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쿨이여 안녕, 지프 그랜드 체로키 80주년 에디션
2021-11-16 09:29

지프가 브랜드 설립 80주년을 맞이하며 다양한 에디션 모델을 출시했다그랜드 체로키 80주년 모델 역시 그러한 에디션 중 하나다그랜드 체로키 4세대의 역사 중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80주년 에디션 모델을 살펴보자.
SUV 시장의 터줏대감 지프가 어느덧 80주년을 맞이했다전쟁통에서 윌리스 MB로 시작한 역사는 현재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다우리나라 문화를 굳이 접목하자면 팔순 잔치를 꽤 크게 여는 모양새다판매되고 있는 모델들을 조금씩 꾸며서 80주년 기념 에디션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그랜드 체로키 역시 마찬가지다오늘 만날 시승차는 그랜드 체로키의 리미티드 트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80주년 기념 에디션 모델이다지난 3월 국내에 출시했으며 에어 서스펜션을 뺀 6000만원대의 가격표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현재 국내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모델은 4세대 그랜드 체로키의 후기형 모델이다지난 2013년 페이스리프트 이후 벌써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지프의 플래그십 라인업을 담당했다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풀 체인지를 거친 5세대 모델그랜드 체로키L이 바통을 이어받아 판매 중이다그랜드 체로키L은 크기를 키우고 첨단 안전 및 편의사양을 가득 채워 럭셔리 프리미엄으로 방향성을 바꾸었다이 외에도 2022년형 올 뉴 그랜드 체로키 역시 얼마 전 공개했다. PHEV 모델인 4xe, 오프로드에 특화된 트레일호크 모델도 마련했다. 5세대 모델은 국내시장에서 빠르면 올 하반기에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악당 같은 디자인
그랜드 체로키의 첫인상은 검은색 양복으로 숨길 수 없는 탄탄한 풍채를 자랑한다그리고 에디션 모델인 만큼 기존 모델과는 다른 ‘포스를 내뿜는다우선 외관을 장식하던 크롬을 모두 떼어내 어두운 계열의 컬러를 적용했다특히 지프의 상징 중 하나인 7-슬롯 그릴도 검게 칠해지며 디자인의 무게감이 늘었고 시승차의 컬러인 그라나이트 크리스탈 색상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여기에 헤드램프의 테두리를 감싸는 LED 주간 주행등으로 반짝이는 눈이 잘 어울린다.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를 쫓는 영국의 악당들이 랜드로버 디펜더를 타고 달린다면 이 녀석은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를 쫓는 미국 악당이 타도 될 것 같다스크린에서 만난다면 제법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까잠시 생각해본다. (사실 영화 베놈에서 악당들이 타고 주인공을 쫓는다)
차체의 옆면을 보아도 이러한 느낌은 여전하다윈도를 감싸던 크롬 몰딩도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어두운 계열의 소재로 변경됐다스퀘어토 구두를 보는 듯한 도드라진 클래딩과 도어를 가로지르는 진한 캐릭터 라인으로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지상고가 높은 탓에 꽤 껑충해 보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SUV 스타일이라 아쉬움은 없다프런트 도어에 자그마한 80주년 기념 엠블럼은 아는 사람만 보이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엉덩이를 보고서야 비로소 이 차의 세월이 느껴진다특히 리어램프의 디자인은 최근 디자인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다그만큼 별 다른 기교가 보이지 않는다대신 앞서 말한 특징과 같이 리어램프 주위를 감싸던 파츠도 어두운 소재로 변경됐다한층 더 묵직해진 느낌과 함께 4x4 로고를 통해 어디든지 갈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아보자어쩔 수 없는 투박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대신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짙은 색의 우드 트림으로 고급감을 더했으며 조수석 대시보드에 붙어있는 80주년 기념 엠블럼도 눈에 띈다시트 포지션이 꽤 높은 편인데덕분에 개방감이 훌륭하며 운전할 때의 시야도 넓게 확보할 수 있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은 이를 원하는 이에겐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물리적인 버튼들이 사라지고 많은 조작계가 터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재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는 구성이다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의 투박함을 선호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시트의 착좌감은 마치 소파에 앉는 것 같다푹신한 쿠션 덕분에 몸을 단단하게 감싸는 느낌 보다는 푹 파묻혀 있는 느낌에 가깝다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면 이러한 느낌도 꽤 괜찮다장거리 주행을 하면서도 신체적인 피로도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여기에 빠지면 아쉬울 열선 및 통풍 시트도 마련했다대신 디스플레이로 조작해야 하는 탓에 약간의 번거로움이 느껴진다.

소파에 앉는 느낌은 2열도 마찬가지다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과 1열 사이에는 주먹 두 개가 들어갈 만큼 여유가 있으며 헤드룸 역시 넉넉한 편이다. 2열 등받이의 조절 범위도 큰 편이라 반쯤 누워서 이동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2열 시트 폴딩은 풀 플랫을 지원하는 덕분에 요즘 유행하는 차박 감성에도 대응할 수 있다.
 
여유 있는 드라이빙무엇이 더 필요한가?
잠들어 있던 지프의 엔진을 깨운다. V6 3.6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부드럽게 기지개를 켠다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다최고출력은 286마력최대토크는 35.4kg∙m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며 구동 시스템은 쿼드라-트랙 II 4X4 시스템이다. 5가지 지형에 맞게 구동력을 배분하는 똑똑한 녀석이다다만 효율성은 아쉬운 편이다복합연비는 7.9km/ℓ이며 고속도로에서 약 100km가량 정속주행을 했으나 10km/ℓ를 겨우 넘기는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해보자가솔린 엔진을 얹은 만큼 실내는 고요하고 불필요한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가속 페달에 발을 살짝 얹으면 2톤이 훌쩍 넘는 무게가 무색하게 가뿐한 움직임을 보인다이것이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인가엔진의 반응과 출력을 전개하는 감각 모두 풍요롭고 매끄럽다다운사이징 엔진과는 또 다른 맛이다변속기의 반응 역시 여유롭다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도 적정한 기어 단수가 잘 맞물리는 모습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거대한 덩치가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스로틀 반응이 빠르진 않지만 가속력은 준수하다특히 최대토크가 터지는 4000rpm을 지날 때의 감각이 재미있다잔뜩 웅크렸던 짐승이 사냥을 위해 뛰쳐나가는 것 같다여기에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내뿜는 호쾌한 사운드는 덤이다이 역시 육식 동물이 으르렁대는 소리와 비슷하여 꽤 박진감이 넘친다.

파워를 느껴보았으니 이젠 움직임을 느껴볼 차례다이 녀석과 마음 놓고 춤을 추기에는 다소 버겁다시트 포지션이 높고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 덕분에 롤링과 피칭의 폭이 크게 느껴진다요철을 지날 때에도 출렁거리는 편인데 좋게 표현하자면 넘실대는 요트를 타는 것 같다장거리 크루징에 특화된 전형적인 미국 자동차답다굳이 재촉하지 않고 여유 있게 달린다면 매력적인 승차감이다.
아쉽게도 이번 시승에서는 이 차의 오프로드 성능을 맛보지 못했다다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집안의 내력은 어디로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지난 5월에 열린 지프 캠프에서 거친 오프로드 코스를 아무렇지 않게 타넘는 그랜드 체로키의 성능을 똑똑히 기억한다비록 차고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이 빠진 탓에 다닐 수 있는 지형은 제한되겠지만 일반적인 운전자가 다닐 법한 오프로드를 헤쳐 나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차는 단연코 ‘올드 스쿨에 가깝다전통적인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보통의 운전자들이 생각하는 SUV의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다만 이것이 초점이 과거라는 것은 분명하다디자인인테리어 구성주행 질감효율성 등 많은 것들이 최신의 자동차와 경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그래도 4세대 그랜드 체로키의 마지막 페이지마지막 문장은 ‘그래도 나 꽤 괜찮은 녀석이었다로 장식할 수 있겠다곧 한국에서 만나볼 5세대 그랜드 체로키L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JEEP GRAND CHEROKEE 80th ANNIVERSARY
길이×너비×높이  4820×1945×1810mm  |  휠베이스  2920mm
엔진형식  ​​V6, 가솔린  |  배기량  ​​​3604cc  |  최고출력  ​​286ps
최대토크  35.4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4WD
연비  7.9km/ℓ​  |  가격  ​​​​​​​​​ 65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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