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부터 출시까지 무려 ‘20년 존버’한 ‘이 차’ 이야기

  • 기사입력 2021.11.23 17:0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 제조사들이 콘셉트 카를 발표하는 것은 향후 출시되는 자동차들의 예고편과 같다. 실제 출시를 계획하는 모델의 경우 보통 5년쯤 지나면 현실적으로 다시 가다듬은 뒤 시장에 등장한다. 그런데 첫 콘셉트 출시 이후 무려 20년이나 지나서야 시장에 등장할 자동차가 있다. 바로 폭스바겐의 ID.BUZZ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200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은 한 대의 콘셉트 카를 선보였다. 그 이름은 마이크로버스 콘셉트로 폭스바겐의 대표적인 모델이었던 타입2 미니버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었다. 전체 길이는 5m에 3열 시트를 갖추었고 높은 벨트라인을 가진 미니밴으로 누가 보아도 타입2를 계승하는 모델이었다. 당시 북미 시장은 승용 미니밴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크라이슬러가 그러한 트렌드를 이끌고 있었던 것도 이때였다. 폭스바겐은 그러한 시장을 노렸다.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미니밴 T4 모델이 있었으나 이는 상용차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승용 미니밴 시장에는 경쟁력이 약했다. 따라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타입2의 이미지를 계승하는 모델로 판매량을 늘리려는 작전을 세웠다. 실제로 2002년에 마이크로버스 컨셉을 양산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2004년에 공식적으로 취소됐다. 그 이유는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타입2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01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된 ‘불리’ 콘셉트카를 통해 다시 한 번 타입2의 부활을 꿈꿨다. 당시 타입2의 이미지를 살리면서 4m의 길이로 보다 컴팩트하게 재탄생했다. 단순히 디자인만 부활시킨 것은 아니다. 40kWh의 리튬 이온 전지를 탑재하여 주행 가능 거리가 300km에 달하는 전기차 콘셉트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불리가 등장한 이후 양산화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폭스바겐의 관계자는 “머지 않은 미래에 분명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가 말한 ‘머지 않은 미래’가 10년이 넘을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6년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에서 Budd-e가 발표됐다. 생김새에서 알 수 있듯 불리의 후속 콘셉트 모델이라고 보아도 좋다. 현재 ID. 시리즈까지 연결되는 첫 번째 EV 시리즈다. MEB 플랫폼이라는 존재를 세상에 처음 드러냈으며 이 플랫폼을 4.6m로 늘려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발표된 바에 따르면 1회 충전 거리가 600km에 달했으며 2020년 양산을 목표로 제작됐다.
하지만 Budd-e 발표 8개월 후 폭스바겐은 또 다른 콘셉트카를 내놓는다. 이것이 바로 ID.BUZZ 콘셉트카다. 이 역시 MEB 플랫폼을 사용했으며 이전에 발표했던 Budd-e보다 길이를 더욱 늘려 5m에 달하는 전장으로 2001년 등장한 마이크로버스 콘셉트카와 거의 같은 크기의 3열 시트를 갖춘 미니밴으로 돌아왔다. 전면 패널에서 윈드 실드로 단차없이 연결되는 앞모습은 타입2의 디자인을 충실하게 계승했다는 핵심 포인트다. 또한 Budd-e와는 달리 바디 숄더라인을 중심으로 달라지는 투톤 컬러를 칠해 타입2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덧붙여 말하자면 ‘버즈’라는 이름은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미니‘버스(Bus)’라는 어감을 이었다는 것과 곤충의 날개 소리를 의미하는 buzz로 배터리 EV의 정숙성을 상징한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ID.Buzz는 지난 9월에 공개된 자율주행 프로토타입의 ID.Buzz AD다. 아직 양산형 디자인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ID.Buzz AD를 통해 보이는 모습으로 팬들이 기대했던 타입2를 계승하는 레트로 느낌이 제법 옅어졌다는 평이다.
 
폭스바겐 팬들의 염원과도 같은 타입2의 부활은 2001년 마이크로 버스 컨셉으로부터 시작됐다. 무려 20년이다. 팬들의 희망고문은 이제 정말 끝이 날 수 있을까? 과연 팬들의 마음에 쏙 드는 자동차가 등장할까? ID.Buzz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글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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