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JAM, BMW X5 M

  • 기사입력 2021.11.09 09:20
  • 기자명 모터매거진

확실히 제대로 놀 줄 아는 브랜드다. 세상에 이 정도로 달릴 수 있는 SUV가 있을까?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BMW X5 M이 도착했다. 외관을 둘러보기 전에 실내로 들어갔다. BMW를 타면 의식 마냥 애플카플레이를 먼저 연동시켜야 한다. 무선으로 연결되는데 한 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다.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하고 티맵을 통해 목적지도 설정하면 준비 끝이다. 기왕 들어온 김에 이것저것 구경하자면 시트가 눈에 띈다. M의 시트는 언제 봐도 근사하다. 로고에 불이 들어오는 것도 멋있는데 무엇보다 기능에 충실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GT 성향의 차이기에 쿠션감을 확보하면서도 사이드 볼스터의 적극성도 포기하지 않았다. 최고급 가죽으로 감싸놨기에 촉감도 상당히 좋다. 그 외 스티어링 휠에 달려 있는 빨간 M 버튼도 시선을 끄는데 이따 저 버튼을 눌러 차를 변신시킬 것이다.

차에서 내려 이제 외관을 감상하자. 어른들 말씀으로 야한 색이다. 그냥 원색이 아니고 야한 원색이다. 채도를 선명하게 잘 뽑았다는 거다. 이런 컬러가 SUV에는 잘 어울리기 힘든데 X5 M은 찰떡 같이 소화한다. 노멀 X5는 완벽한 비율 속에 점잖은 태도와 때론 거친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M카로 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갑옷을 입은 전사다. 그것도 최고의 디자이너가 제작한 갑옷이다. M 패키지와는 차원이 다른 과격한 굴곡이 특징이다. 프런트 범퍼의 공기 흡입구만 봐도 이 차의 성능이 짐작된다. 휠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는 22인 휠은 위풍당당하며 그 안에 커다란 브레이크 디스크 로터와 캘리퍼가 채찍질을 준비하고 있다.
리어 펜더와 바퀴 사이를 봤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SUV가 대세인지 오래되었고 고성능 SUV도 흔해져 버렸지만 이 녀석은 하체부터 스포츠카다. 흔히 튜닝 할 때 일체형 서스펜션이라 불리는 코일오버 타입으로 리어 액슬과 차체를 묶었다. 아무리 고성능 SUV라지만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 수밖에 없다. BMW X5는 출시와 동시에 스포티한 움직임으로 고성능 SUV의 표본이 되었다. SUV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분명 X5다. 다른 고성능 SUV들이 에어 스프링으로 댐퍼를 감고 있을 때 유일하게 X5 M만 독자노선을 탔다.
원가 절감 아니냐고? 하위 트림이라 할 수는 없지만 가격이 더 낮은 X5 M50i을 포함해 나머지 트림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간다. 승차감을 포기할 수 없고 진짜 M에 준하는 성능을 누리고 싶다면 M50i를 선택하게끔 BMW가 라인업을 짜 놨다. 진짜 M카를 M카답게 타고 싶다면 X5 M을 고르란 얘기다. 600마력이 넘는 차다. 슈퍼 세단의 교과서 M5와 공유하는 파워 유닛이다. V형 8기통 4.4ℓ 엔진에 터빈 두 발을 달아 최고출력 608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힘을 생산하고 ZF 8단 토크 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가 네 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9초다. 이 큰 덩치가 3초대를 끊는다. 믿기 어려운 수치가 브로셔에 적혀 있다.
바로 달려 보자. 공차중량이 2.4t 정도임에도 가볍게 치고 나간다. 스로틀 반응도 빨라 몰기 벅차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드라이빙 모드가 노멀에 있어도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변속 속도도 빠르고 다운시프트에 적극적인 변속기가 엔진의 장단을 잘 맞춘다. 이쯤 되면 드라이빙 모드는 중요치 않다. 속도가 조금 붙어 있다면 슈퍼카와 달려도 견줄 만하다. 공도 위에서 이 녀석 보다 빠른 차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봐도 역시나 힘이 남아돈다. 대게 SUV는 차고가 높아 속도가 올라갈수록 공기 저항이 심해지는 게 체감되는데 X5 M은 그렇지 않다. 꼼꼼한 풍동실험을 거쳐 빚어낸 차체 덕분에 공기를 양 갈래로 잘도 가르며 질주한다. 
마음 놓고 고속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차체가 깔리기 때문이다. BMW 특유의 무게중심이 서서히 낮아지는 느낌이 든다. 파워는 가지고 있는데 무서워서 쓸 수 없는 비효율적인 차들과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기가 막힌 서스펜션 조율 실력의 공이 가장 크다. 앞서 말했듯이 과할 정도로 하체를 만졌다. 라이벌 브랜드 추종자들은 에어서스펜션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할 게 분명하다. 한 가지만 집고 넘어가자. 고성능 SUV에서 승차감이 중요할까 운동성능이 중요할까? 그냥 SUV라면 당연히 승차감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거듭 말하지만 이 차는 차에 미친 사람들이 고르는 초고성능 SUV다. 글과 술을 놓칠 수 없는 선비들은 고르면 절대 안 되는 차다. 
그럼 승차감이 딱딱해서 못 탈 정도냐? 전혀 그렇지 않다. 1열에서의 불만은 전혀 발생하지 않고 2열은 확실히 에어 서스펜션보다 단단한 것이 느껴져 안락하진 않다. 뒷자리에 사람 태울 일이 많은 이들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말 많고 불평불만 많은 친구를 뒀다면 더더욱 고르지 말고 M50i로 가길 권한다. 반면 운전 잘 하고 코너링에 이해도가 높은 이라면 무조건 이 모델을 타야한다. 코너링이 기가 막힌다. 이 육중한 놈이 언더스티어를 억제하면서 깔끔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정말 벗어나는 라인의 범위가 작고 이상적인 라인으로 수정하기도 수월하다. 다른 SUV 보다 후드 길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미료 살짝 뿌리면 5시리즈 정도의 코너링 퍼포먼스다. 무게 중심이 어쩔 수 없이 세단이나 스포츠카 보다 높지만 주어진 형편 속에서 롤센터를 최대한 낮게 잘 잡았다. 좌우 롤링과 가감속이 반복될 때의 피칭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으며 진입 각이 수시로 바뀌는 복합코너에서 섀시가 엉킴 없이 잘 빠져나온다. 늘 말하는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이 리듬! 이 리듬이 자연스럽고 박자가 예측 가능하다. 스티어링 피드백은 솔직하고 기어비는 스포츠 세단 정도로 타이트 하다. 

크고 빠른 차이기에 브레이크 시스템은 더욱 중요하다. 우선 페달의 답력과 스트로크는 일반적이고 제동력은 중량과 출력을 다스리기에 충분하다. 급격한 브레이킹이 걸려도 앞코가 노면에 닿을 듯한 노즈다이브 현상을 억제했고 속도가 높거나 리어 댐퍼가 길어졌을 때 감속이 되어도 브레이크스티어가 일어나지 않는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열 때문에 지치는 모습은 없다. 게다가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지 않는다. 잘 달리는 만큼 제동력을 확실하게 키워 놨다.

이 녀석 정말 죽인다. BMW이고 M이기에 잘 달릴 줄은 예상했지만 그 이상이다. 물리 법칙을 거스르기 일보 직전이다. X5 M 한 대면 스포츠카와 SUV의 이점을 모두 가질 수 있다. 다른 고성능 SUV는 스포츠카만큼 재미있는 게 아니라 SUV치고 재미있다. 허나 X5 M은 진지하게 운전이 즐겁다.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SUV는 흔하지 않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를 탈 때 SUV 같지 않다고 느꼈는데 X5 M의 결이 그와 유사하다. 이전 세대 X5 M을 탈 때도 운동성능에 놀랐었는데 더 성장했다. 진짜 스포츠카처럼 움직이는 SUV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X5 M이었다.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40×2015×1750mm
휠베이스  2970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608ps  |  최대토크  76.5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6.7km/ℓ
가격  1억74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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