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8 GT라인 & 시트로엥 C4 칵투스

  • 기사입력 2017.02.28 16:30
  • 최종수정 2020.09.01 19:18
  • 기자명 모터매거진

푸조 208 GT라인 & 시트로엥 C4 칵투스

울랄라 시스터즈

프랑스에서 온 어여쁜 아가씨 둘이 있다. 컴팩트 해치백 푸조 208 GT라인과 도심형 SUV를 표방하는 시트로엥의 C4 칵투스다. 같은 플랫폼에서 태어나 같은 엔진을 품었 지만, 개성과 매력이 제각각인 두 차는 실용성과 패션카의 경계에 있었다.

글 | 이재현 사진 | 임근재

닮은 모델도 없고, 전에 없던 독특한 생김새로 지난해 여름 수입 소형 SUV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시트로엥 칵투스. 엄지를 치켜든 이모티콘 옆에 선 칵투스 광고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광고 문구는 간략했다.

‘나이스 칵투스.’ 특히 10종에 이르는 색상 중에서 다른 차는 엄두도 못 낼 화려한 색도 고를 수 있다. 광고나 과감한 색상만으로도 톡톡 튀는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를 공략하고자 한국 땅을 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역시 지난해 국내에 선을 보인 푸조 208 GT라인. 칵투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왔지만 그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국내 컴팩트 해치백 시장이 그리 넓지 않고, 칵투스만큼 깜짝 놀랄만한 생김새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8 GT라인은 곳곳에 놀랄만한 매력을 꼭꼭 숨겨놓았다. 자그마한 크기로 부담은 줄이고, 동시에 운전하는 재미까지 기대하는 소비자에게 208 GT라인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두 차는 3000만원 이하로 살 수 있는 흔치 않은 수입차다.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일본, 미국도 아닌 프랑스차이기 때문에 그들과는 조금 다른 감성을 지녔다. 색다른 면모를 지닌 두 차를 만난다.

PEUGEOT 208 GT LINE

세련된 파리 아가씨

하필이면 빨간색이다. 그것도 은은한 빨강이 아니라 새초롬한 빨강이다. 역동적인 느낌을 살린 GT라인답게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곳곳에 빨간 선을 그었다. 이렇게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차가 있다니. 스포츠카의 강렬한 빨간색과는 또 조금 다른 느낌이다.

붉은 선을 그어 강렬한 앞모습을 연출한 프런트 그릴

성난 경주마 같은 스포츠카의 그것과 달리, 세련된 붉은 트렌치 코트를 멋스럽게 걸친 자그마한 파리 아가씨 같은 자태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치 귀여운 체구여도, 저 코트 안에 반전 있는 볼륨을 꽁꽁 감추고 있을 것만 같다.

귀여운 글래머

테일램프는 절정에 다다른 여인이 끌어안은 사내의 등을 세차게 할퀸 듯한 세 줄의 LED로 장식했다. 전보다 굵고 또렷해 시원시원하다. “이걸로 해”라며 모텔비쯤은 자기가 계산하는 여자처럼 거침없고 쿨하게 다듬었다.

시원하고 역동적으로 디자인해 스포티함을 더하는 리어램프

경쟁차인 폭스바겐 폴로가 조금 각진 모양이라면, 208 GT라인은 부드러운 곡선이 차의 윤곽을 그린다. 보닛에 푸조 엠블럼을 감아 도는 선은 심심함을 달래고, 루프 라인을 지나 뒷유리까지 이어지는 곡선은 샤워 커튼에 비친 벗은 여자의 실루엣처럼 매끄럽다.

스포츠카처럼 강렬하게 꾸민 인테리어

해치가 열리는 라인은 양옆을 웃는 입꼬리처럼 올려 리어 범퍼가 더욱 풍만해 보인다. 덕분에 엉덩이가 하늘로 승천할 것처럼 ‘힙 업’됐다. 17인치 알로이 휠은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3를 신었다. 트랜치코트를 입었지만 불편한 하이힐이 아니라 밑창 탄탄한 운동화로 코디한 셈. 타이어를 보니 208 GT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저 순진한 여자 아니에요.”

차 크기에 비해 생각보다 여유로운 2열 시트

차에 오르면 작정하고 꾸민 듯한 빨간색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도어 손잡이, 안전벨트의 가운데는 빨간 선이 가로지른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는 멋스럽게 빨간 스티치를 남겼다.

옆구리와 허벅지 옆을 감싸는 세미 버킷시트는 처음에는 조금 좁게 느껴지지만 금세 적응할 만한 수준이다. 차 크기를 생각한다면 ‘펑퍼짐한 시트보다 역시 이 시트가 어울렸겠다’는 생각도 든다.

푸조는 전 모델인 207에서 208로 넘어올 때도 길이, 너비, 높이를 모두 줄였음에도 2540mm의 휠베이스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차 크기를 생각하면 낙낙한 휠베이스다. 폭스바겐 폴로보다 70mm 긴 수치다. 덕분에 소형 해치백이지만 내부 공간이 편견처럼 좁지는 않다.

311ℓ의 트렁크 용량

208 GT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스티어링 휠이다. 코트 안에 숨긴 몸매는 역시 글래머일 것이라는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 가운데 혼 버튼이 도톰해 자꾸만 만지고 싶다. D컷으로 모양을 잡은 스티어링 휠의 지름은 겨우 35cm로 요리조리 돌릴 맛이 난다.

게다가 이만한 차에서는 보기 힘든 패들시프트까지 있어서 왼쪽과 오른쪽 손가락을 기타 치듯 당기는 재미도 있다. 다만 스티어링 컬럼에 패들시프트를 달아 코너를 돌다가 변속을 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일부 스포츠카도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한편 작은 스티어링 휠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푸조는 영리한 방법으로 풀었다. 대시보드 위로 계기판을 끌어올려 스티어링 휠이 이를 가리지 않게 한 것. 솟아오른 계기판은 운전자의 눈높이에도 맞아 정면을 주시하면서도 보기 편하다. 시트 포지션이 낮지 않아 계기판이 정면 시야를 방해할 염려도 없다.

99마력의 재발견

푸조 208 GT라인은 직렬 4기통 1.6ℓ 디젤 엔진과 수동을 기반으로 한 6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어 앞바퀴를 굴린다. 마치 100마력을 넘기면 컴팩트 해치백이 아니라고 시위라도 하듯 최고출력은 절묘하게 99마력이고, 최대토크는 25.9kg·m다.

1750rpm에서 일찌감치 최대토크에 도달해 도심에서도 손쉽게 치고 나간다. 최고출력 99마력은 비교적 허약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작은 숙녀를 몰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여기에 더하여 장난감 같은 스티어링 휠과 야무진 핸들링은 운전하는 재미를 보장한다.

속도를 고려한 스티어링의 무게감 변화도 매우 이상적이다. 저속에선 스티어링이 카페오레처럼 가볍다가, 고속에선 에소프레소처럼 무겁다. 특히 주행하다가 스티어링 휠을 갑자기 돌리고 손을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도가 다른 차에 비해 유난히 빠르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바퀴가 매우 빨리 중립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돌로 된 길이 많아 울퉁불퉁한 프랑스 도로 사정을 고려해 안정적으로 주행하도록 튜닝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고속으로 속도계 바늘을 올려 봐도 주행감이 제법 안정적이다. 기대 이상으로 믿음직하다. 다만 더 치고 나가려 변속하는 찰나에 물귀신이 잡아끄는 느낌이다.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의 특징이라고 인정하고 넘어가기엔, 잠시 동력을 잃는 동안의 공백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푸조 208 GT라인의 특징은 분명했다. 이도 저도 아닌 차가 아니라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차다. 수입차 중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가격이고 패션카로도 손색없다. 가끔은 ‘이때다 싶으면 머리 푸는 여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멋을 아는 파리 여자 같은 차를 원한다면, 멋을 아는 푸조 208 GT라인이 있다.

CITROËN C4 CACTUS

프로방스의 수줍은 여인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지방에 자리한 아를. 유난히 좋은 햇볕 때문에 캔버스에 빛을 담고자 했던 화가 고흐가 머무르기도 했던 곳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과는 거리가 먼 한적하고 작은 도시다.

빌딩보다는 오래된 낮은 건물이, 꽉 막힌 답답한 도로보다는 커피와 담배를 즐기며 신문을 읽을 여유가 흐르는 곳.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이런 아를의 낭만을 품은 순수한 여인 같은 차다.

기존의 기준을 거부한 칵투스

시트로엥의 배짱이 두둑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만큼 특이하다. 앞모습부터 당황스럽다. 어느 게 주간주행등인지부터 헷갈린다. 도어와 해치에는 검은 ‘무엇’인가를 둘러 아를의 시골 처녀가 검은 앞치마 두른 듯하다. 요즘 새로 나오는 차와는 그 어디서도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직물 시트와 여행용 트렁크를 컨셉트로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은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는 보기 좋게 무시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분명 아니다. 기존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다른 개념의 차다. 그것이 칵투스의 가장 큰 가치다.

칵투스의 특이한 디자인은 순진함에서 비롯했다고 보고 싶다. 멋을 부린 게 아니라 옆 차의 ‘문콕’이 싫어서 에어범프라는 액세서리를 달았다. 그냥 필요하니까 달았을 뿐이다. 비교적 높은 곳에 자리한 주간주행등도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운전석, 동승석은 물론 2열까지 소파식으로 만든 시트

앞을 밝혀 운전자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보행자를 위한 것이다. 보행자 눈에 잘 띄면 그만이다. 멋보다는 제 기능에 충실할 뿐이다. 이런 필요에 따라 디자인한 요소가 하나둘 모여 칵투스를 특이한 차로 만들었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방식을 택한 시트로엥의 배짱에 그래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테리어도 재미있다. 수입차에서 보기 어려운 직물로 시트를 감쌌다. 원가 절감 때문이었다고 보기에는 직물의 직조 방식이 꽤 고급스럽다. 아마 직물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차 내부에 불어넣고 싶었을 것이다.

시트로엥에서 ‘소파식’이라고 말하는 이 시트는 앉아보면 실제로 소파에 앉은 것처럼 널찍하고 편하다. 다만 직물로 덮은 데다 통풍 기능까지 없는 시트가 여름에는 조금 걱정스러울 법도 하다.

358ℓ의 트렁크 용량

계기판은 전자식 디스플레이다. 208 GT라인처럼 대시보드 위로 솟아 있는데, 속도는 바늘이 아닌 숫자로 표시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간단명료해 보기 편하다. 다만 ‘저는 그런 거 몰라요’라고 순진하게 말하듯 rpm 표시를 하지 않는다.

또한 ‘기어노브가 지팡이처럼 참 독특하게도 생겼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당황스럽게도 주차 브레이크 레버였다. 기어 노브를 찾았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D, R, N이 쓰인 버튼이었다. 수동으로 기어를 변속하고 싶다면 칼럼에 붙은 패들시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자외선 및 열 차단 코팅을 한 커다란 선루프

도어 손잡이는 여행용 트렁크 손잡이 같이 생겼고, 대시보드에 자리한 글로브 박스도 트렁크 모양이다. 위로 시원스럽게 열리는 글로브 박스도 제법 맵시 있다. 휴대폰 등을 올려놔도 소지품이 미끄러지지 않게 붙인 액세서리는 실용적이기도 하고 디자인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햇살을 한 움큼 차로 들이고 싶었는지, 루프 전체를 유리로 덮은 것 같은 파노라마 선루프를 달았다. 다만 개폐가 되지 않고, 가림막도 손으로 뜯고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뿐사뿐 아가씨

칵투스는 푸조 208 GT라인과 같은 직렬 4기통 1.6ℓ 디젤 엔진이 수동 기반 6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춘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도 208 GT와 같은 99마력, 25.9kg·m이다.

208 GT라인보다 큰 덩치 때문에 민첩한 맛은 덜하지만, 도심을 산뜻하게 달리기에는 무리 없다. 다만 수동에 기반을 둔 자동 변속기의 울컥거림은 칵투스도 피해갈 수 없었다.

칵투스를 광고하며 자랑한 장점 중 하나는 17.5km/ℓ의 공인연비였다. 뛰어난 연비는 칵투스가 신은 저마찰 타이어가 한몫했는데, 그립 한계가 낮아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종종 빗길에 슬리퍼를 신은 것처럼 불안했다. 타이어 교환을 하지 않고 연비를 택한다면 사뿐사뿐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rpm 게이지 없는 계기판과 버튼식 기어 등을 보면 칵투스가 공략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명확하다.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D모드에서 평화롭고 여유롭게 운전하지만, 동시에 차를 통해 확실한 개성을 표현하려는 사람이다.

‘요즘 시대에 이런 차가 있다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요즘 시대에 이렇게 감성 가득한 차가 있다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순수한 차이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탄다면, 근심 없이 속 편히 탈 수 있다.


SPECIFICATION _ PEUGEOT 208 GT LINE

길이×너비×높이 3965×1740×1460mm | 휠베이스 2540mm | 무게 1220kg

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 배기량 1560cc | 최고출력 99ps/3750rpm | 최대토크 25.9kg·m/1750rpm

변속기 6AT | 구동방식 FF |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 타이어 (모두) 205/45 R 17

복합연비 16.7km/ℓ(1등급) | CO₂배출량 111g/km | 가격 2790만원

SPECIFICATION _ CITROËN C4 CACTUS

길이×너비×높이 4160×1730×1530mm | 휠베이스 2595mm | 무게 1240kg

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 배기량 1560cc | 최고출력 99ps/3750rpm | 최대토크 25.9kg·m/1750rpm

변속기 6AT | 구동방식 FF |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 타이어 (모두) 205/50 R 17

복합연비 17.5km/ℓ(1등급) | CO₂배출량 106g/km | 가격 2490만~28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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