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는 2016년 3월에 한국 시장에 등장했다. 출시한 지 벌써 5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타사의 모델이었으면 풀체인지가 되었을 법한 시간인데, SM6는 또다시 마이너체인지를 거치고 돌아왔다. 2022년형 SM6는 이제서야 완성도의 정점을 찍었다.
직업의 특성상 참 다양한 자동차를 탄다. 가격도, 형태도, 출력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런데 각기 다른 시승차들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최상위 트림에 선택 항목이 모두 들어간 이른바 ‘풀옵션’이다. 이러한 점이 때로는 애로사항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소비자들은 모두 최상위 트림의 풀옵션 모델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 보통의 소비자들은 지갑 사정 혹은 ‘가성비’에 맞춰 선택사항을 구성하여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이러한 시승차들을 운영하겠지만 현실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차의 기본형 혹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할 모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질 때가 종종 있다.르노삼성의 2022년형 SM6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에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보았다. SM6는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 1.3ℓ 터보 가솔린, 1.8ℓ 터보 가솔린, 2.0ℓ LPG 모델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쌀수록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내 얇은 지갑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말로 구매한다고 생각하고 가성비를 따져보니 1.3ℓ 터보 가솔린 모델인 TCe260에서 중간 등급인 LE 트림에 눈이 갔다.TCe260 LE 트림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인 앞좌석 통풍시트, 동승석 전동시트를 기본사양으로 장착했다. 통풍시트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기본 옵션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요소다. 옵션 선택지도 간단하게 딱 세 가지다. 파노라마 썬루프와 18인치 휠이 포함된 익스테리어 패키지Ⅰ, 크루즈 컨트롤과 안전 센서 등 운전자 편의사양이 담긴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9.3인치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이지커넥트Ⅰ 이다.컬러 옵션인 클라우드 펄을 포함하여 옵션을 모두 선택했을 때 가격은 3125만원이다. 경쟁 모델에서 비슷한 옵션을 모두 장착했을 때보다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 정도는 더 저렴한 가격이다. 만약 내가 실제로 최고의 가성비를 목적으로 구매한다면 익스테리어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겠다. 있으면 좋지만 막상 자주 사용하지 않는 파노라마 썬루프를 포기하고 휠의 크기를 줄여 연비와 승차감을 챙기겠다는 생각이다.그런데 거짓말처럼 내가 원하던 사양의 시승차가 준비되어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TCe260 LE 트림에 클라우드 펄 컬러를 적용하고 익스테리어 패키지만 빠진 모델이다. 가격은 2997만원으로 더 합리적으로 변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곧바로 시승차를 요청했다.가성비에 죽고 사는 이들이여 주목!
시승차를 받기 전, 익스테리어 패키지를 포기하고 작은 사이즈의 휠을 선택했기에 어딘가 못난 신발을 신고 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미적인 비율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선 휠의 사이즈가 클수록 더욱 자세가 좋아지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17인치 휠을 장착한 녀석을 마주했을 땐 의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확 들어올 만큼 예쁜 디자인은 아니지만 기본은 갖춘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에 SM6는 LE 트림부터 LED 램프가 기본으로 탑재된다. 이 램프의 하이라이트는 시퀀셜 타입의 방향지시등이다. 종종 방향지시등의 우아하게 빛나는 모습이 다른 차에 비칠 때면 괜히 눈길이 멈춘다. 이런 감성을 포기할 수 없기에 LE 트림을 선택한 것이다.
시트의 디테일도 달라진다. RE 트림에서는 퀼팅이 적용되어 제법 고급스러운 맵시가 있었는데 LE에서는 적용되지 않아 평범한 시트로 바뀐다. 그리고 2단으로 분리되는 헤드레스트의 디테일도 달라지는데 기능적인 부분은 유지되어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외에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사용되는 소재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불만은 없다. 이 차의 가격을 생각할 때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개선했다. 이지커넥트Ⅰ 옵션을 선택했기에 인카페이먼트 시스템도 탑재된다. 인카페이먼트는 차량용 결제 서비스로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비대면으로 주문 및 수령,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여기에 사용자의 선호도가 높은 T맵 내비게이션을 기본으로 탑재한 것도 매력이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느긋한 작동 속도다. 사용하는 과정에서 큰 불편함은 없지만 경쟁 모델들의 인포테인먼트에 비하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풀체인지 모델에서는 부디 개선하길 바란다.한국인의 입맛을 찾아서
출시 초기 SM6는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후륜의 서스펜션을 토션빔으로 사용했는데 세팅이 다소 단단했던 탓에 일반적인 소비자가 느끼기에도 부담스러운 승차감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지난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이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AM링크를 삭제했으며 그 자리는 82mm 하이드로 부싱을 적용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LE 트림에 17인치를 선택한 것은 승차감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타이어가 두툼해질수록 충격을 흡수하는 양이 커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RE 트림의 19인치 휠 조합보다 훨씬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2열에 사람이 자주 앉아야 한다면 멋을 포기하고 승차감을 챙기는 17인치 휠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승차감 논란에서 변속기의 문제도 한몫을 했다. 이전에는 7단 DCT 미션 특유의 충격이 꽤 강한 편이었고 이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는 큰 불만 요소가 되었던 것이다. 이 역시 세팅의 변화로 충격 감소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느껴진다. 차를 출발할 때도 변속기에서 충격이 느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출력이 전달된다. 차에 적응된 이후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이 정도면 승차감 논란은 사라져도 될 것 같다.정숙함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 이제 소음차단 기술은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진 편이라 중형세단 정도만 되어도 실내가 시끄러운 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한국의 소비자들은 차량 내 소음에 민감한 편인데 SM6 역시 이러한 까다로운 기준을 잘 맞췄다. 시내 주행은 물론이고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귀를 거슬리게 하는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풍절음 역시 잘 차단되어 속도감에 다소 둔해지는 편이다.
속도감에 둔해진다는 뜻은 그만큼 차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속주행 시 안정감은 이전부터 꾸준히 칭찬받아 온 SM6의 장점이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6.5kg·m의 1.3ℓ 터보 가솔린 엔진은 배기량이 무색할 만큼 활기찬 움직임을 선사한다.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일상적인 용도에서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엔진룸의 무게가 가벼워진 덕분에 핸들링이 더욱 경쾌해진 것은 덤이다.유럽차의 감성과 한국차의 감성이 적절히 섞인 SM6는 마치 퓨전 음식과 같다. 이전까지는 유럽의 낯선 향이 짙어 호불호가 강하게 갈린 차였는데, 이제는 한국의 향이 더욱 진해졌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르노삼성의 셰프는 끊임없이 노력한 것이다. 꾸준히 개량하면서 발전해온 상품성은 이제 정점을 찍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침체기를 맞이한 중형 세단 시장에서 SM6가 설 자리는 그다지 넓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855×1870×1460mm
휠베이스 281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332cc | 최고출력 156ps
최대토크 26.5kg·m | 변속기 7단 DCT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3.6km/ℓ
가격 299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