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퍼포먼스란 이런 것이다, 포르쉐 파나메라 4 이그제큐티브

  • 기사입력 2021.11.18 14:56
  • 기자명 모터매거진

포르쉐는 어떤 모습을 해도 포르쉐다. 차체가 길어져도, 럭셔리를 추구한다 해도 포르쉐다운 운동 성능은 그대로 가져간다. 역동성 하나만큼은 제대로 추구하면서 그 위에 무언가를 얹는 데 도가 텄다. 파나메라 이그제큐티브 모델만 봐도 그렇다.

혹시 포르쉐는 911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는가? 포르쉐의 시작이자 오랜 세월을 지켜온 모습이기도 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911 외에도 즐거운 포르쉐가 참 많다. 잘 생각해 보면, 그중에서 주행 능력에 있어서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는 모델은 없다. 크기로 인해 날렵하지 않을 것이라고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카이엔’조차도 도로와 서킷을 가리지 않고 호쾌한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그렇다면 파나메라는 과연 어떨까. ‘가족이 탑승할 수 있는 실용적인 포르쉐’라는 개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나메라는 5m가 넘는 제법 긴 차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파나메라 ‘이그제큐티브’는 일반 모델보다 차체가 더 길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물리 법칙에 따라 생각해 보면, 긴 차체는 직선 주행에서는 안정감을 가져오지만 코너를 돌 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세월이 지나도 유지될, 만고불변의 진리다.

포르쉐는 그 진리를 극복해야 한다. 역동성이 없다면 포르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뒷자리에 VIP를 모셔야 하는 사명을 가진 이그제큐티브 모델이지만, 뒷자리를 위한 편안함과 동시에 역동성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적당히 무거워지면서 동시에 관성질량이라는 족쇄를 벗어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과연 포르쉐가 해낼 수 있을까? 예부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직접 운전해 보면 알 것이다.
크기가 느껴지지 않는 매직
파나메라를 실제로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분명히 5m가 넘는 차체이지만, 그 길이가 쉽게 체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비율과 디자인의 힘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그제큐티브 모델은 일반 파나메라보다 더 긴데, 길어졌다는 사실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911보다는 길고 굵게 다듬어졌지만, 다른 자동차들하고 비교해보면 여전히 납작하다. 특히 2세대로 들어오면서 뒷모습도 꽤 날렵해졌기에 더더욱 그렇다.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봐도 포르쉐의 그 향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큐브 형태로 된 4개의 주간주행등을 품은 포르쉐 특유의 헤드램프, 가는 형태로 날렵하게 다듬어진 테일램프는 포르쉐의 그것이다. 전면의 에어 인테이크는 새로 다듬어졌는데, 그로 인해 방향지시등도 위아래로 두 개가 나누어져 있다. 국내에 꼬리가 좀 더 짧은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 모델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겉으로 느껴지지 않는 길이는 실내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앞이 아니라 뒤로 가게 되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 시트를 굳이 앞으로 밀어내지 않아도, 뒷좌석에서 다리를 쭉 펴고 앉을 수 있을 정도다. 뒷좌석이 앞뒤로 이동하지는 않지만, 등받이 각도와 허벅지 받침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다.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한 뒤 스위치를 작동시켜 차양막을 올리면, 빛이 들어오지 않는 편안한 휴식 공간이 만들어진다.
뒷자리에 두 명만 탑승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에 커다란 센터 터널이 지나간다. 별도의 송풍구와 컵홀더, 에어컨 조절용 화면까지 갖추어져 있으니 그야말로 ‘귀중한 분’을 모시기 위한 공간이다. 암레스트는 길고 굵기 때문에 팔을 편안하게 놓을 수 있다. 시승차에는 없지만 옵션으로 접이식 테이블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동하면서 그 위에 노트북을 놓고 업무를 볼 수도 있을 정도다. ‘빠르게 이동하는 편안한 비즈니스 공간’이 되는 셈이다.
포르쉐의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잘 받쳐주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다. 고속 코너링을 대비해 버킷 형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배기는 곳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티어링 휠은 쥐기만 해도 스포츠 드라이빙의 느낌을 내고, 그 너머로 빛나는 5개의 원은 자연스럽게 역동적인 주행을 유도한다. 엠비언트 라이트는 도어 스피커 주변과 발을 놓는 공간을 비추는데, 밤에 꽤 아름답게 빛난다.

배기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국내에서 판매되는 이그제큐티브 모델은 ‘파나메라 4’ 하나뿐이다. 그래서 2.9ℓ 6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다. 그래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최고출력이 336마력에 달하기 때문에 스포츠카의 성능을 그대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면 제법 그르렁대는데, 밖에서 그 소리를 잘 느낄 수 있고 안에서는 조금 느끼기 어렵다. 뒷자리에 누군가를 태워야 하니 소리를 억제해 둔 것 같다. 어느 정도 수온이 올라오면, 달릴 준비는 다 됐다.주행 모드를 ‘노멀’로 맞추고 달리면, 편안하다. 오른발에 크게 힘을 주지 않으면 엔진 회전도 낮게 유지되고 연료를 많이 아낄 수 있다. 만약 빠르게 달릴 필요가 없다면, 이 상태로도 다른 차들은 가볍게 추월할 수 있기에 불만이 없을 것이다. 단, 이때는 추월이나 가속이 쉽지는 않다. 오랜 시간을 운전한 뒤 킥다운에 대한 오른발의 리듬이 익은 뒤에야 추월 또는 가속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서 주행 모드가 ‘스포츠’가 되면, 성격은 달라진다. 엔진 회전은 조금 더 높게 잡히고, 정지상태에서도 시동이 잘 꺼지지 않는다. 만약 가속이 많이 필요한 도로라면, 스포츠 모드가 주행하기에는 제일 좋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포르쉐가 갖고 있는 역동성을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고, 직선이든 곡선이든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다. 깊게 들어가는 코너에서도 차체 크기와 무게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포르쉐 매직’이라고나 할까?

포르쉐의 모델을 탈 때마다 놀라는 것인데, 포르쉐는 만고불변의 물리 법칙을 거스른다. 분명히 코너를 잘 돌지 못하고 둔한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아주 매끄럽게 코너를 돌고 짜릿하게 가속한다. 타이어와 서스펜션, 차체의 조합이 경지에 이르러야만 가능한 것인데, 70년이 넘는 세월을 역동성 하나만 보고 살아왔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거대한 차체가 마치 소형차처럼 날렵하게 돌아나가는 것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그나마 그 물리 법칙을 브레이크를 걸 때는 느낄 수 있는데,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그것을 느끼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몇 번을 반복해서 브레이크를 걸어도 페이드조차 잘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특성은 앞 좌석에 탑승한 이들에게도, 뒷좌석에 탑승한 사람에게도 환영을 받는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물리 법칙을 어느 정도 무시하고 달릴 수 있기에 만들어지는 평온한 실내이다. 그래서 역동적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이 편안하다.
포르쉐 파나메라, 그중에서도 이그제큐티브와의 짧은 만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포르쉐는 어떤 자동차를 만들어도 포르쉐답게 만든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파나메라가 생각보다 편안하다는 것도 말이다. 과거 메르세데스 벤츠가 편안함을 품은 고성능 모델을 만들 때도 포르쉐의 힘을 빌렸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포르쉐가 만든 모델에 감히 역동성을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자동차라 할지라도 말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200×1935×1430mm
휠베이스  3100mm  |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배기량 ​​​ 2894cc  |  최고출력  ​​336ps
최대토크  45.9kg·m  |  변속기  8단 DCT
구동방식 ​​AWD  |  연비  8.0km/ℓ  |  가격  1억51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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