다. 그것이 바로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당시에는 718이라는 이름은 없었다)이다. 박스터는 미드십 모델이지만, 수프라는 엔진을 앞에 두는 후륜구동 모델로서 박스터의 성능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스포츠카가 되고자 했다.

여기까지 듣고 나니, 토요타 GR 수프라의 진정한 라이벌이 포르쉐 718 박스터로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수프라는 쿠페 모델인데 왜 카이맨과 비교하지 않냐고? 수프라와 그나마 공정한(?) 대결을 하려면 지붕으로 보강되는 강성 정도는 양보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다. 무대에 오른 박스터의 엔진 배기량이 좀 높긴 하지만, 자연흡기 대 터보차저의 대결이라고 생각하면 은근슬쩍 넘어가 줄 수 있을 정도의 차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결을 벌여보자.
# EXTERIOR
글 | 안진욱
사나이 가슴 속에는 2시트 스포츠카의 로망이 있다. 여기에 강력한 6기통 엔진이 달리면 금상첨화다. 이번 매치에 근사한 스포츠카 2대가 초대되었다. 헐크 색상의 포르쉐 박스터 GTS 4.0과 새빨간 토요타 GR 수프라가 트랙에 떴다. 역시 스포츠카에는 원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 두 대가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둘 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이지만 결은 다르다. 박스터는 담백한 멋이 나고 수프라는 화려한 패션을 자랑한다. 먼저 박스터의 외관을 둘러보자.

마을버스와 새마을 운동이 연상되는 이 컬러를 소화하는 차가 몇이나 있을까? 매끈한 보디 라인에 이 그린 컬러가 발린 박스터는 세련된 느낌마저 준다. 시승차는 4.0 GTS 모델이기에 스포티한 보디 키트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노멀 모델 대비 강해 보이고 돈을 쓴 흔적이 은은하게 남는다. 포르쉐 시그니처 아이템인 4발짜리 주간주행등은 멀리서 달려올 때 더욱 빛난다. 특히 밤에도 쉽게 포르쉐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 좋다. 내가 포르쉐를 타는 것을 도로 위의 수많은 운전자들이 알아주는 것은 중요하니까.
실루엣은 전형적인 미드십 로드스터다. 콕핏은 정확하게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중앙에 위치해 있다. 718 스파이더 사진을 보고 나서인지 롤바 뒤 트렁크 라인이 밋밋해 보이지만 루프를 열었을 때는 그나마 괜찮다. 톱은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롤바와 트렁크 사이에 포개어 놓는다. 정리정돈 실력이 수준급이라 깔끔해 보이고 접히는 과정이 거창하지 않아 개폐 작동 속도도 빠르다. 또한 캔버스 재질을 사용했을 때의 이점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루프 색상을 레드, 네이비, 브라운, 그리고 블랙 중에서 고를 수 있고 이를 차체 색상과 매칭하는 재미가 있다. 화이트 차체에 레드 톱이 가장 인기 있는 조합이다.
리어는 날렵하게 수렴하는 형태이며 작은 스포일러가 숨어 있다. 버튼으로 직접 활성화를 시킬 수도 있고 고속으로 가면 자동으로 올라간다. 얼마나 다운포스를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포르쉐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다는 파츠는 없다는 게 내 신조이다. 범퍼 하단에도 소극적인 디퓨저가 있는데 이 역시 제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머플러 커터는 노멀 박스터와 다르다. 박스터는 머플러 커터가 센터에 두는데 4.0 모델은 2발이 간격을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타입이 차체가 더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는 거 같아 마음에 든다.
이제 토요타 수프라를 둘러볼 시간이다. 일본의 머슬카 같다. 패널의 굴곡이 장난 아니다. 일본차는 대게 점잖아 보이지만 때로는 이처럼 과한 것을 넘어 과격하게 외관을 완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 수프라가 지금 양산되고 있는 일본차 중에서 가장 파워풀한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보면 체구가 그리 크진 않지만 근육질에 다부져 보인다. 얼굴은 잘 달리게 생겼다. 프런트 범퍼는 번호판을 달기 애매할 정도로 날을 세웠다. 번호판을 달면 잘생긴 얼굴을 가리는 것이 아쉽다. 가능하다면 가로로 긴 번호판보다는 이전에 사용하던 사이즈의 번호판을 장착하는 게 그나마 나을 것이다.

차를 세워 놓고 옆에서 바라보면 시트가 리어 액슬에 바짝 붙어 있다. 롱노즈 숏데크 타입이며 뚜껑만 없다면 완벽한 로드스터 실루엣이다. 엔진은 캐빈룸 쪽으로 최대한 밀어 놔 본격적인 FMR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레이아웃이다. 보통 이러한 구조를 가진 스포츠카는 예민하고 다루기 어렵다. 무게 배분이 앞뒤 50:50이 되면 언더스티어 성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보통의 운전자들은 오버스어처럼 느껴지는 뉴트럴스티어로 당황하게 한다. 여하튼 수프라는 휠베이스도 짧기 때문에 옆모습만 봐도 보통내기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엉덩이는 빵빵하다. 과거 4세대 모델에서도 빵빵한 엉덩이가 매력이었는데 5세대로 넘어오면서 그 매력을 이었다. 트렁크 리드는 리어 립 스포일러가 달린 것처럼 접어 올려 미적 지수와 다운포스 모두 올렸다. 하이라이트는 범퍼 하단이다. 공격적으로 생긴 디퓨저도 일품이지만 중앙에 달린 후진등과 후방안개등 역할을 하는 라이트가 마니아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F1 머신에서 보던 파츠이기에 불이 켜지면 전투적으로 보인다.
외관의 승자는 무승부다. 포르쉐는 포르쉐 배지를 떼고 봐도 훌륭한 디자인이다. 미드십 로드스터에서 루프 라인이 어색한지 아닌지가 미의 기준이다. 박스터는 옆태가 어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그리고 수프라는 과격한 디자인을 선보였을 때 갈리는 호불호가 적다. 무슨 말인가 하면 누가 봐도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 INTERIOR
글 | 조현규
우선 토요타 GR 수프라의 실내부터 살펴보자. 첫인상은 단순하고 깔끔하다. 에어 벤트를 중심으로 위아래를 뚜렷하게 구분하며 가로선을 중시하는 형태다. 수프라가 BMW Z4와 공유하는 영역이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부분이다. 각종 버튼과 다이얼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심지어 버튼의 불빛마저도 BMW의 주황색 컬러를 그대로 사용했다. 심지어는 스마트키 역시 BMW의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신차의 느낌은 전해지지 않아서 심심함이 있다.

대신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요소는 꼼꼼하게 챙겼다. 운전석을 두르고 있는 빨간 가죽은 오로지 운전자에게 모든 것이 맞춰진 디테일이다. 알칸타라 소재가 적용된 세미 버킷 시트와 카본 파츠가 눈에 띄는 센터 콘솔, 그리고 그 콘솔을 감싸는 무릎패드는 격렬한 코너링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횡G로부터 지켜낼 수 있어 마음에 드는 포인트다.
계기판은 8.8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대신 중앙에 배치된 RPM 게이지의 숫자가 있는 부분은 별도의 플라스틱이다. 또한 유량계와 온도계가 좌우에 배치되어 있으며 이들이 조합된 특유의 형태가 마치 게임 혹은 사이버포뮬러에서나 나올법한 개성 있는 디자인이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형태로 림에는 살짝 각이 져 있어 손으로 움켜쥐는 감각이 독특하다.
다음은 포르쉐 박스터의 차례다. 우선 수프라에 비교해서 몸값의 차이가 제법 나는 녀석답게 겉보기에도 화려하다. 다만, 아날로그의 감성이 가득하다. 많은 부분이 터치로 바뀌고 있는 요즘 시대에 박스터는 물리적인 버튼들로 인테리어를 채우고 있다. 등장한 지 시간이 꽤 지난 모델이기에 어쩔 수 없다. 특히 세 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도 그렇다. 우측 계기판의 자그마한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아날로그 계기판 특유의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아날로그 감성의 정점을 찍는 것은 대시보드의 크로노 그래프다. 포르쉐의 상징과도 같은 이 물건이 있어야 인테리어가 완성된다.
대신 실내 곳곳의 촉감이 좋다. 시트를 감싸는 알칸타라 소재와 스티어링 휠 위아래를 장식하는 카본 소재 덕분이다. 또한 기어 노브의 차가운 메탈의 느낌도 기계적인 무언가를 조작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전자식 기어인 수프라와 다르게 ‘철컥’하는 그 감성이 무척 반갑다.
시트가 몸을 잡아주는 능력은 수프라에 비하면 조금 아쉽다. 대신 지붕을 열 수 있는 덕분에 우수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수프라는 실내가 갑갑한 경향이 있다. 전방 시야도 제한적인 편인데 오히려 제대로 달리기 시작하면 몰입감이 훨씬 커져서 재미있는 요소다. 시트 포지션은 포르쉐가 한 뼘 정도 더 낮은 편이다. 낮은 시트 포지션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겐 수프라의 다소 높은 포지션이 조금은 아쉬울 것 같지만 대신 승하차는 수프라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트렁크의 공간은 수프라의 승리다. 수프라는 290ℓ의 용량을 확보했고, 박스터는 후드 아래에 150ℓ의 공간을 마련했다. 게다가 수프라는 캐빈룸까지 트렁크 공간이 이어져 있어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짐을 싣기에도 부담이 적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두 차의 인테리어 방향성은 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각각 지향하는 바를 충실히 달성했다. 특히 수프라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운전자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격렬한 주행에도 방해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재의 투박함을 조금 용서할 수 있다면 불만 없이 오래도록 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박스터가 더 고급스럽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가격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실내의 소재와 디테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결론을 내리기 정말 어렵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독자들의 마음에 달려있다.
# PERFORMANCE
글 | 유일한
두 대가 서로 다른 영역을 보여줄 것은 분명하다. 자연흡기와 터보차저의 대결, 엔진을 차체 중앙에 두는 미드십과 엔진을 앞에 두는 뒷바퀴 굴림 방식의 대결, 과연 어느 쪽이 극명하게 높은 성능을 보여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성능을 제대로 이끌어내 줄 사람이 없었다. 평소에 드라이빙 스쿨을 다니면서 드리프트를 마스터할 정도로 운전 실력을 올렸지만, 제대로 된 대결을 하려면 역시 프로 레이서를 불러와야 했던 것 같다.

수프라는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현했는데, 치프 엔지니어는 ‘소리를 즐기는 퓨어 스포츠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토요타가 직접 엔진을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출시가 늦어지고 소음 규제가 심해져 퓨어 스포츠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목표대로 2020년 이전에 수프라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BMW의 엔진을 사용하는 것밖에 없었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그 회상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제법 크게 그리고 웅장하게 깔리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자연스럽게 운전자에게 달릴 것을 요구한다. 각 나라의 소음 규제에 맞춰 머플러도 별도로 만들 정도로 소리 그리고 감성에 큰 신경을 썼다. 그리고 기어를 넣고 오른발에 힘을 주는 순간부터 정말 부드럽게 회전하는 엔진이 큰 감동을 준다. 출력과 토크를 아주 매끄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가속과 감속에서는 큰 만족이 이어진다. 특히 2470mm라는 짧은 휠베이스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속 200km를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직진 안정성에 의심은 전혀 가지 않는다. 이것은 수프라가 특별히 신경을 쓴 ‘스포츠카의 황금 비율’인데, 휠베이스와 넓이 간의 비율이 1.55로 맞춰졌다고 한다. 덧붙여서 비율이 우수하다는 포르쉐 911의 비율이 1.54이다. 그만큼 직진과 코너링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스티어링을 가볍게 돌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코너를 뛰어들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여한 서킷의 제약으로 인해 자세 제어 장치를 모두 끄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어 장치를 껐다 해도 성능을 모두 끌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토요타는 86으로 실력을 쌓고 그다음에 수프라로 넘어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니까 86으로 자동차의 미끄러짐과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운전 능력을 올린 뒤 수프라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프라를 운전하려면,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겁내지 않아야 하고 그 한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소 미끄러지더라도 그립을 회복하는 시점을 파악해 그곳까지 오른발에서 힘을 풀지 않고, 웃으면서 달리는 강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인데, 미끄러지는 시점도 제대로 파악 못 해서 코너에서 허둥대고 있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허나 발끝에서 느껴지는 막강한 토크와 회전 질감만으로도 행복과 잠재력이 느껴진다.
이제 박스터의 차례다. 자연흡기 엔진이라고 하면 회전시킬 때 날카롭게 뻗어 나가는 음색이 특징일 터인데, 시동을 걸고 나니 이상하게 먹먹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높은 음색이긴 한데, 수프라의 음색을 듣다가 와 보니 작게 느껴진다. 수프라가 자존심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2020년 이전 출시’를 외친 이유를 이제서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배기음 역시 아쉬움이 그득하다. 뭐 이 정도의 배기음도 크다고 귀를 막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평소처럼 오른발에 살짝 힘을 주었다가 꽤 놀랬다. 생각만큼 바퀴를 굴리는 힘이 나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터보차저 엔진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회전을 올리고 힘을 이끌어내는 게 어색해져 버렸다. 이곳은 서킷이니 마음껏 고회전 영역까지 돌려봐도 된다. 그 시점에서는 정말 충실하게 힘을 바퀴에 전달해 준다. 그것도 손실이 거의 없게, 안정적으로 말이다. 뒷바퀴에서 엉덩이로, 모든 것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실력은 별로 좋지 않지만, 코너에 꽤 자신 있게 뛰어들 수 있다. 아마도 이 박스터의 한계 성능까지는 다가가 보지도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제법 고속으로 돌면서 타이어에서 약간의 스키드 음도 나고 있는데, 스티어링을 잡고 있는 손은 평온하다. 코너를 하나하나 극복할 때마다 차체의 움직임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넘어가는 감각도, 박스터가 조금 더 자연스럽다. 아마도 미드십이라는 구조가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이 차의 진정한 성능을 이끌어내려면 프로 레이서가 운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 서툰 운전자라도 이 차의 성능 반절 정도는 쉽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전자 장비의 개입은 있지만, 그 개입 정도를 절묘하게 맞췄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운전 실력이 올라갔다’고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만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페이드가 쉽게 오지 않는 믿음직스러운 브레이크와 타이어가 있으니 말이다.
CONCLUSION
AHN’S COMMENT
두 대 모두 운동성능에 있어서는 톱 클래스다. 급격한 코너가 많은 트랙에서 요리조리 빠져나오는 실력은 감동이다. 엔진 배치의 차이가 있고 자연흡기와 터보 엔진으로 토크 밴드 특성이 다르다. 공도에서는 둘 다 쉽게 그리고 시원하게 잘 달리지만 트랙에서는 박스터를 다루기가 훨씬 수월했다. 보디 강성이 약한 로드스터라지만 완벽한 하체 세팅으로 운전자를 안심시켰다. 반면 수프라는 아마추어 드라이버에게는 어려운 차다. 그립 주행보다는 뒤를 날리며 타게끔 섀시가 조율되어 있다. 끈적한 그립 주행을 원하는 이는 박스터를 좋아할 것이고 리어 타이어를 태우며 무아지경의 스티어링을 즐긴다면 수프라를 탐낼 것이다.
JO’S COMMENT
어쩌면 이번 대결은 정말 무모했다. 명분이야 어찌 됐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4500만원이라는 가격의 차이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수프라는 그 벽을 오르고 있다. 운전의 재미는 단순히 수치로 표현할 수 없으며 사람의 성향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다르다. 운전자의 요구에 나긋나긋 반응해주는 차가 있는 반면, 운전자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차가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길 바란다면 박스터를 선택하면 될 것이고, 내 운전 스킬을 늘리며 다루기 어려운 녀석을 통제해보고픈 욕망이 있다면 수프라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고갯길에서 코너를 정복할 때 뒤를 날리며 멋있게 탈출하고 싶은가, 끈덕지게 바닥에 붙어서 달려 나가고 싶은가? 이번 대결의 승자는 당신이 원하는 멋진 그림에 달려있다.
YU’S COMMENT
전기모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 얼마 남지 않은 ‘퓨어 스포츠’ 모델들이 대결을 펼쳤다. 누구든 다루기 쉬운 스포츠카를 목표로 하는 포르쉐 718 박스터와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 있게 운전할 수 있는 토요타 GR 수프라. 특성은 극명하게 나뉘고, 이에 따라 선택하는 사람들이 갈릴 것이다.
과거보다는 가격이 저렴해진 것 같지만, 포르쉐는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사람들의 선망이 되어 있다. 반면 토요타는 그래도 손에 닿을 것 같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수프라의 치프 엔지니어가 “토요타가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꿈에 닿기 위함입니다. 만약 수프라가 1000만 엔(약 1억350만원)을 넘어간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겠지요”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SPECIFICATION _ TOYOTA GR SUPRA
길이×너비×높이  4380×1855×1305mm  |  휠베이스 2470mm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98cc  |  최고출력  387ps
최대토크  51.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RWD
연비  10.2km/ℓ​  |  가격  7568만원
SPECIFICATION _ PORSCHE 718 BOXTER 4.0
길이×너비×높이  4390×1800×1275mm  |  휠베이스 2475mm
엔진형식  F6, 가솔린  |  배기량  3995cc  |  최고출력  407ps
최대토크  43.9kg·m  |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RWD
연비  8.4km/ℓ​  |  가격  1억21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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